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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서울명동 KB금융 본사> | ||
근래 김정태 전 국민은행장-황영기 전 지주회장-강정원 전 행장 3대에 이은 불미스러운 조직 수장들의 낙마에 뒤이어 들어서면서 어윤대 회장 체제는 조직 안정과 기업가치 제고라는 주문을 어느 때보다 강하게 안고 시작했다.
이런 상황에서 민병덕 행장 발탁과 연이은 지주 부사장 임명 및 국민은행 부행장단 발령이 윤곽을 드러내면서, 어 회장이 이같은 과제를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지가 확실해진 셈이다. 목표를 향한 러닝 메이트들의 발탁 과정에서 드러난 KB금융의 사고는 '문제는 드러냄으로써 해결을 구하고', '목표에는 이것저것 재지 않고 집중'한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누구나 아는, 그러나 누구도 건드리기 꺼리던 문제 '양지로'
"아픈 건 알려야 낫는다"는 속언이 있는데, 병은 드러내야 도움이나 양해를 구하고 처방을 수소문하기 쉽다는 뜻으로 통용된다. KB금융의 이번 인사안 중 4일 드러난 부행장단 인사는 '채널' 병폐를 양지로 완전히 끌어낸 것으로 읽힌다.
이같은 문제 해결 접근법은 이미 감지된 바 있다. 국민은행 민병덕 행장은 지난 7월 29일 취임식에서 "연공서열을 파괴해 성과를 최우선시 하겠다"면서도 "내가 국민은행 출신이니 직원들의 정서를 반영해 과거 주택은행 출신들을 주요 보직에 더 많이 기용하겠다"고 언급하면서 일각에서는 인사 방침이 모순된 게 아니냐며 고개를 갸우뚱거리기도 했다.
실제로 이번에 발표된 인사를 종합하면, 국민은행 부행장은 종전 13명에서 10명으로 줄면서 옛 주택은행장을 실제로 배려한 흔적이 보인다. 옛 국민은행 출신이 4명(이경학·김옥찬·황태성·유석흥 부행장)인데, 옛 주택은행 출신이 5명(석용수·허세녕·김재곤·김한옥·박인병 부행장)이라 수적으로 균형을 맞추는 문제를 연두에 뒀음이 보인다.
물론 이같은 채널 문제를 언급하지 않고 구렁이 담넘어 가듯 배려하는 것도 가능하다. 그러나 과거 두 우량은행이 합쳐지는 과정에서 주택(속칭 2채널)과 국민(속칭 1채널) 양쪽이 굽히지 않는 출신 신경전을 아직까지 이어오고 있는 병폐를 정면으로 거론하는 실익이 더 컸다는 풀이다. 문제를 정확히 인지하고 있음을 드러내면서도, 일단 실제하는 두 채널을 현실로 받아들인 상황에서 문제를 풀어갈 것임을 시사한 절충한이기 때문이다.
◆실용인사, 슬림경영 등 '욕망은 솔직히' 드러낸 조직개편
아울러 은퇴했던 인사들을 대거 복귀시킨 점이라든지, 금융지주에 영입된 윤종규 전 국민은행 부행장(최고재무책임자:CFO)이나 김왕기 전 국무총리 공보실장(최고 PR책임자:CPRO)은 각각 회계 전문가와 언론인 출신이라는 점에서 눈길을 끌고 있다.
어떤 형태로든 필요하면 인재 수혈의 유연성을 가하겠다는 사고관을 읽을수 있는 대목으로 보인다.
아울러 이번 지주 부사장과 국민은행 부행장 인사와 맞물려 봐야 하는 조직 개편 역시 눈길을 끈다. '비만증 KB' 키워드가 대체로 모두 나온 상황이다.
국민은행은 조직 개편을 통해 상품그룹 등 3개 그룹을 폐지하고 신탁 연금본부 등 6개 본부와 9개 부서를 축소했다. 이에 따라 직제가 종전 13그룹, 20본부, 66부에서 10그룹, 14본부, 57부로 바뀐다.
기능이 축소되는 전략그룹과 재무관리그룹을 통합하고 명칭을 경영관리그룹으로 변경한다. 상품그룹을 폐지하고 산하 부서를 개인영업그룹과 기업금융그룹, 경영관리그룹 등으로 이관했으며 자금시장그룹을 본부로 위상을 낮추는 밑그림이 눈길을 끈다.
여기에 기업 이미지 제고에 신경을 쓰기 위해 외부 PR전문가를 부사장으로 영입한 점이라든지, 과거 '김정태 행장 체제'에서 삼고초려됐다가 이후 김 전 행장 낙마 때 함께 물러났던 윤 전 부행장의 재무 전문성을 높이 사 다시 불러들이는 등 적재적소 인사라는 키워드도 주목된다.
아울러 대기업과 기관고객 영업 활성화를 위해 기업금융그룹 내에 대기업·기관고객본부를 신설하고, 해외사업 강화를 위해 글로벌사업본부에 투자금융(IB)사업부와 프로젝트금융부를 설치한 점은 어윤대 체제의 욕심을 정직하게 드러내는 부분이다.
어 회장은 2일 기자간담회에서 "KB금융은 준비 없이 지주회사가 됐다"면서 특히 "과거 투자금융(IB)이나 생명보험 등을 너무 비싸게 사서 주주 가치를 떨어뜨렸다"고 비판적 어조로 실책을 짚었다. 더욱이 프로젝트팀을 통한 글로벌 역량 강화는 BCC 투자 등 과거 해외 투자보다 더 확실한 이익 창출을 꿈꾸고 있음을 방증한다. 대기업 영업을 노리겠다는 어 회장의 욕심 역시 솔직하게 '민낯'을 드러냈다. 이번 조직 개편과 인사 문제로 이처럼 하지 않으면 안 되는, 하지만 잘못 단추를 꿰온 부분에 대해 새롭게 챙길 뜻을 표시한 셈이다.
◆중하위직 다독이기는 장기 숙제로 '독선 논란'도 불가피
하지만 이번 인사가 모든 걸 해결해 주는 도깨비 방망이는 아니다. 일단 국민은행은 4일경 본부장 인사를 실시할 예정으로 알려져 있는 등, 지금까지 드러난 큰 그림의 완성을 위해서는 세부적인 후속 작업이 필요하다.
하지만 조직 축소로 중하위직 직원들을 위한 승진인사는 없을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 등 인사적체 우려가 나온다. 아울러 어 회장이 간담회 등에서 누차 강조한 점을 해석해 보면, 임금인상 압박에 대한 점에서 이전 CEO들보다 노조 등의 기류에 덜 귀를 기울이는 점이 점차 확실해지는 것으로 보인다. 즉 조직 문제를 진단하고 이를 정직하게 드러냈지만, 어젠다만 나왔지 사실상 '당근'이 당장 제공되는 상황은 아닌 셈이다. 인사적체가 누적돼 직원들의 불만을 살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그래서다.
더욱이 이처럼 문제를 수면 위로 끌어올리고, 당위성과 필요를 강조하며 속도감있게 밀어붙이는 방식은 성과가 제대로 나지 않으면 독선 비판에 부딪힐 수도 있다. 이런 맥락에서 이번 담대한 인사 구상과 이어질 본부장 인사 등 후속 바람에 눈길이 더욱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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