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정부가 8·18대책을 발표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수도권 전세가격의 상승세는 꺾이지 않고 있다. 천정부지로 치솟는 전세가격에 전세집을 구하는 서민들의 고달픈 행보는 여전하다. 전세난이 가중되면서 임대시장은 월세가 잠식하고 있는 형국이다. 은행 금리보다 높은 월세전환율 때문에 전세보다 월세로 집을 내놓는 집주인들이 늘고 있는 이유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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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의 8·18대책 발표 이후에도 전세값은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이로 인해 최근 임대시장은 월세가 잠식하고 있다. | ||
최근 부동산정보업체 부동산1번지가 지난 한 달 간 수도권 소재 아파트의 전세가 총액을 조사한 결과, 583조8656억원으로 8·18대책 발표 이후에도 5조6235억원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의 대책 발표 이전과 별 차이가 없는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 셈이다. 특히 조사기간에 부동산 시장이 ‘스톱’되는 추석연휴가 포함되어 있었기 때문에 상승세는 오히려 더 가중된 것이나 다름없다.
이처럼 연일 치솟는 전세가격에 전세난이 가중되면서 최근 주택 임대시장은 월세가 잠식하고 있다. 과거 우리나라의 임대차 시장은 전적으로 전세 위주였지만 최근 그 판세가 달라지고 있는 것. 실제 재계약을 하거나 새 임차인을 찾아 나온 임대 물건의 상당수가 월세 또는 반전세다.
서울 영등포구 반지하 전세에 살고 있는 장 모(28·여)씨는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2년째 전세를 살고 있는데 집주인이 갑자기 오른 전세값 만큼 매월 따로 돈을 챙겨줄 것을 요구했다”고 말했다. 전세값을 올리는 대신 매월 20만원을 요구했다는 것.
재계약 날짜가 지난 시점에서 집 주인의 일방적인 통보였기 때문에 집 주인의 요구에 응하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을 알고, 집주인의 요구는 받아들이지 않았지만 불쾌한 기분과 함께 찜찜한 마음을 지울 수 없었다는 게 장씨 설명이다.
전세값 상승으로 인해 실제 최근 장씨와 비슷한 일을 겪는 임차인들이 늘고 있다. 이와 관련 부동산 전문가들은 우리나라 고유의 전세 제도가 단기간에 사라지진 않겠지만 경제 여건과 인구구조 변화 등을 고려하면 점진적으로 월세가 확산될 수밖에 없다고 설명한다.
최근 통계청이 발표한 ‘2010 인구주택총조사’ 결과에서도 이를 확인할 수 있다. 지난해 기준으로 월세 가구가 전체 조사 대상자의 21.4%를 차지해 처음으로 20%선을 돌파한 것. 월세 가구는 5년 전보다 2.4%p 늘어났고, 같은 기간 0.7%p 줄어든 전세 가구(21.7%)와 맞먹는 것으로 조사됐다.
서울 역시 월세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추세라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세입자들은 대부분 전세를 선호하지만 집주인은 월세로 내놓으면서 수요의 불일치가 심화되고 있는 형국이다.
집주인들이 월세를 선호하는 이유는 은행의 저금리와 집값 안정세에서도 찾을 수 있다. 은행 금리가 연 4~5%인 반면 월세를 놓으면 연 6~8% 정도의 수익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전세값이 상승하면서 월세전환율이 낮아지긴 했지만 투자할 곳이 마땅찮은 시점에 전세보증금을 올려 받느니 은행이자보다 2~3%가량 높은 고정수입이 가능한 월세를 선호하는 것은 집주인 입장에서는 당연한 선택이다.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올해 들어 전세였던 매물 가운데 30% 이상이 반전세나 월세로 돌아섰다. 문제는 임대시장이 월세로 돌아서는 모양새를 보이면서 월세값도 상승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는 데 있다. 실제 부동산 전문가들은 앞으로 월세 가격 역시 오름세를 보일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부동산써브 여대환 연구원은 “내년까지 전세난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월세 물량이 늘어나고 있다”면서 “지속되는 전세값 상승은 월세값 상승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고 이로 인해 세입자들의 고충이 더욱 심해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미친 전세값이 월세값 상승을 얼마나 부추길지는 좀 더 두고 봐야 알겠지만 전세난에 허덕이다가 월세로 돌아선 세입자들에게 또 한 번의 시련이 찾아올지도 모르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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