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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SK·신한카드, 肉斬骨斷 각오의 차이

하나,과열 우려에도 새시장개척 롯데·신한 등 동종업계와 비교돼

임혜현 기자 | tea@newsprime.co.kr | 2010.08.23 17:12:07

   
<사진=서울 하나카드 본사>
[프라임경제] 외부에서 새 시장을 개척하느냐, 떨어지는 감을 기다리느냐?

모바일 카드 시장 선점 기치를 든 하나SK카드가 당초 기대만 못하다는 평을 듣고 있는 가운데, 시장 개척 방법을 놓고 여타 카드사들과 비교되고 있다.

최근 시장 점유율 급상승을 보이며 눈길을 끌고 있는 롯데카드나, 금융그룹 내 타영역과 시너지 효과로 화제를 모은 바 있는 신한카드와 대조되고 있는 것.

◆경쟁 과열 우려 사지만 수요 창출엔 한계

하나SK카드는 최근 CJ그룹과 제휴해 전월 사용실적 제한 없이 할인과 적립 혜택을 주는 '하나SK CJ 티타늄카드'를 선보이거나, 모든 가맹점에서 최대 3개월 무이자 할부 서비스를 연말까지 시행한다고 밝혀 업계의 시선을 끌고 있다. 카드대란 이후 보통 전월 실적 조건을 혜택 제공 조건으로 내세우는 것이 일반적이고, 가맹점이 질 부담을 카드사가 떠안는 경우도 이례적이기 때문.

특히 SK텔레콤과의 협력 강화를 기반으로 탄생한 터치1, 터치7, 터치S 등도 각종 혜택을 내세우면서 SK텔레콤 고객을 유혹하고 있다.

하지만 터치1의 경우 출시 3주에 2만장 발급 돌파, 터치S는 판매 1주일을 기준으로 1만좌를 돌파를 기록한 바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나름대로 높은 성과지만 2500만 SK텔레콤 가입자를 잠재고객으로 염두에 두고 시장 선점에 나선 것 치고는 초라하다는 지적을 면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일례로 터치S카드가 연계 상품 즉 파트너로 설정하고 있는 갤럭시S는 6월 24일 출시돼, 7월 4일까지(약 1주 남짓) 14만2000여대가 팔린 것으로 집계되고 있는데, 이를 감안하면 10% 미만의 고객이 하나SK카드의 연계 상품에 관심을 보인 셈이다.

하나SK카드는 가입 방법을 쉽게 했다는 강점을 터치S에 실어준 바 있다. 전국 2500여 SK텔레콤 대리점에서 휴대전화 가입과 함께 가입 신청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막강한 지원을 등에 업었다.

하지만 한때 유행한 선포인트 카드처럼, 실상 제시된 혜택을 모두 누리기 위해선 지출해야 할 부담이 만만찮다는 점에서 많은 갤럭시S 구입자들은 매력을 느끼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예를 들어 갤럭시S를 구매한 후 24개월 약정에 4만5000원짜리 요금제를 선택했다면 단말기 대금 30만원을 납부해야 한다. 이때 터치S에 가입하고 매달 50만원 정도 사용하면 단말기 대금을 포인트로 갚을 수 있다고 할 때, 휴대폰 요금 할인이나 단말기 대금을 위해 주거래 카드를 사실상 옮기기에는 2% 부족했던 게 아니냐는 것.

터치1 역시 모든 혜택을 누리기 위해서는 SK텔레콤 고객이자, T멤버십을 가입했어야 하며 그 한도가 남아 있어야 하고 전월 사용 20만원 이상이 충족되어야 하는 등 까다로운 전제 조건이 있다는 풀이다<표 참조>.

   

결국 제한된 SK텔레콤 고객이라는 풀(Pool)을 놓고 많은 혜택을 제시하지만, 꼭 이것이어야만 하는 '킬링 포인트(Killing Point)'를 보여주는 정도는 못 된 게 아니냐는 해석이다.

이같은 사정은 지난 2개 분기 동안 연속으로 하나SK카드가 적자를 내온 점과 연계된다. 초기 투자 비용으로 이해하는 기류도 있지만, 이미 2005년으로 거슬러 올라갈 정도로 하나금융지주와 SK텔레콤 두 기업간에는 오래 전부터 카드 합작의 움직임이 있었는데 그 기간 동안 세부적인 시너지 효과 창출 노력은 없이 2009년 11월 분사를 맞이했다고까지 해석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모기업격인 SK텔레콤과 하나금융지주만 믿고, 떨어지는 감만 기다리는 패턴이 실질적인 첫 영업년도부터 자리잡은 게 아니냐는 우려까지도 낳을 수 있는 대목이다.

◆경쟁사들은 장기적 포석으로 밖에서 고객 끌어오는데

   
이런 가운데, 같은 전업계 카드사인 신한카드나 롯데카드는 적극적으로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지난 2009년 롯데카드는 디씨플러스카드의 사례를 보자. 2009년 6월 말 출시 이후 100여일 동안 롯데카드는 동상품에 20만명 이상의 회원을 모집했으며 이 가운데 13만명 가량은 다른 롯데카드에도 가입하지 않았던 신규회원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기존 850만여명이던 롯데카드 회원수는 880만명선까지 오르는 효과가 발생했다는 후문이다.

'유통명가'라는 이점을 살려 많은 혜택을 제시한 점에서는 일종의 출혈 마케팅으로 볼 수 있고 현재 하나SK카드가 펼치는 마케팅 전략과도 일응 유사한 면이 있지만, 새로운 시장을 의미있는 규모로 개척하는 데 성공했다는 점에서는 차이가 있다는 것이다.

   
<사진=신한S-MORE카드는 포인트 통장 혜택으로 눈길을 끌었지만, 결제계좌 유치 효과가 커 실상은 육참골단 효과가 있다는 분석이다.>
신한카드의 경우 S-MORE 카드를 내놨는데, 이 상품도 판매 100일만에 연계상품인 S-MORE 포인트통장이 10만좌 개설되는 등 돌풍을 일으켰다.

이 상품은 은행 통장만 만들면 신용카드 포인트를 통장에 예금해 준다. 더구나 소멸시효가 없어 포인트는 영원히 사라지지 않는다는 점에서 눈길을 끌었다. 적금이나 펀드 이체, 보험료를 납부할 때 포인트를 쓸 수 있다. 결국 일단 포인트가 통장으로 옮겨가는 순간 현금으로 둔갑하는 것이다. 더구나 결제계좌가 신한은행이기만 하면 포인트에다 연 4%의 이자까지 붙여준다. 

하지만 단순히 퍼주기 정책으로 보기는 어렵다. 신한카드가 손실을 무릅쓰면서까지 이같은 카드를 내놓은 이유는 중장기적인 판단 때문이다.

 당장 눈앞의 작은 손해를 입더라도, 장기적으로는 고객이 이익을 보면 거래 금융사에도 이익이 된다는 것이다. S-MORE 카드의 혜택을 충분히 누리기 위해서는 카드 결제계좌를 신한은행으로 지정해야 한다. 과거 신한카드 고객 중 약 30% 만이 신한은행을 결제계좌로 연결해 뒀지만 나머지 고객층을 같은 신한금융그룹 내 계열사인 신한은행 고객으로 끌어들이려 시도한 셈이다.

이는 신한카드의 역사와도 일부 관련이 있는 문제인데, 구 LG카드와 합병되기 전 구 신한카드 고객들은 신한은행 결제계좌를 대부분 갖고 있지만 구 LG카드 고객들은 신한은행의 결제계좌가 많지 않아 이 고객들과 신규 고객들이라는 새 시장을 타겟으로 삼고 금융 복합상품을 출시한 셈이다.

◆하나카드, 실속없는 역마진 영업 역사 벗어날까

하나SK카드는 실제로 분사 이전 도서정찰제를 위반했다는 논란을 빚은 하나YES24카드나 교통비 환급면에서 폭이 컸던 하나마이웨이카드 등의 사례에서 보듯, 레드오션 만들기에 치중한 과거 있다. 분사 이후의 여러 상품 역시도 과당 경쟁 우려를 사거나, SK텔레콤과의 합작 효과에 각종 혜택을 버무린 정도로 나오고 있는 데에는 이같은 과거 패턴을 벗어나지 못했다는 지적을 면하기 어렵다.

지난 2월 22일 기자간담회에서 나온 하나SK카드 이강태 사장의 '연내 모바일카드 고객 50만 창출' 선언이 이제 반년 고비를 넘긴 가운데, 하나SK카드가 '금융·통신·유통을 아우르는 회사"라는 하나금융그룹 김승유 회장의 전략적인 방향 지시(출발 2010 행사 중 발언)를 흡족하게 충족할지 연말 성적표에 벌써부터 관심이 쏠리고 있다. 참고로 신한카드는 금융그룹 내 비은행업 강화의 선구 모델로 회자되고 있으며, 하나SK카드는 연속 2분기 적자를 기록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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