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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민많은 3대세습' 단면 드러낸 김정일 당비서 재추대

김정은 기반 굳혀주기엔 시간 모자라 3대 세습 先선언+後보완 택한듯

임혜현 기자 | tea@newsprime.co.kr | 2010.09.28 14:43:03

[프라임경제] 결국 단행된 3대 세습 체제가 구축됐다. 그러나 예전같지 않은 김씨 일가의 위상이 예고되는 2010년 권력 승계 구도라 향후 진통이 예상된다.

북한이 독재국가 중에서도 유례를 찾아보기 어려운 3대 세습 구도 밑그림 그리기에 본격적으로 나선 가운데, 28일 오후 2시에는 '김정일 당비서 재추대'라는 '중대발표' 소식이 타전되면서 향후 북한 권력 구도가 어떻게 펼쳐질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44년만에 소집된 노동당 대표자회 맞춰 김정은 대장 승진

북한은 김일성의 손자이자 김정일의 아들인 김정은에게 대장 계급을 달아줌으로써, 김정일의 뒤를 이를 후계자가 대내외적으로 천명한 바 있다.

이로써 작년 1월 김정은을 후계자로 내정한지 1년9개월만에, 고 김일성 주석이 아들 김정일 위원장에게 넘겨줬던 세습권력을 손자 김정은이 다시 이어넘기는 초유의 권력승계 구도를 공표했다.

김정은이 대장 칭호를 받은 것은 후계구도 공식화의 신호탄으로 받아들여진다. 북한의 사회구조상 노동당은 군을 통수하는 것으로 돼 있지만 북한은 그간 고난의 행군기 등 어려운 시기를 거칠 때마다 군의 위상이 상대적으로 높아지는 상황을 여러 번 드러내 왔다.

현재 김정일의 공식 관직이 국방위원장이라는 점도 군이 북에서 갖는 현실적 위상을 반영한다.

1982년생으로 추정되는, 아직 어린 김정은에게 대장 계급을 무리하게 수여하는 것은 북한이 김정은의 위상을 단기간 내에 굳히는 데 사력을 다하고 있음을 방증하는 조치로 풀이된다.

◆아직 위상 더 키우기엔 무리 판단 작용하나?

하지만 28일 오후 2시에 타전된 북한의 중요발표는 이같은 후계 구도가 공식화되는 상황에도 불구하고, 김정은의 위상이 아버지대(김정일 국방위원장 통치시대)만 못할 것이라는 예측을 낳고 있다.

우선, 김정은이 대장으로 승격되자 북한이 28일 제3차 당대표자회에서 정치국 상무위원이나 위원, 비서국 비서 같은 고위직을 추가로 김정은에게 부여할 것이라는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는 추측이 많이 나왔다.

대대적 인적 개편 등 김정은 시대를 개막하기 위한 물갈이 수순도 예상된 바 있다.

하지만 28일 오후 특별방송은 '김정일 노동당 당비서 재추대'를 뼈대로 하는 단일 아이템만 던져줬을 뿐, 여하한 내용을 담지 않아 수수께끼처럼 받아들여지고 있다.

김정은에 대한 추가 관직 임명 소식이 같이 전해질 것이라는 전망은 일단 보류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44년만에 평양서 열린 것으로 보이는 제3차 노동당 대표자회인 만큼, 중요한 획을 긋기에는 적당하고 드라마틱한 무대임에는 틀림없으나 북한이 이같은 수를 피했다는 것.

이를 놓고 김 위원장이 이번 당대표자회에서 당 총비서로 다시 추대된 데 여러 의미가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즉, 당의 권력을 김정은에게 줘 명실상부 당과 군을 손에 쥐도록 하기에는 여건이 성숙하지 않다는 점을 북한 지도부가 인식하고 있고, 그나마 아무 조치도 안할 수는 없기 때문에 군 대장이라는 칭호로 가급적 많은 권한을 주면서 대중(인민) 앞에 김정은 시대 개막의 청사진을 제시했다는 것이다.

김정일은 프랑스 의료진에 의한 뇌수술설 등 많은 뉴스를 낳으면서 건강 이상을 의심받고 있다. 심지어 여러 정보를 취합한 뒤 오래 살기 어렵다는 추측을 주변국가들이 하고 있다는 보도도 나오고 있다. 어느 때보다 승계 구도 확립에 무리수를 둘 법한 상황이다.

하지만 김정일은 김정은에게 군 대장 이상의 영예를 주기에는 (아직) 어렵다는 쪽으로 판단을 최종 정리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의 내부 사정이 폐쇄적이기는 하지만, 자신이 세습할 때보다는 여러 모로 사정이 다르다는 점을 절감한 것으로 풀이된다. 아울러 근래에 중국을 방문하였을 때 중국 지도부로부터 언질을 받은 내용을 최대한 반영할 것이 이번 조치일 것을 계산에 넣으면, 북한의 세습 구도가 2대 세습 당시와 다른 정도로 진행될 수 밖에 없다는 고립된 상황에 몰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후계자로 일찍이 낙점돼 수업을 받은 김정일과 달리 김정은은 나이 뿐만 아니라 많은 면에서 직접적으로 많은 짐을 한꺼번에 물려받기는 어렵다는 문제도 있다.

결국 김정일은 불편한 노구를 이끌고 노동당을 직접 이끌면서 김정은을 위한 시간벌이를 최대한 하려는 시간과의 싸움에 나선 것으로 볼 수 있다.

◆국방위원장 타이틀 물려주기 위한 마지노선까지 물러섰나?

김일성이 사망했을 당시 김정일이 '주석'직을 물려받지 못하고 국방위원장으로 만족한 것을 기억하는 많은 이들은 그래서 김정일 이후 김정은이 현재와 같은 느린 승계를 할 경우 권력이 많이 약화될 수 밖에 없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에 따라, 김정일로서는 일단 대장이라는 위치에서 군과의 소통, 장악 채널을 아들이 확보하고 노동당과 관련한 여타 체제 장악 능력을 기를 수 있도록 천천히 배려할 것으로 보인다. 이 과정에서 3대 세습을 위한 김정은의 직함은 언감생심 주석의 권위는 될 수 없고 최대치가 국방위원장직 승계이기 때문에, 일단 노동당에서 위상을 키우지 못할 사정에서는 대장직을 얻을 필요가 높았던 것으로 보인다.

결국 김정일은 시간과 여건이 불리한 상황에서 많은 비판을 의식하면서 세습을 추진해야 하는 불리한 사정에서 어정쩡한 봉합을 일단 시도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가장 현명한 선택으로 보이지만, 가까운 시일 내에 김정일의 신변에 이상이 생기는 등 돌발 상황에서는 문제 폭발 가능성을 안고 있다는 점에서 이번 북한 내 동향은 세계인들의 관심을 끌 수 밖에 없어 보인다. 이에 따라 북한이 다시금 시도할 6자 회담 참가국들에 대한 외교적 압박 등 '줄타기 외교' 역시, 멀지 않은 시간 내에 위력이 점차 떨어질 것이라는 기대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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