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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강공업 골칫거리 ‘슬래그’ 어찌할꼬?

[급변하는 환경산업 ②] 슬래그 재활용 ‘유해 논란’ 여전

임혜현 기자 | tea@newsprime.co.kr | 2010.10.08 17:25:46

[프라임경제] 철은 산업의 쌀이다. 그러나 철강산업이 꽃피려면 달갑지 않은 부산물이 나온다. 우선 그 하나는 높은 열로 철을 정련하는 긴 과정에서 부득이 다량으로 발생하는 탄소이고, 또 하나는 슬래그(Slag 찌꺼기)다. 

철강을 만드는 방법에는 크게 고로 방식과 전기로 방식 두 가지가 있다. 고로(高爐, 용광로) 방식이든 전기로 방식이든 철강을 뽑고 나서는 찌꺼기가 나오게 되는데, 이것을 슬래그라고 한다. 쇳물은 용광로 아래쪽에 모이고 나머지 불순물은 불순물 결집을 위해 넣은 석회석과 합쳐지는 등으로 쇳물 위에 뜬다. 하지만 이 슬래그는 중금속 등이 많이 함유돼 있어 처리가 쉽지 않다.

◆철강업체, 단체로 슬래그 무단 폐기 범죄도

이 같은 처치곤란 슬래그 때문에 과거부터 철강업체들은 상당히 곤욕을 치러 왔다.

일례로 1989년 2월 부산지방검찰청에서는 동국제강에서 나온 슬래그를 흙으로 위장, 무단 매립한 혐의로 폐기물처리업체와 동국제강을 수사했다. 산업폐기물법 등에 따르면 유해한 슬래그를 위장 매립한 당사자뿐 아니라, 처리 능력이 애초에 모자라는 업체임을 알면서도 눈감고 위탁한 동국제강의 경우에도 공동정범을 인정하거나 방조를 문제 삼을 수 있기 때문이다.

비단 동국제강 뿐만 아니라 한보철강(훗날의 충남 당진 현대제철) 역시도 검찰에 의해 슬래그 무단 투기 사항이 적발당할 정도로, 한국 철강 역사는 슬래그에 의해 얼룩져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진=오래되어 시멘트 분진이 날리는 건물이나 건축 중이어서 분진이 날리는 건물은 슬래그 시멘트의 위험성을 방증한다는 지적이다. 사진은 홍콩의 낡은 콘크리트 건물과 축조 중인 미완성건물들(프라임경제 자료사진)>
◆철강업체, 시멘트로 돌파구 뚫다?

한편 철강업체들은 슬래그 처리를 놓고 돌파구를 찾게 된다.

바로 건설 자재에 슬래그를 공급, 혼입하는 것이다. 찌꺼기를 거르기 위해 넣는 석회석으로 인해 태어난 슬래그는 태생적으로 석회 비율이 있기 때문에, 이를 사용해 시멘트 등을 만드는 방식에 눈을 돌리게 된 것.

이는 유럽에서 이미 1970년대부터 시도되었던 방식이기는 하지만 어쨌든 국내에서도 차용돼 인기를 얻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를 놓고도 슬래그 시멘트가 유해한가에 대한 논쟁이 1990년대 후반부터 국내에서도 불붙기 시작했다. 즉 슬래그를 원료로 사용한 시멘트를 다시 구성 원료로 사용하는 콘크리트가 인체에 무해한가, 혹은 유해한가의 논의다.

슬래그는 이른바 6가 크롬 등 중금속으로 인해 인체 유해 물질로 분류되는 것인데, 콘크리트에 이 같은 슬래그를 쓸 수 있느냐는 것이다. 환경단체들은 이 당시 유해론을 폈지만, 부정적 시각을 견지하는 쪽에서는 콘크리트가 반죽 상태로 유지되는 것도 아니고 일단 소결이 되어 건축자재로 사용되면(굳어지면) 6가 크롬 방출은 없으며 유해성을 논할 필요가 없다고 주장했다. 이런 논의를 펴는 쪽에서는 이미 유럽에서 일찍부터 슬래그 시멘트 논쟁이 끝났다는 점을 함께 언급했다.

하지만 이는 최근 큰 문제를 낳고 있다.

최근 국내 시멘트에서 6가 크롬 과다 검출 문제가 불거진 것은 우연이 아니다. 환경과학원은 2008년 9월부터 매달 국산 시멘트 성분분석 결과를 공개해 왔는데, 6가 크롬 함량이 최근 또다시 자율 기준 이상인 시멘트 제품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율 기준을 초과한 제품이 나온 것은 현대시멘트(2009년 4월), 고려시멘트(2009년 8월)에 이어 세 번째다. 일본산 수입제품의 6가 크롬 함량은 ㎏당 7.51㎎으로 국산 제품 평균치보다 낮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여기서 시작된다. 이처럼 6가 크롬 함량이 과다한(일본 시멘트의 함량보다 과다한) 한국 시멘트로 구성된 콘크리트 건물이 있다고 하자.

콘크리트 건물이나 시멘트로 건축된 건물 등이 과연 덩어리로만 존재하느냐다. 건물의 마모, 멸실 등으로 인하여 이같은 중금속 슬래그 시멘트는 분진 상태로 얼마든 나올 수 있다. 과거 시민단체 등이 내놓은 조사 결과를 보면 우리나라 신규 아파트와 전국 각지의 콘크리트를 조사한 결과 ㎏당 적게는 15㎎부터 많게는 75㎎까지 크롬이 추출됐고, 거리 공기포집 결과 각종 중금속이 일본의 3배, 크롬은 5배나 많이 검출됐다는 주장도 있다.

◆포스코 책임론

슬래그와 관련 가장 큰 문제들은 포스코가 만들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선 포스코는 2008년 광양만권 어민들의 포스코 광양제철소로 인한 해양 오염 반발에 직면한 바 있다.

포스코는 광양제철소의 슬래그를 매립 처리해 왔는데, 광양만권 어업피해대책위원회는 슬러그 매립으로 인한 침출수 유출에 따른 어업피해 조사를 당국에 요구했다.

참고로, 포스코 광양제철소가 1987년 첫 가동을 시작으로 수십개의 대형 공장과 발전소 9기를 건설하여 각종 오폐수를 방류해 해양오염으로 2003년 6월 광주지방법원 순천지원으로 부터 9억7000만원을 부과 받은 바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포스코가 슬래그 처리에 소극적이고 방관자적 태도를 내놓고 있는 점은 다른 곳에서도 발견된다. 포스코는 2004년 이래 슬래그 등 재활용을 목적으로 연구에 매진 중이다. 폐기물의 활용가치를 높여 수요산업에 유용한 자원으로 공급하는 기술 개발에 중점을 두고 있다. 또 슬래그를 인공어초, 해중림초, 해조 복토재, 전복 양생기 등 바다목장화사업에 활용할 수 있는 기술을 적극 개발키로 하고 지역내 어민단체와 협력하는 방안을 모색한 지 오래다.

문제는 슬래그로 만드는 각종 생산물은, 해양에 투입되는 경우에도 분말 등이 나는 경우 역시 이 슬래그 시멘트와 마찬가지로 생물들에게 유해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에서 자유로울 수 없어 보인다.

이에 따라, 슬래그 문제를 놓고는 기술적 발전만 논할 게 아니라, 일반 시민 사회계와도 공감대를 형성하도록 철강산업계에 대한 견제가 이뤄져야 할 필요가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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