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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한금융그룹은 지난 8월 4일에는 2200억원의 상생경영 자금 쾌척 방침을 밝힌 데 이어, 신한지주 라응찬 회장이 상생 관련 업무를 직접 챙길 것이라는 열의를 보인 바 있다. 이에 그치지 않고 1일 '창립 9주년'을 맞이, 상생경영의 중요성에 대해 또다시 강조함으로써 향후 그룹 경영 과정에서 이 키워드가 차지하는 위상이 만만찮을 것이라는 일부 관측을 확인했다.
◆中企에 '단비'될 2200억, "지속가능 경영 전제조건" 의미부여
1일 기념사를 통해 신한지주 신상훈 사장은 "우리는 2년간 정체돼 있었다"며 금년을 재도약의 원년으로 삼자는 당부를 하는 한편, "상생경영은 선택의 대상이 아닌 지속가능 경영의 전제조건이며 반드시 가야 할 길"라고 확인, 강조하고 "앞으로 상생경영이 차질없이 이행될 수 있도록 중소기업 지원과 서민 생활의 안정을 위해 금융회사로서 할 수 있는 일들을 성실히 이행해 나가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 사장은 "'금융보국' 창업정신을 이어가고 그동안 쌓아 올린 신한만의 가치를 스스로 지켜가야 한다"며 이같은 일련의 흐름에 대해 강한 의미와 사명감을 부여했다.
실제로 신한금융그룹이 내놓은 중소기업 지원책은 규모 뿐만 아니라 내용에 있어서도 파격적이라는 평이 일반적이다.
임금이 낮은 중소기업 취업자 5000명에게 급여 보전 차원에서 월 30만원씩 3년간 적금이나 펀드에 직접 불입해 주기로 하고(일명 '미래희망펀드'), 또 기초생활 수급자들에겐 은행거래 수수료를 모두 면제한다.
미소금융 출연금도 500억원에서 700억원을 늘릴 계획이다. 아울러 거래 중소기업에 대해도 2조,000억원 한도 내에서 시설자금대출 금리를 감면(최초 1년 1.0%포인트, 만기까지 0.2%포인트 인하)해 줘 총 420억원의 이자 부담을 줄여주기로 했다.
◆"반드시 가야할 길" 신상훈 독트린 이면사상은 '肉斬骨斷'
하지만 이처럼 사회공헌을 하는 데 대해 '받은 만큼 돌려준다'거나 하는 대신 '성장의 전제조건'이나 '반드시 가야할 길' 등 비장한 표현을 쓰는 데에는 의아함이 있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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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상황에서 나온 '신상훈 선언'은 상당한 의미를 갖는다는 것.
현재 주요 금융그룹들의 사정을 살펴보면 이해가 빠를 수 있다.
신한금융그룹은 2분기 당기순이익 5886억 원을 달성했다. 직전분기 금융권 최고 실적을 자랑한 데 이어 이번에도 시장 컨센서스를 상회하며 '리딩뱅크'의 위용을 자랑한 것이다. 특히 2분기에는 대부분 은행들의 순익이 감소하면서 신한의 ‘독보적 선전’이 빛을 더욱 발했다.
하나금융지주와 비교해 보면, 하나금융지주는 2분기 순이익은 1808억원으로 전분기대비 39% 감소했다. 이는 시장의 예상치 2000억원보다 200억원 가량 낮은 수치였다.
이같은 순이익 감소는 기업구조조정 등 대손 비용이 전분기의 1665억원에 비해 55% 증가한 2588억원에 달한 영향이 가장 컸다는 풀이다.
KB금융은 어윤대 회장이 '비만증 환자'라고 한탄할 상황이라 좋은 사정이라고까지는 할 수 없고, 우리금융은 충당금 문제와 경남은행 PF 관련 금융사고로 민영화 추진에 이런 속사정들이 행여 마이너스가 될까 초상집 분위기다.
바로 이런 사정이기 때문에 2200억원 출자안이 의미와 파괴력을 키울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하나금융지주는 김종열 사장이 지난 번 컨퍼런스콜에서 밝혔듯 "M&A(인수합병) 등을 위해 내부에서 조달할 수 있는 금액은 2조원 가량"이라면서 4위권으로서의 한계를 벗어나기 위해 모든 여윳돈을 M&A로 돌리는 모양새다. 충당금 문제로 타격을 받은 KB와 우리금융은 더 말할 게 없다.
여윳돈을 상생경영 등으로 쓸 여력이 있는 금융회사는 실상 없다시피 하다는 것. 이런 사정 속에서 신한금융그룹의 상생경영 지원 방침은 다른 금융기관들을 압도할 카드로 기능하기 충분하다.
문제는, 좋은 일에 앞장선다는 부러움의 대상이 되는 이상으로 이 사업이 의미가 있느냐는 것인데, 신 사장이 '반드시 가야할 길'이라고 해석하는 게 가능할 정도로 신한금융그룹으로서도 이 사업의 의미가 만만찮다는 데 있다.
우선, 이미지 업그레이드 효과에 대해 많은 이들이 주목한다. 현재 MB정부는 대기업에 대해 각종 압박을 해 오고 있는 와중이고 이에 따라 실상 여유가 있는 금융그룹으로서 중기 상생에 참여하라는 압박을 받을 수 밖에 없는데 아예 앞서 카드를 던지고, 이미지 관리 효과까지 노리는 게 아니냐는 것.
하지만 이처럼 상생 자금을 투입하면서 신한금융그룹에 다시 돌아올 부분은 의외로 크다.
우선 미래희망펀드는 중소기업 입사자들에 대해 펀드나 정기적금 등을 만들어, 신한금융측이 매달 30만원씩 3년간 직접 불입(총 1,080만원+이자)해 주는 내용이다. 지원 대상은 신한금융이 9월 개최하는 취업박람회를 통해 중소기업에 입사하게 될 33세 이하 취업자로, 약 5000명에게 지원할 계획이다.
신한금융그룹 관계자는 이번 '희망펀드'에 관련한 문의에 대해, "신한의 적금과 청약저축 등을 택하게 된다"고 말하고 "단, 따로 특별상품이 준ㅤㅂㅣㄷ히지는 않는다"고 말해 기존 상품 중 하나를 택하게 된다고 말했다. 이 5000명의 지원 대상자는 신한금융그룹에서 나올 지원금을 받기 위해, 신한에서 발급하는 상품에 가입하는 신규고객이 되는 셈이다.
◆급여통장, 장기거래 상품 고객들 다수 확보하면 투자 효과 이상 뽑는다?
그런데, 2006년 어느 은행에서 조사한 내부 보고서를 보면, 급여이체 실적 150만원 이상, 신용카드 10만원 이상, 필수가입상품 잔액 50만원 이상인 직장인을 모델로 집계한 결과, 직장인 고객 1명이 은행에 가져다 주는 수익은 연간 90만2000원에 달한다. 관련 거래가 있는 은행을 통해 대출을 받는 경우가 많아, 이로 인한 수수료 및 이자 수익은 1년 평균 51만6000원이 나오고 또 월급통장 등 유동성 예금에서 나오는 수익도 19만1000원이었으며 카드이용에서는 9만9000원, 연금신탁을 통해서는 7만1000원의 수익을 얻는다는 것.
장기거래 고객 5000명의 힘을 이 보고서 결과에 대입해 보면, 신한금융그룹이 입을 효과는 투자금의 크기에 비해서도 작지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
신한금융그룹과 거래를 새로 트거나, 늘리는 중기에 대해 지원을 강화하겠다는 여신 3종 세트 역시 의미심장한 부분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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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기업(개인사업자포함)을 위한 특별자금을 조성해 금리우대 혜택 및 유동성을 지원하고, 자금용도별로 최대 연1.0%의 금리혜택을 제공하는 기업여신 신상품 3종을 출시한다는 것인데, 유망 중기의 속칭 주거래 은행을 신한은행으로 옮기는 효과가 예상된다는 것.
신한금융그룹 측도 거래 관계 이전 가능성에 대한 이같은 해석에 대해 "세부 상품은 (각 소속) 회사별로 마련 중인 것으로 안다"고 말해 향후 시너지 효과가 더 커질 것임을 시사했다.
결국 이같은 상생경영의 이면에는 '금융보국'이라는 충정이 물론 큰 부분을 차지하지만 유리한 지위를 사용한 다른 금융기관들과의 경쟁, 즉 육참골단을 노린 것으로 볼 여지도 없지 않다. 장기거래 고객들을 중소기업에 다수 확보하고 유망 중기와 거래 관계를 트는 신한금융그룹의 추진력이 숨어 있으므로, '반드시 가야할 길'이라는 해석이 지나치지 않다는 것이다. 아울러 '월급통장의 힘' 같은 작은 부분도 소홀히 하지 않는 범상찮은 능력이 오늘날 9주년만에 리딩뱅크로 끌어올린 힘임을 알리는 것이기도 해 더 눈길을 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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