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사진=KB금융이 어윤대 체제 출범으로 새 기로를 맞이하고 있다. TFT 활동 구상 등이 성공할지 눈길이 쏠리고 있는 것. 사진은 어 회장 선임안을 처리하는 주주총회 장면> | ||
28일 금융계에 따르면 KB그룹변화혁신TFT는 KB금융의 국내 리딩 금융그룹 위상 회복을 위해 어 회장이 제시한 4가지 전략방향을 이끌게 된다. 경영효율성의 극대화와 사업다각화를 통한 지속성장 기반구축, 고객 니즈(needs) 충족을 통한 신규 수익원 창출, 글로벌경쟁력 제고 등이 이 실행조직을 통해 주도적으로 추진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는 'KB=비만증 환자'에 비유한 어 회장이 효율을 위한 개편 작업에 박차를 가하는 가시적 움직임인 셈이다.
◆10년 전 밀린 숙제 다시 하는 TFT?
이같은 FTF의 활동은 리딩뱅크 등 국내 금융계 성장 동력과 경쟁력 확보는 물론 아직도 융합하지 못하고 있는 구 주택은행과 구 국민은행간 채널 문제 등도 함께 다룰 필요가 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끌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움직임에 대한 기대감과 함께, 우려 또한 제기되고 있다.
이번 FTF가 10년 전 특수조직인 '국민·주택銀 합병추위'의 역량을 넘지 못하면 리딩뱅크로 앞서나갈 저력을 비축하기는 커녕 오히려 어윤대 체제 초기부터 능력 불신 상태를 빚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KB금융 특히 그 절대적인 주력을 형성하는 국민은행의 비효율은 10년 전 국민+주택은행이라는 통합논의가 발생한 때부터 거슬러 올라간다는 분석이다.
당시 국내 금융권은 부실은행 재편과 자생력 회복 방안 강구를 위한 합종연횡이 논의되던 시점이고, 우량은행을 그 중핵으로 사용하려는 검토 또한 다각도로 진행됐다. 한빛+외환은행 등의 시나리오가 검토된것도 이 무렵이다.
그러나 국민은행과 주택은행은 각각 우량은행으로서 짝짓기의 중핵으로 기능하려는 계산을 하던 중에 함께 묶이게 됐다. 두 개의 우량은행을 묶어 시너지 효과를 내겠다는 구상은 그러나 이들이 서로 한치 양보도 없는 갈등을 빚으면서 '노조 반발로 인한 합병 절차 중단 합의'나 '파업 사태' 등 초유의 사태를 빚었다.
◆'누구도 힘 실어 주지 않는 조직'은 개혁 못 이끈다 뼈저린 교훈만…
이와 관련, 2000년 연말 당시 LG증권이 두 은행간 합병의 시너지 효과가 작다며 그 배경을 설명한 것이 있어 눈길을 끈다. 당시 LG증권은 "그동안 은행 구조조정 과정에서 국민은행과 주택은행이 각각 축을 이룰 것으로 예상돼 왔다"면서 "만약 이 두 은행이 합병한다면 출현 가능한 리딩뱅크의 수가 그만큼 축소될 뿐 아니라 다른 은행들의 합병전략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본 바 있다.
결국 두 은행간 역량이 시너지 효과를 내도록 이끌어 내지 못하고 내부 투쟁에 소모적으로 사용되면 한국금융 산업과 합병 전략 전반, 그리고 그 성장 에너지 전반에 부정적 영향을 남길 것이라는 해석이다.
그러므로 두 조직이 기왕에 통합을 단행한 상황이라면, 그 효과 발휘를 위한 임시조직(TFT 등)의 역할은 무척 중요하다고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양쪽 노조 모두가 강성 일변도로 나가면서 파업 등 곤란한 상황으로 치달았고, 이후 합병 과정에서도 합병비율 등을 놓고 주택과 국민 양 채널이 서로 반목해 골이 깊어지게 됐다.
더욱이, 당시 금융감독위원회 등 감독 당국은 "국민은행과 주택은행의 합병이 무산될 경우 기업.금융구조조정은 한발도 앞으로 나갈 수 없다"며 "은행구조조정에 중대한 차질을 초래할 것"이라는 등(2000년 12월 14일 언론에 보도된 금감위 대변인 발언) 당시 전반적인 사정이 작용하기도 했지만 이 내부 갈등 조정 문제에 조바심을 내는 듯한 모습을 보였고, 우량은행이 통합하면 인력 감축은 필요할경우 해당 은행이 알아서 하도록 할 방침이며 정부가 일절 관여하지 않기로 하는 등 개혁 필요성에 대한 당위성 주문에서도 한 발 물러서는 모습을 보였다.
이로 인해 당시 합병추진위원회는 어디서도 힘을 실어주지 않는 상황에서 무엇을 해도 상당한 반발이 예상되는 상황에 직면했다고 볼 수 있다. 이에 따라 당시 합병추위는 당분간 지도체제개편 등 민감한 사안은 논의하지 않기로 했다고 공표하는 등 종이호랑이로 전락했다.
특히 합병 논의가 본격화된 다음 해인 2001년 초에 주택은행은 '성공적인 통합을 이끌어내기 위해'서라는 명분으로 전 직원에게 스톡옵션을 부여하는 방안을 추진키로 하는 등 '당근' 부여에 나서는 모습을 보였다.
이후 국민과 주택 모두에서 대규모 명퇴 바람이 불기는 했지만, 이같은 문제가 모두 불거진 다음에 추진된 조직 통합 과정은 외형적 효율성 추진 외에 화학적 결합은 완성하지 못해 오늘에 이르른 셈이다.
◆TFT 성공 여부, 어윤대 회장 추진 의지에 달려
따라서 자존심이 강하고 나름대로 성과를 내는 두 조직을 끌어안는 데 별반 효과를 내지 못한 10년 전 사례를 답습하지 않기 위해서는 어 회장의 이번 개혁 추진에 특단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이에 대해 어 회장이 나름대로 MB측근 인사로서 힘있는 회장으로서 조직 개혁에 메스를 가하기에 적당하다는 평가도 제기된다. 백용호 전 국세청장이나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 등 유력 인사들이 힘있는 기관을 어느 정도 개혁한 사례를 연상하는 이가 많다.
그러나, MB정권이 후반부에 들어섰다는 점이나 우리금융과 외환은행 매각 작업이 KB금융의 체질 개선을 마칠 때까지 마냥 기다려 줄 것이냐는 점에서, 이같은 개혁 추진은 자칫 금융위기와 통합 과정을 거치면서 만성화돼 온 체질을 개혁하는 데 부족한 미완의 시도로 남을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이런 상황이 발생하는 경우 TFT론을 꺼내든 어 회장은 오히려 레임덕이 빨리 오는 부작용도 감수해야 할 수도 있을 전망이다.
문제는 또 있다. 어 회장이 다이어트론을 꺼내는 한편으로 노조와의 대화라는 문제 때문에 조직의 눈치를 보는 듯한 발언도 내놓는 등 현재까지의 발언을 모두 집계해 보면 아직 개혁 의지가 '모든 갈등 상황을 감수하겠다는 정도로' 굳건하다고 보기는 어려워 보인다. 메가뱅크론 소신마저 속도조절 양상을 보이는 상황에서 이 정도 유연성은 문제가 없다는 해석이 많지만, 유사시에는 이번 TFT가 회장의 전위부대가 아닌 방패막이로 전용될 가능성마저 있는 셈이다.
ⓒ 프라임경제(http://www.newsprime.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