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23일 코스피 지수가 심리적 지지선으로 여겨지던 1800선이 붕괴되며 극심한 외풍에 시달렸다. 전일 한미FTA 비준안 통과가 주식시장에 호재가 될 것이라는 기대감은 여지없이 무너졌다. 대신 주요국으로 들불처럼 번지는 유로존 리스크와 시장 예상치를 밑돈 미국과 중국의 경제지표 등이 시장을 압박했다. 이날 코스피 지수는 어제보다 43.18포인트(2.36%) 급락한 1783.10으로 장을 마쳤다.
외국인들의 ‘셀 코리아’ 조짐이 심상치 않다. 5거래일 연속 팔자세를 유지한 외국인은 이날도 4217억원어치의 주식을 팔아치우며 지수 하락을 이끌었다. 3700억원에 달하는 개인의 저가매수 공세와 연기금의 800억원대 실탄지원도 하락세를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프로그램 매물도 지수하락을 부채질했다. 이날 프로그램 차익과 비차익거래는 각각 2490억원, 324억원 등 총 2814억원의 압도적인 매도우위를 기록했다.
◆FTA 수혜보다 ‘덱시아 저주’ 더 컸나
전문가들은 스페인의 단기국채 발행 금리 상승과 유로존 은행 부실화, 중국 경기제수 부진 등을 증시 급락의 배경으로 지적했다. 특히 프랑스와 벨기에 합작은행인 덱시아은행의 구제금융 무산 가능성 소식이 외국인의 투자심리를 얼어붙게 한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유로존 위기가 주요국과 각국 금융권으로 번져가고 있지만 상황을 돌파할 묘수가 좀처럼 나오지 않자 외국인이 국내 증시에서 자금을 잇달아 빼가고 있다는 분석이다.
현대증권 류용석 시장분석팀장은 “간밤에 스페인 단기국채 발행 금리가 상승하고 헝가리가 국제통화기금에 구제금융을 신청하는 등 유럽 재정 악화가 가시화되고 있지만 실효성 있는 대책이 나오지 않고 있다”며 “주식 비중을 줄이려는 외국인들이 국내 시장에서 계속 자금을 빼가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대부분 업종에 파란불이 켜진 가운데 기계, 의약품, 철강금속 업종이 3% 넘는 높은 하락률을 기록했다. 한미 FTA 비준안 통과로 수혜주로 꼽힌 자동차와 운송 관련주도 대부분 약세로 장을 마쳤다.
현대차는 2.27%, 기아차 1.24%, 한진해운이 0.24%씩 하락했다. 그러나 중장기적으로 봤을 때 한미 FTA가 자동차 업종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데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모였다.
하이투자증권 고태봉 연구원은 “이번 한미FTA를 계기로 우리나라는 주국을 제외한 세계 2대 자동차 시장인 미국, 유럽과 모두 FTA를 체결한 유일한 국가가 됐다”며 “예정대로 내년 1월 FTA가 발효되면 자동자 부품은 즉시 관세철폐, 완성차는 2017년 1월에 나머지 2.5%의 관세가 없어진다. 바텀업의 용기가 필요하다”고 평가했다.
온종일 FTA 수혜주에 대한 관심이 집중됐지만 큰 지수하락에 관련주들의 상승세에도 빛이 바랬다. 그나마 상승 마감한 것 정도가 위안이었다. 부품주인 만도는 전일대비 2.59%(5000원) 오른 19만8000원으로 장을 마쳤다.
그러나 당초 기대를 모았던 자동차와 IT업종 대형주는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프리미엄 가전 수출 증대로 기대를 모았던 LG전자는 3.44%(2300원) 급락한 6만4600원으로 마감했고 삼성전자도 2% 넘는 하락세를 보였다.
FTA 피해주로 분류된 제약주의 급락은 예정된 수순이었다. 종근당이 8.46% 추락한 1만7850원을 기록했으며 한미약품도 5% 넘게 떨어졌다. 유한양행도 4.35%의 높은 하락률을 기록했다.
이날 코스피 시장에서 상승종목은 상한가 11개 등 193개였으며 하한가 1개 종목을 비롯해 657개 종목이 하락했다. 50개 종목은 보합을 유지했다.
교보증권 투자전략팀 김형렬 팀장은 “유럽문제가 일시적으로 악화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에서 불확실성이 해소된다면 시장이 회복하는 것도 가능할 것”이라며 “주도업종 구분보다는 업종 대표주에 우선적으로 관심을 가져야 할 때이며 패닉상황이 발생하더라도 낙폭이 과대했던 대형주를 중심으로 비중 확대를 준비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새내기주 YG, 매서운 흥행 질주
한편 코스닥 지수도 3% 넘는 하락률 속에 하루 만에 500선을 다시 내줬다. 코스닥 지수는 전일대비 15.2포인트 내린 490.49로 마감했다. 역시 외국인 매도세가 하락 반전의 주범이었다. 이날 외국인은 483억원을 순매도했으며 개인은 400억원어치 주식을 사들였다. 기관은 38억원의 매수우위로 관망세를 보였다.
대장주 셀트리온이 5% 이상 추락하며 체면을 구긴 가운데 새내기주이자 엔터주 기대종목인 YG엔터테인먼트의 상승세가 눈에 띄었다. 23일 신규상장한 YG엔터테인먼트는 장 시작과 동시에 급등하며 상한가로 장을 마쳤다. 반면 경쟁 종목인 에스엠과 JYP엔터테인먼트는 각각 14%, 12% 급락해 대조를 이뤘다.
코스닥 시장에서는 FTA 수혜주가 그나마 빛을 발했다. 부품주인 평화정공과 성우하이텍이 1% 넘는 상승률을 기록했으며 섬유관련 업종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극세사 섬유 제조업체인 웰크론이 2% 이상 올라 선방했다.
이날 코스닥 시장에서는 상한가 13개를 포함해 190개 종목이 올랐고 하한가 9개를 비롯해 770개 종목이 하락했다. 49개 종목은 보합을 기록했다.
환율은 4거래일 연속 상승세를 이어나갔다. 23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일보다 6.7원 오른 1152.0원으로 마감했다. 특히 유럽 국가들의 채권금리가 일제히 급등한 가운데 미국의 3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시장 전망치를 하회하며 안전자산 선호심리에 불이 붙은 것으로 분석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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