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한미FTA 비준에 따라 내년 국내 디지털콘텐츠산업에도 진풍경이 연출될 전망이다. 그러나 이번 FTA 비준 자체에 대한 여야 갈등으로 한미 간의 이해득실을 따지는 진지한 논의의 장을 마련되지 못한 데다, 홍보 부족으로 내년 법 시행을 앞두고 있어 혼선이 우려된다.
정부는 지난 11월22일 한미FTA 비준에 맞춰 저작권법을 개정, 내년 1월1일부터 발효한다고 밝혔다. 이번 개정안은 파격에 가까운 내용을 담고 있어 관심이 쏠린다. 개정안은 영화 등 소위 정보 공유 웹하드 사업자들의 사이트를 즉각 폐쇄시킬 수 있으며, 영리목적의 불법 콘텐츠 유통사업자나 개인에게 법정손해배상금 5000만원 지급 등의 내용을 골자로 삼고 있다.
지금처럼 인터넷상에서 남의 글, 사진, 그림들을 멋대로 올렸다가 저작권 피의자로 형사처벌과 거액의 민사소송 대상자가 된다. 다만 보도, 비평, 교육, 연구 등을 위한 저작물 활용의 길을 터놨지만, 이조차도 저작권 보호 범위가 애매해 논란될 것은 뻔한 이치다.
당장 네이버, 다음 등 국내 포털사업자들도 불난 집 구경할 처지는 못 되는 상황이다. 이전처럼 저작권 피해자들의 호소를 방치하거나 외면할 수 없게 됐다. 국내 포털사 등 인터넷 운영사업자들은 저작권자의 피해구제 요청에 반드시 서면으로 이에 응해야 하며, 후속조치도 서면으로 고지해야만 공범이라는 혐의를 벗을 수 있다.
정부는 고의성이 입증되지 않은 범위에서 이들 인터넷 운영사업자들의 안정적 사업운영을 위해 면책조항을 둬 충격을 완화했다. 그 대안으로 상습적인 저작권 침해사범을 계정영구 정지 등의 방법이 그것이다. 그러나 이마저도 방법이 될 수는 없다. 국내 원저작자가 미국 법원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방법을 사용한다면, 손해배상을 빠져나갈 수가 없다는 전언이다. 더불어 내년부터 미국 로펌회사들이 국내 영업을 게시하고 있어 이 같은 편법소송은 언제든지 가능할 수 있어 큰 변화가 예상된다.
뉴스검색 조차 계약을 맺고 노출시켜줄 정도로 당당했던 포털 사업자들도 이젠 인터넷신문 출판사 등 콘텐츠 프로바이더(contents provider)들에게 조차 고개를 숙여야 할 형편에 이른 것이다.
또 전자책은 배타적 출판권을 인정한 것은 늦어졌지만 다행스러운 일이다. 이미 지난 10월 전자책 판매 면세조항도 ISBN(국제표준도서번호) 부여만으로 면세 처리되도록 법 개정이 이뤄졌다. 다만 이번 개정안은 저작권자 개인에 권리 보호에 미흡한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개정 저작권법은 대기업, 중소기업, 개인 등에 일괄적으로 적용되는 대칭적 권리를 저작권자 개인을 배제함으로써 역차별을 유발할 소지가 크다. 이미 미국은 개인에게 ISBN를 딸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 마련한 상황이다. 미국 전자책 시장의 성장 원동력 중에 하나로 자유로운 개인 출판의 자유 보장이 꼽히고 있다.
흔히 국내 전자출판업계에서 착각하는 것 중 하나가 아마존이 국내에 오면, 누구나 개인이 아마존을 통해 책을 낼 수 있다는 착시현상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아이폰의 앱스토어 아이북스와 아마존은 반드시 ISBN를 요구하고 있다. 그렇지 않고서는 등록이 불가능하다.
어떤 경로든 외국 ISBN 무료발급 사이트를 찾아 개인의 능력에 따라 발급을 받을 수는 있겠지만 그런 개인은 흔하지 않으며, 그렇지 못한 개인 저작권자들은 직접 출판사를 차리지 않고서는 저작권 보호를 받지 못한다.
필자가 운영하는 북씨는 이미 400여명이 가까운 개인작가가 발행한 전자책이 무려 2400여종이 있지만 이중 ISBN 발급을 받은 전자책은 불과 100여건도 안 된다.
약 2300여종의 전자책은 저작권법의 사각지대에 놓인 것이다. ISBN 발급을 출판사에게만 인정하는 제도는 스스로 디지털 콘텐츠의 지적재산권을 포기하라는 것과 마찬가지다. 지금처럼 개인작가들의 전자책 발행이 손쉬운 시대상황에 걸맞게 반드시 변경되어야 한다고 본다. 그리고 개정안에 따르더라도, 현재 개인의 전자책 저작물들이 권리침해를 당해도 구제받을 길이 막막한 것은 이번 개정안의 취약점이 아닐 수 없다.
이를 의식해서인지, 정부는 소송 당사자 비밀유지명령을 추가해 원저작자가 법원 소송 전에 사전 등록 시간을 주기는 했지만 원저작자들이 불완전한 법적 보호를 받게 하는 것 개정안의 취지와도 안 맞는다. 더 심한 가정법을 사용하자면, 미국 시민권자가 국내 원저작권자의 저작물을 복사해 미국에서 ISBN를 따서, 역으로 원저작권자를 소송해온다면, 막아낼 길이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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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용수 디지털셀프출판 사이트 '북씨' 운영자 / 마이디팟 대표 | ||
현재 국립중앙도서관은 전자책 ISBN 신청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고 한다. 정상적 일처리를 할 수 없을 만큼 신청이 몰려든다고 하소연한다. 이처럼 원저작자들은 권리확보에 관심이 많다는 반증일 것이다. 미국민에 비해 상대적으로 우리 국민의 권리를 낮추는 것이야말로 어떤 이득도 없다.
정부가 디지털 콘텐츠산업 육성에 기여하는 일은 개인에게도 ISBN 발급을 허락할 시점에 와 있다는 점을 인식해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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