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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적자금과 증권사의 잘못된 만남

자금투입후 매각 대투,불량'우리'와 만난 LG證 모두 불행?

임혜현 기자 | tea@newsprime.co.kr | 2010.07.28 15:02:58

[프라임경제] 우리금융지주가 우리투자증권 분리매각 가능성에 대해 법률상 하자 가능성(소액주주 이익 침해 가능성)을 들어 난색을 표하면서 '회사 이기주의'  논란이 일고 있다. 공적자금 회수라는 대의에 법적 논리를 들어 정면 거부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공적자금이 투입된 기관이 증권사를 인수해 몸집을 키우고 지주 이익을 위해 증권사를 활용한 상황에 새삼 눈길이 쏠리고 있다. 우리금융이 공적자금 회수를 위한 가치 증대 명목으로 LG투자증권을 인수한 뒤 우리증권(한빛증권의 후신)과 합쳐 오늘날의 우리투자증권이 됐기 때문이다. 아울러 공적자금이 투입된 증권사를 인수하기 위해 자회사로 돼 있던 증권사 재원을 풀가동하거나 인수 이후에도 배당 등을 때때로 실시한 하나금융지주의 경우도 일부 구조가 다르지만 함께 부각되고 있다.

공적자금 투입 기관이 증권사 인수전에 매수 주체로 임하거나 매물로 나오는 경우 문제가 되는 사례라 더 눈길을 끌고 있다. 더욱이 이같은 증권사 논란은 최근 은행권 M&A의 상호 파트너로 언급되는 우리와 하나 두 지주가 벌인 일이어서 닮은꼴 화제를 낳고 있다.

◆IB 바람 타려고? 그룹 전체 가치 높이기 차원에서?…인수하고 쥐어짜고

하나금융지주와 우리금융지주는 모두 산하에 증권사를 거느리고 있다. 하나대투증권과 우리투자증권으로, 우리투자증권의 경우 2004년 황영기 당시 지주 회장 겸 우리은행장 시절에 LG투자증권 지분을 인수한 이래 우리증권과 합병했고, 하나증권(하나IB증권)은 대한투자증권(하나대투증권)과 합쳐져 하나대투증권으로 거듭났다.

두 회사 모두 기존에 그룹 내에 존재하던 증권사 혹은 계열사의 희생으로 인수되었다는 공통점이 있다.

우리금융지주는 우리은행에서 들어오는 배당금 수익으로 LG투자증권 지분을 인수했고, 이후 보유 지분율 제고를 위해 지분을 따로 사들이기 보다는 우리증권과 합병하는 길을 택했다. 

하나대투증권의 경우는 하나증권이 과도한 배당 논란을 여러 번 빚으면서 공적자금이 투여된 대투 인수자금 마련에 착취당하는 게 아니냐는 논란을 여럿 낳은 바 있다. 일례로 2004년 5월에는 수익보다 많은 배당을 하겠다고 나섰고(2003년 수익은 181억원, 배당은 199억원. 건물매각 대금 까지 배당재원에 포함시켰다는 논란을 빚었다) 당장 하나은행이 당시 한투나 대투 인수자금 조달을 위해 자회사에 이처럼 무리한 배당을 요구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2006년에는 하나증권이 우선주 전량(368만9523주)을 주당 1만원에 유상감자키로 결정, 대주주인 하나금융지주에 369억원이 유입됐다.

증권사를 하나 더 사들이는 데에는 IB 강화를 통한 그룹 전반의 가치 높이기라는 명분이 따랐다.

우리금융지주는 IB에 강한 LG투자증권에 욕심을 냈고, 하나금융지주 역시 대투 인수 후에는 소매영업은 대투로, IB는 기존 하나증권으로 헤쳐모여 식으로 정리, 투자은행(IB) 업무 강화의 오랜 숙원에 한 발 가까이 접근하는 양상을 보였다. 한때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의 M&A 가능성이 검토된 것도 IB 강화와 자산운용 강화라는 지주 전반의 구상을 위한 외국환영업과 기업금융 노하우가 필요했기 때문으로 알려져 있다.

◆금융그룹 전반 손금고 역할

하지만 이처럼 좋은 취지에서 증권사를 하나 더 인수하고 지주사 전반의 영업 다각화를 위한 역량 강화를 추진한 것은 좋지만, 결국 이들 증권사는 또다른 역할에 시달리는 상황을 맞이했다. 인수 및 합병 전에는 기존 자회사 증권사가, 합병 후에는 통합증권사가 금융그룹 전반에 자금줄 역할을 하는 역할을 하게 된 것이다.

   
<사진=서울 을지로 하나금융 본사. 하나금융은 대투 인수와 하나증권 운영 과정에서 자금 지출을 최소화해 이익을 추구하거나, 빠른 이익 회수에만 치중한다는 비판을 받았다.이같은 평판은 투자금융에서 은행으로 지주사로 커지면서도 투기 자본의 속성을 못 버렸다는 의혹을 한동안 못 떨치는 데에도 한몫했다.>
하나증권이 합병 전에 자금 조달에 동원된 것은 이미 설명한 바와 같지만, 대투와 IB 합병으로 하나대투증권이 탄생한 후에도 이 회사는 재원 마련의 줄로 기능했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하나금융지주가 2007년과 2008년 하나대투증권에서 중간배당 형식으로 거액을 당겨 쓴 셈이 됐기 때문.

하나금융지주는 하나대투증권으로부터 2007년 8월 700억원대 중간배당을 받았고, 2008년 겨울에는 1000억원의 중간배당을 챙겼다.  2007년 중간배당의 경우는 하나대투증권 계열사였던 대한투신운용 지분 51%를 유럽계 금융기관인 UBS에 매각한 대금 1800억원이 증권사에 납입된 후 곧바로 이루어졌다는 점에서 오비이락 논란이 일었다.

이렇게 중간배당을 받은 자금(2007년)은 하나생명의 지분을 사들이는 목적으로 동원됐다는 평가다.

2008년 배당에 대해서는 더 비판적인 평가가 제기됐다. 당시엔 미국발 금융위기로 시작된 전 세계적 금융위기에 모든 금융기관이 어려움에 처해 있던 시기이며, 하나금융지주는 다른 지주들보다 더 곤란을 겪었다. 결국 하나대투증권은 다른 증권사들은 최근 금융위기 극복과 2009년 초 자본시장통합법 시대 개막을 대비해 대주주가 증자를 추진하는 것과 대조적으로 오히려 자금 유출에 시달렸던 셈이다.

우리금융지주와 우리투자증권의 관계도 유사하다.

우리투자증권은 2007년, 2008년 지나치게 높은 고배당을 한다는 지적에 시달렸고, 후순위채를 발행해서까지 고배당을 해야 하느냐는 노조측 비판에 직면했었다.

지주가 계열사인 경남은행과 광주은행의 유상증자에 참여하는 데 1800억원이 필요한 상황에 재원을 대 주는 게 아니냐는 우려다. 즉, 지주를 위한 희생타를 증권사가 칠 필요가 있느냐는 것이다.

◆좋은 카드 못 놓겠다 우리금융, 스스로 상황 안주 우리투자證 

지적에 이같은 흐름은 공적자금이 투입된 기관이 다소 무리해서라도 증권사를 하나 더 장만한 것이냐, 금융그룹이 공적자금이 들어간 부실화된 증권사를 인수하느냐의 미세한 차이가 있지만, 결국 '눈먼 돈'이라는 비판까지 있는 공적자금의 운용 상황이 어떤 현상을 낳았느냐는 점에서 유사한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사진=인수자금 마련 논란 후에 LG증권과와 우리증권이 합쳐져 우리투자증권으로 탄생한 이후에도 잡음은 끊이지 않았다. 2008년의 무리한 채권 발행과 배당은 마침 들어선 지주 경영진에 증권사가 무리하게 충성 표시를 하는 게 아니냐는 논란을 낳았다.>

하나대투증권의 뿌리 중 하나가 된 대투는 하나은행으로 매각, 이후 하나금융지주의 식구가 되지만 매각 단계에서  참여연대 등의 헐값매각 시비가 끊이질 않았고, 우리금융지주의 LG투자증권 인수 건은 공적자금 회수가 끝나지 않은 금융기관이 인수전에 나서는 게 맞느냐는 지적을 받았다.

결국 공적자금 회수 과정에서 눅은 값의 매물을 사들이면서 이런 상황을 악용하는 쪽으로 문제가 전개됐거나, 공적 자금이 투입돼 주인이 따로 없는 금융기관이 된 상황에서 인수전까지 벌인 뒤 방만하게 운영을 한다는 논란을 맞이하거나 어느 가능성도 모두 안 좋은 결과를 낳은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금융지주가 분리 매각에 반발할 뿐만 아니라 우리투자증권 내부에서도 지주사 이익에 충실한 목소리를 대신 높이는 상황은(황성호 우리투자증권 사장 간담회 발언 "분리매각은 우리금융의 향후 발전을 위해 바람직하지 않을뿐더러…") 더 큰 안타까움을 낳고 있다. 증권사 자체 이익보다는 지주사 이익을 추구하는 첨병 역을 스스로 하고 있는 셈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공적 자금 그림자에서 시달려 온 관련 증권사들이 독자적으로 이윤을 창출하는 주체로 판단하고 서기에는 너무 오랜 시간이 흘러 상황에 익숙해진 게 아니냐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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