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외국계 투자펀드에 대한 과세가 점차 강화되고 있다. 외환은행 대주주인 론스타를 비롯, 그동안 국내에서 활동하는 펀드들은 갖가지 방법으로 양도세나 법인세를 거의 내지 않는 사례가 적지 않았다. 조세피난처에 회사 등록을 하고, 자산담보부증권(ABS) 발행을 통한 부동산 매각 등의 방법으로 세금을 회피하는 게 대표적 방식이다.
그러나 최근 국세청은 물론 기획재정부 등의 과세 허점 점검·보완이 지속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국세청, '페이퍼 컴퍼니'&'고정사업장' 개념 적극 활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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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세협정을 맺은 국가에 회사가 설립돼 있으면 협정에 들어가 있는 이중과세 방지 조항 때문에 국내에서 올리는 소득에 과세할 수 없다. 하지만 이런 점을 악용해 세금이 없거나 없다시피한 조세피난처에 껍데기 뿐인 회사(페이퍼 컴퍼니)를 두고 실체적 회사는 다른 나라에 두면서 악용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같은 악용 방식이 횡행할 수록 과세 노력과 법리 연구 역시 계속적으로 이뤄져 왔다. 페이퍼 컴퍼니 이면의 실질 회사에 대한 과세 노력과, 이 논리에 이른바 '실질 사업장' 개념을 병행하는 시도가 계속돼 왔다.
페이퍼 컴퍼니 이면의 (우리 나라가 과세를 할 수 있는) 실질 회사를 찾아낸 경우로는, 영국계 라살레 인베스트먼트 사례가 있다.
이달 18일에 서울고등법원 행정7부는 영국계 투자회사가 우리나라와 조세협정을 맺은 벨기에에 서류상 회사(페이퍼 컴퍼니)를 설립한 뒤 국내에서 수백억원의 부동산 양도 차익을 얻어놓고 세금을 내지 않은 것은 부당하다고 판단했다. 이 사건은 지난 2009년 8월 1심(서울행정법원)에서도 조세당국이 승소한 바 있다.
재판부는 "벨기에 이외의 국적을 가진 비거주자가 벨기에에 법인을 설립하고 그 법인의 이름으로 국내에서 자본이득을 목적으로 사업을 진행하는 경우 벨기에에서 정상적인 사업활동이 없고 국내 거래행위에도 조세 회피를 위해 형식적 거래당사자 역할만 수행했다면 한국-벨기에 조세조약상 양도자라고 인정할 수 없다"며 "실질적인 이익 귀속 주체는 영국 법인인 라살레사로 봐야 한다"고 판시했다.
'고정사업장'을 국내에 둔 회사이므로 한국에 납세 의무가 발생한다는 논의를 보다 명확히 한 사례도 최근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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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최근 론스타 자회사의 외환은행 지분 매각에 대한 과세 적정성 논란에 대한 조세심판원 결정이 나오면서, 해외펀드 과세에 대한 관심이 다시 높아지고 있다. 사진은 외국계 자본에 넘어간 이후 줄곧 도마에 오르고있는 외환은행(본점)> | ||
하지만 국세청은 벨기에에 설립된 LSF-KEB홀딩스를 한국-벨기에 조세조약 적용 대상(이중과세 방지 혜택 대상)이 아니라, 세금을 탈루하기위해 설립된 가짜 회사라는 논리로 접근한 다음, 실체 격인 론스타는 우리 나라에 이른바 고정사업장을 둔 자이므로, 론스타가 올린 소득은 주식 양도차익이 아니라 사업소득으로 인정해야 한다고 복잡한 단계적 이론을 세웠고, 이 주장이 조세심판원에서 인정됐다.
◆세법 제도도 보완, 과세 대상 명확 분류
기획재정부는 24일 파트너십 해외 사모펀드가 국내에 투자할 경우 사모펀드의 성격을 명확하게 구분해, 그 성격에 따라 과세키로 했다고 밝혔다. 빠르면 관련 규정이 정기국회 논의 후 내년 1월부터 시행될 것으로 보인다.
현행 조세 체계에 따르면 외국법인에는 법인세가 과세되고 기타 외국단체에는 소득세가 과세되고 있지만, 파트너십(2명 이상이 영리목적으로 공동사업을 영위하기 위해 세운 단체) 해외 사모펀드는 그 성격이 모호해 과세 당국의 과세가 어려웠다.
론스타펀드Ⅲ L.P.(유한파트너십)가 지난 2004년 강남 스타타워를 매각해 벌어들인 소득에 대한 과세를 소득세로 할 것이냐 법인세할 것이냐를 둘러싼 소송이 대표적인데, 금년 초 내려진 2심 판결에서는 이 스타타워 매각의 소득은 소득세로 할 수 없고, 다만 법인세 부과는 가능할 것이라고 언급된 바 있다.
재정부는 현행 내국법인에 적용되는 파트너십 과세기준을 외국계에도 적용키로 했는데, 이같은 스타타워 재판 과정에서의 법원 태도도 적잖이 참고된 것으로 분석된다.
따라서 제도 개편이 매듭지어지면, △법인격이 부여된 경우 △유한책임사원(LP) 구성 △유한 및 무한책임사원으로 구성되고, 자산의 소유권 및 거래의 법적 효과가 사업체 자체에 귀속되는 경우 등도 모두 외국'법인'으로 분류해 법인세를 과세할 전망이다.
◆조세회피국가에 회사 둬도 정보 샅샅이 뒤진다
이처럼 각종 제도와 법리를 내부적으로 다듬는 외에도 펀드 등이 존재하는 조세회피국가들과 연이어 정보교환협정을 맺는 등 압박 인프라 구축에 한창이다.
이전 같으면 어려울 이야기지만,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국제적인 투기자본 규제 움직임이 강화되면서 이를 활용하게 된 분위기다.
재정부는 2일 버뮤다, 마셜제도등과 조세정보 교환협정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벨기에와 싱가포르, 이탈리아 등과는 이에 앞서 조세조약상 정보교환조항 개정에 가서명한 상태다.
국회 비준 등의 절차를 거쳐 정식 발효되는 경우 당장 2011년부터는 이들 국가를 통한 탈세거래에 대해 과세정보를 요구할 수 있다.
물론, 정보교환협정 체결만으로 조세회피국가에 허수아비 회사를 세운 펀드 등에 과세가 바로 가능하지는 않지만, 정보를 살펴 봄으로써 실제 회사에 과세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한국을 조세회피가 쉬운 국가로 보는 사업을 추진하는 것을 예방할 '심리적 압박' 효과 역시도 상당해지기 때문에 적잖은 이익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에 따라, 펀드가 투자 명목으로 한국에 들어와 투기 수익을 거둬 나가는 현상은 앞으로는 점차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해외 펀드 등의 입장에서도 합리적인 조세를 부담함으로써 해외 자본에 대한 뿌리깊은 적개심과 속칭 '먹튀' 논란으로부터 점차 자유로워지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현재의 정책 흐름이 감정적 보복 조치가 아니라 펀드 등 투자자본과 한국의 관계가 한 단계 수준을 높이는 계기가 될 수 있을지도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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