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세금은 부과 방식에 따라 직접세와 간접세로 나눠볼 수 있다. 간접세는 물건 구입시 자연스럽게 붙어오는 등으로 조세 저항이 적다는 장점이 있지만, 이른바 ‘담세 능력’과 상관없이 부과된다는 점에서 조세 공평성에 어긋난다는 지적이다. “공정한 사회로 가려면 직접세를 강화하고 간접세를 줄여야 한다(한나라당 홍준표 대표, 1일 청년공감 타운미팅 발언 내용 중 일부)”라는 발언이 이런 관점을 반영하고 있다. 하지만 이른바 조세 정의 외에도 간접세 손질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마침 한나라당은 각종 복지성 예산 증액 등으로 ‘민생 챙기기’에 본격적으로 나서는 모양새다. 이런 상황과 필요성 대두에 간접세 담론이 불붙을지 주목된다.
한나라당발 민생 챙기기가 바람을 받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이 기획재정부에 0~4세 보육비 지원과 관련, 적극적으로 여당과 협의할 것을 주문하면서, 특히 박근혜 전 대표를 중심으로 한 민생 예산 증액은 분수령을 넘은 것으로 평가된다.
여당인 한나라당은 정부에서 넘어온 2012년도 예산안에서 민생예산을 1조∼3조원 늘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대학등록금 예산 4000억원 증액은 물론 든든학자금대출(ICL) 실질금리 0%(130억∼200억원 소요)과 청년창업지원 강화(내년 예산 4953억원 소요) 등이 순조롭게 처리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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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계경제가 다시 어려움에 빠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정치권에서 민생 챙기기 바람이 불고 있다. 청와대에서도 영아 보육비용 전향적 지원 발언이 나오는 등 복지 관련 지출 증가 가능성이 그 어느 때보다 높아지고 있다. 이런 와중에 각종 간접세 관련 개혁 작업도 함께 진행돼 저소득층에 오히려 세 부담을 크게 안기는 모순점을 해소하고 소비를 진작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 ||
한편, 이런 바람이 ‘소비 진작’과 ‘민생 부담 경감’이라는 일거양득을 기대할 수 있는 간접세 관련 손질까지 불어닥칠 지 주목되고 있다.
이미 세계경제 악화 우려가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간접세에 손을 대는 문제는 다른 나라에서도 주목하고 있는 방법론이라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중국은 세계 각국이 소비를 줄일 것으로 예측되면서 수출 중심으로 꾸려온 경제를 내수 부양이라는 방식으로 풀기 위해 다각도로 정책을 펴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임금인상으로 인플레이션 부담이 가중되는 상황도 일부러 택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올 정도다. 이런 중국이 11월 들어 대표적인 간접세인 증치세(우리 식의 부가가치세)에 손질을 한 것은 시사하는 점이 크다는 해석이다.
◆증치세 관련 문제 손댄 중국…영국서도 논의 급부상
인민일보 1일자 보도에 따르면, 중국 당국은 세제를 일부 손질해, 부가가치세와 영업세 부과 기준선을 상향 조정하는 징수 기준을 시행하기로 했다. 1일부로 시행되는 수정안을 보면, 상품 판매 및 임금 매출의 부가가치세 징세기준을 월 매출액 5000~2만위안으로, 횟수별 징수 기준 하루 매회 매출액 300~500위안으로 상향 조정했다. 종전에는 상품 판매 징세기준이 월매출 2000~5000위안, 과세 임금 매출의 월 매출액 징수기준은 1500~3000위안, 횟수별 징수기준 매회(하루에)당 매출액 150~200위안이었다.
영업세의 경우도 과거 분기별 징수 기준이 월 영업액 1000~5000위안, 횟수별 징수 기준은 매회(하루에)당 영업액 100위안에서, 월 영업액 5000~20,000위안, 횟수별 징수기준은 매회(하루에)당 영업액 300~500위안으로 조정됐다.
이 조치로 세금 면제 대상 기업의 범위가 확대되는 효과가 발생하게 된다.
아울러, 중국 경제의 심장인 상하이의 경우, 더 큰 간접세 인하 조치가 시범 시행된다.
18일 신화통신에 따르면, 중국 재정부는 상하이지역 일부 서비스 업체를 대상으로 내년 1월1일부터 영업세를 폐지하고 대신 6~11%의 부가가치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적용하는데, 이는 큰 폭의 감세 효과가 있다.
이러한 일련의 간접세 감세 조치는 영세사업자 소득의 증가·구매력 강화와 함께 물가 안정의 효과가 기대된다는 것이다.
현재 유로존 위기 등으로 경기 흐름이 크게 위축되어 있는 영국의 경우도 간접세 조절로 구매력 증가, 물가 안정 등을 기해야 한다는 논의가 나오고 있다.
영국은 현재 추가로 타격을 받을 경우 국가 신용등급 하향 조정 가능성마저 제기되고 있는(29일 신용평가사 피치) 위기 국면인데, 조지 오스본 영국 재무장관은 이에 대한 타개책으로 하원에 출석해 긴축 재정 계획을 공개한 바 있다.
하지만, 이러한 긴축만으로 경제위기를 해결할 것이 아니라 체질 강화를 구상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영국 최대 노동조합 상급단체인 노동조합회의(TUC)는 발표문을 통해 “경제 체질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부가가치세를 삭감하고 공공부문 임금 동결 조치를 철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처 정권 이래 금융 중심지로 번영의 새 전기를 맞았으나 국제경제 악화 국면에서 실물이 뒷받침되지 않는 금융 중심 경제의 허상을 체감한 영국에서 긴축과 간접세 개편 등을 통한 소비 진작 사이의 방법론 논쟁이 본격화할 전망이다.
◆간접세 관련 왜곡 극심…대체세원 마련 과제
우리나라 총 국세에서 간접세가 차지하는 비율은 다른 선진국에 비해 상당히 높은 편인데, 심지어 이와 관련한 조세 공평성 모순은 극복되기는커녕 오히려 커지는 모양을 연출하고 있다.
2010년 총 국세에서 간접세가 차지하는 비중은 52.1%로, OECD 평균인 20%대의 2배를 상회한다. 여기에 지난 10월11일 기획재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조세지출예산서에 따르면, 간접세 세금 감면이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세지출예산서에 따르면, 직접세 감면액은 23조9851억원으로 지난해(22조3555억원)보다 1조6296억원(7.3%) 증가했지만, 간접세 감면액은 6조3956억원으로 지난해(7조3651억원)보다 9695억원(13.2%) 감소했다.
더욱이, 간접세 수입은 2007년 71조2964억원에서 2010년 85조8874억원으로 3년 만에 20.5% 증가했다는 분석도 있다.
걷기 편한 간접세의 매력에 당국이 좀처럼 헤어 나오지 못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가능한 대목이다.
이에 따라 과세 공평성 측면은 물론, 중국이나 영국 등에서 간접세 손질을 통한 소비 진작과 경기 부양을 검토 논의가 불붙은 것처럼, 부가가치세 등 간접세 수술이 절실하다는 지적이다.
직접세로 세원의 초점을 옮겨야 한다는 주장은 일응 과격해 보이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이 같은 논의는 조야를 가리지 않고 나오고 있다. 23일 소상공인연합회 집회에서 투기자본감시센터 허영구 대표가 “부가가치세 등 간접세가 아니라 부자에게 직접세를 더 많이 물려야 한다”고 말한 것과 근래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의 보고서에서 “간접세는 소득 수준이 낮은 취약계층일수록 소득대비 세 부담은 증가한다”며 “따라서 간접세 면제는 세 부담의 형평성을 보완하는 효과가 있다”고 밝힌 것은 대동소이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간접세에 손을 댈 필요성과는 별론으로 이 간접세의 담세 부분이 줄어들 경우 이를 메울 다른 세원을 개발하는 문제가 과제로 남는다는 점은 숙제다.
특히 한나라당 내에서 이른바 친박과 일부 경제통 정치인들이 ‘부자 증세’에 관련, 이견을 보이고 있는 점 혹은 SOC 관련 예산 줄이기 논란 등 한쪽에서 씀씀이가 커질 경우 어느 정도는 다른 재원 개발을 염두에 둬야 한다는 고민거리는 이미 대두된 바 있다.
민생 예산으로 필요한 증액 부분을 부자 증세로 상쇄하는 문제도 쉽게 해결이 나지 않는 형국에서, 상당한 간접세 수입을 포기하는 대신 증세 대상을 늘리거나 하는 논의가 진행되는 것이 녹록하지만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에 따라 경기 부양에 관련한 공감대 형성과 함께, 여당의 정치력 발휘가 절실하다는 지적이다. 이러한 문제의 무게는 ‘홍준표 대표 사퇴 배수진’ 등 소용돌이치는 정국에서 정국의 전면에 나서라는 주문을 받고 있는 친박 진영에 실릴 수 밖에 없어 보인다.
위에서 이미 언급된 한나라당 타운 미팅에서 “작년에는 서민에게는 간접세를 줄이고 부자들에게는 직접세를 늘려야 된다고 했는데 지금은 한나라당에서 그런 얘기가 나오고 있지 않다”는 시민의 지적이 나온 점은, 한나라당은 부자에게 유리한 정당이라는 의심을 세간에서 거두지 못하고 있다는 방증으로 읽힌다. 아울러, 이번에 민생 관련 예산 카드로 일군 성과를 지킬 추가 조치가 적잖이 필요할 것이고 그런 맥락에서 간접세 관련 세계적 흐름이 우리 정치에서도 논의의 의미가 있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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