[프라임경제] 하나금융그룹이 외환은행 인수 후에도 하나은행-외환은행으로 듀얼뱅크(더블뱅크) 운영을 하겠다는 입장을 밝혀 진행 결과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하나금융은 4일 외환은행의 평판과 가치를 존중해 독립 경영을 보장하고 ‘외환은행’이라는 브랜드를 그대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취지의 자료를 배포하고 이를 확인하는 간담회를 진행했으며, 이를 종합하면 일본 미즈호금융그룹 등 외국사례를 연구해 두 은행 운영에 활용할 계획이다. 특히 외환은행의 모든 것을 안고 가겠다는 입장을 밝혀 인위적 구조조정이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나은행은 가계금융·프라이빗뱅킹(PB)·자산관리·증권 등에서, 외환은행은 기업금융·수출입금융·외국영업 등에서 각각 강점이 있다. 겹치는 부문이 거의 없어 충분한 시너지효과를 거둘 것으로 하나금융은 내다봤다.
액면만 놓고 보면 이보다 좋을 수 없는 상황. 이로써 하나금융이 3강-1약으로 일컬어져 온 기존 금융지주 경쟁 구도에서 순조롭게 3위권 안쪽 위상으로 발돋움, 장악할지 여부의 스타트 라인에 섰다는 평가다.
◆외환은행 노조 껴안기 실패하면 이력 효과 우려
하지만 이 같은 갈등 봉합 노력은 일정 부분 한계를 보일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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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나금융이 더블뱅크 입장을 밝히면서, 성공적인 인수 마무리가 이뤄질지 주목받고 있다. 사진 왼쪽은 하나금융 본사-하나은행 본점, 오른쪽은 외환은행 본점. | ||
이런 상황에 4일 KBS에 의해 산업자본임을 이미 금융 당국이 인지하고 있었으며 이를 레버리지로 삼아도 좋으냐는 점에 대한 대화가 오갔다는 대화록 입수 논란이 제기됐다. 민주당 등 야권 일각에서 론스타의 대주주 자격 원천 무효화 등 정치적 해법 논의에 포퓰리즘 논란이 잦아들고 타당성에 힘이 실리기 좋은 국면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고용 보장 선언 등이 액면 그대로 수용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100% 단언하기 어렵다고 할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는 우선, 이력 효과가 발생하기 쉽다. 이력 효과는 과거의 경험이 경제 활동 판단에 영향을 미쳐 실제 지표(성장률 등)이 잠재력보다 낮게 나타나게 되는 현상을 뜻한다.
하나은행은 보람은행과 충청은행, 서울은행 등을 인수해 합병한 경험이 있으나, 듀얼뱅크로 유지하겠다는 구상 하에 인수를 한 정확히 맞는 모델은 없다는 점이나 이후에 불평등 대우 논란 등을 빚는 등으로 예해 연습이 충분하다고 볼 수는 없다. 경영 성과를 실제로 이미 듀얼뱅크 실험을 이미 해 본 경험이 있는 신한은행과 조흥은행의 통합 사례를 보아도, 각종 잡음에서 자유롭기 어렵다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이미 조흥은행은 매각 단계부터 노조의 반발 등으로 대등한 운영과 시간을 둔 합병에 대해 논란이 예비돼 있었는데, 막상 노사정 합의 결론 등도 경영진의 의중에 따라 폐기에 가까운 변질이 진행될 수 있다는 사례로 꼽힌다.
인위적인 조정 문제에 대한 의견 조정과 함께 새로운 문화의 은행을 세운다는 ‘뉴뱅크’론이 부각됐지만, 2004년 12월 무렵부터 잡음이 본격화됐고, 통합추진위원회 구성을 앞둔 중요한 시기에 신한은행 영업통 출신들이 통합 관련 업무에 배치되기에 이르렀다.
이에 따라 2005년 2월경에는 희망퇴직을 둘러싼 조흥은행의 노사간 공방이 맞고소 사태로 번졌고, 2005년 5월에는 ‘최영휘 강판’이라는 강수를 두면서 뉴뱅크론은 몰락하고 신한 중심의 통합이 본격화됐다. 이 와중에서 조흥은행 명칭의 존속 등 조흥측 요구 조건은 제대로 반영되지 못했다. ‘통추위 구성과 운영’이라는 실질보다는 ‘통추위에서 결정을 지었다는 절차적 측면’에 방점이 찍힌 것으로도 평가되고, 고용 등 논의가 어떻게 처음 거론되었거나 합의됐다고 해도 언제든 침해 시도가 있을 수 있다는 케이스를 남겼다고 볼 수 있다.
외환은행으로서는 이미 상당한 영업 능력 저하를 보인 바 있고, 이런 상황에서 산업자본 논란이 본격적으로 확산될 경우 줄곧 불만을 품어 온 하나금융으로의 편입 가능성보다 문제의 전면적 재검토를 요구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아 시너지 효과보다 이력 효과 발생 가능성이 높을 수 있다.
◆또 다른 이력 효과, 칸막이 체제 강화에서 온다?
아울러 이번 인수 작업이 그간 운영해 온 매트릭스 체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주목 대상이라고 할 수 있다.
외환은행 기능을 흩어 매트릭스로 전환할지에 대해서는 이미 이전부터 부정적인 전망이 나온 바 있다. 외환은행을 매트릭스 내에 종속시키면 편제상 외환은행(내지 외환은행장)이 김정태 행장이나 임창섭 부회장 휘하에 들어가는 모양새가 되어 독립적 운영 운운하는 것이 무색해질 수 있다. 위에서 말한 외환은행 노조 등 반발에 더 기름을 부을 수 있는 빌미가 된다. 아울러, 자칫 시너지 창출보다 관리비용이 더 들어갈 수 있다는 현실적 문제도 우려 대상이 된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 외환은행을 매트릭스에 편입시키지 않고 별개로 운영하면, 진정한 의미의 매트릭스 체계에서 당분간이라도 멀어진다는 다른 지적이 나올 수 있다. 매트릭스 조직은 지휘체계가 종축과 횡축으로 분리돼 기존 기능별·프로젝트별 조직의 장·단점을 보완할 수 있어야 하는데, 이질적 조직을 다시 몇 개 상위조직으로 묶는 외양만 나오는 것은 매트릭스 체계 운영으로 볼 수 없다는 문제가 생긴다. 외환은행 때문에 매트릭스 노하우에 퇴보가 발생할 가능성이 0이 아니라는 지적이다.
아울러, 하나금융은 일본 미즈호금융그룹 등 외국사례를 연구해 두 은행 운영에 활용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는데 여기서도 과도한 칸막이 운영이 문제가 되어 개편에 착수한 전례가 있다.
미즈호그룹은 2000년 다이이치간교은행(DKB), 후지은행과 니혼고쿄은행 등 3개 은행이 합병해 탄생한 거대 금융그룹이다. 이들 세 은행은 미즈호라는 같은 이름을 사용하지만, 법인체는 독립돼 있다는 점에 하나금융은 주목한 것으로 보인다.
하나은행은 가계금융·프라이빗뱅킹(PB)·자산관리·증권 등에서, 외환은행은 기업금융·수출입금융·외국영업 등에서 각각 강점이 있고, 겹치는 부문이 거의 없어 충분한 시너지 효과를 거둘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근래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미즈호파이낸셜은 산하 5개 자회사를 3개로 통합해 은행, 증권, 신탁 등 3개 영역에 집중하는 등 현재 이 모델 역시 상당한 변화 국면에 있어 완벽한 교과서적 타입을 찾아오기 어려우며 상당한 시행착오와 국내 접목 과정에서의 이질성 개선에 적잖은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
미즈호파이낸셜은 미즈호증권과 미즈호투자증권을 올 가을 완전 자회사로 편입하고 내년 봄 양사를 통합할 계획이며, 2013년 봄까지 미즈호은행과 미즈호코퍼레이션은행을 통합할 예정이라는 게 니혼게이자이신문 보도였다.
신문은 “숙련된 인력의 균형적인 재배치보다는 인력을 적재적소에 배치하겠다는 방침을 내세웠으나, 경영진과 관리직 직원들이 구식의 경영 방식을 고수하면서 비효율적인 경영이 시스템 투자 지연으로 이어져 최근의 전산망 장애를 불러왔다”고 지적하고 “개인과 기업금융으로 분리된 은행사업 구조는 비용 소모적으로, 다른 대형은행들 간의 수익성 격차를 만들어냈다”고 평가했다.
즉, 니혼게이자이신문의 지적은 지금도 매트릭스 외형을 일부 추종하는 듯한 상황조차도 구식 마인드나 현실적 이유로 인해 일명 칸막이식 운영으로 변질되면 문제가 될 수 있다는 것인데, 이런 국면은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의 2개 은행 체제가 매트릭스와 겉돌 수 있다는 전망 근거로 유의미하다고 할 수 있다.
◆실물경제 본격 위기 전이 국면서 M&A냐 몸집 줄이기냐 갈림길
여기에 ‘김승유 체제’의 연장에 이번 외환은행 매수 성공이 작용하면 업적 내기로 국면 전환이라는 해묵은 지적을 또 받을 수 있다. 3연임과 이사회 규정 개정 때에도 70세 제한선 도입 등으로 무리수가 아니냐는 지적을 받은 바 있는데, 이번에 외환은행 인수 성공을 이유로 1년 임기 연장을 또 기하게 되면 장기 집권 체제라는 내외의 지적을 피하기 어렵게 된다.
아울러 실물경제 위기 전이가 본격화될 국면을 앞두고 근래 금융 대응 성공사례 트렌드와 다소 다른 방향의 인수 건이 진행된 상황이라는 문제가 있다.
현재 글로벌 금융시장 재편은 과거와 다른 양상을 띠고 있다고 요약할 수 있다. 금융위기 이전 시대에는 전형적 대마불사론에 기반한 몸집 불리기 자체의 진행 경향이 강했다면, 금융위기 이후엔 서브프라임 사태로 촉발된 미국과 유럽 은행권 내 구조조정 과정에서의 교훈을 살려 일을 진행하는 기류가 강하다고 할 수 있다.
은행과 비은행간 결합이라는 문제는 여전히 매력적이지만, 한때 하나은행의 핵심 벤치마킹 모델로 부각된 바 있으며 소매금융의 강자인 스페인 산탄데르은행이 ABN암로 인수를 할 때에도 소매금융 부분에만 집중한 취사선택을 했듯 아는 영역에 집중하는 성공 모델이 주목을 받거나, 위기 관리 능력 네트워크 능력을 강조해야 살아남는다는 점이 명확해지고 있다고 할 수 있다(JP모건체이스의 위기조기경보 보고서 문화나 골드만삭스가 조직화된 네트워크를 통해 접수한 위기 신호를 감지해 불확실한 위험 상품들에서 비교적 빠르게 손을 턴 사례).
그런데 지금 강세 영역에 분명 차이가 있는, 심지어 ‘하나은행은 가계금융·프라이빗뱅킹(PB)·자산관리·증권 등에서, 외환은행은 기업금융·수출입금융·외국영업 등에서 각각 강점이 있고, 겹치는 부문이 거의 없어’ 운운하는 상황이며, 이번 하나+외환의 진행은 증권이나 보험 등 비은행 강화라는 명분에는 큰 도움이 되지 않는 것들이다. 또 하나대투증권 중징계 건으로 자회사 관리 능력에 대한 의구심이 높아진 상황이다. 하나대투증권은 도이치 옵션 쇼크 사태와 관련 법정 한도를 70배나 초과해 무리한 투자로 막대한 손실을 입는 사고를 일으키는 와중에 중계를 한 바 있고 그로 인해 ‘기관경고’ 처분을 받았다. 매트릭스의 주요 장점으로 꼽히는 위기 대응의 교차 검증과 대응 능력 강화라는 묘미를 잘 살리지 못하고 있는 와중에 다른 영역으로 뻗어나가려고만 하는 셈이다.
결국 3강 1약 체제에서 당당한 4강 경쟁으로 격상하는 데에는 성공했지만, 그만큼 이익 창출 강도를 높이는 문제가 앞으로 남아 있다고 할 수 있으며 이런 점에서 외환은행은 애물단지가 될 여지가 없지 않아 장점만 추려내 흡수하는 화학적 결합이 절실하다고 할 수 있다. 이는 복싱에서 체격 요건인 리치(주먹의 닿는 ‘타격 길이’)가 길면 좋지만, 이것만으로 모든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는다는 주장이 유력하다는 문제와도 유사하다. ‘국내외 금융 경쟁’이라는 링에서 뛰는 문제에서 덩치 못지않게 ‘멘탈 트레이닝’이 중요하게 부각되는 상황에서 하나금융의 변신이 성공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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