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이번 하반기 금융권은 상반기를 장식한 이슈들을 변주하는 모습을 주로 띨 것으로 관측된다. 상반기부터 은행 M&A 등이 달아오를 것이라는 관측이었지만, 생각만큼 흥행이 되지 않는 등으로 상반기 이슈가 그 자체로 결산되기 보다는 하반기로 일부 포장을 바꾸며 바톤 터치를 하는 경우가 많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이는 좀처럼 시원하게 해결되지 않는 경제 상황과도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KB금융 차기 회장 선출' 이슈->'은행 감원風' 난제 파생
상반기 가장 큰 이슈 중 하나였던 KB금융지주의 차기 회장 선출 문제가 상반기 중 매듭지어졌다. 지난해 황영기 전 회장의 낙마로 촉발된 KB금융 회장 공석 사태는 강정원 국민은행장의 회장 내정 등과 내정 포기 등으로 '신관치 논란'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그러나, 공석 사태는 끝나게 됐지만, 어 내정자 등장은 하반기 금융권에 새로운 과제를 던져줄 전망이다.
다름아닌 감원 바람과 이로 인한 반발이다.
어 내정자는 이미 내정 확정 전부터 '메가뱅크론' 신봉자로 꼽혀 왔다. 문제는 어 내정자가 언론에서 밝힌 대로 KB국민은행과 우리은행의 합병을 하는 경우, 약 1만명이 이른바 '중복점포' 문제로 감원 바람에서 자유로울 수 없게 된다. KB국민은행과 외환은행 등 다른 경우의 수를 따져도 사실상 감원 문제에서 전혀 자유로울 수 있는 M&A 안은 찾기 어렵지만 어 내정자의 급부상으로 인해 메가뱅크 구상과 감원이라는 키워드가 더 극명히 드러나고 있는 셈이다.
한편 어 내정자는 최근 이 문제와 별개로 "2,3년간 KB금융의 새 직원을 뽑지 않을 것"이라는 뜻을 밝히는 등 인력 감축에 대한 의지를 드러내기도 했다.
실제로 금융권 노조는 막연한 반발을 구체화하고 있어 하반기 내내 이 화두가 금융권을 뒤흔들 전망이다. 6일 금융노조 메가뱅크저지공동투쟁본부는 "은행 대형화는 독과점과 시스템 위험을 증대시켜 금융산
![]() |
||
| <사진=금융권 구조조정 이슈가 본격적으로 떠오르고 있다. 사진은 6일 메가뱅크저지투쟁본부 회견장면> |
이에 따라 KB금융 회장 선출이라는 상반기 이슈는 은행 M&A와 인력 구조조정이라는 새 형태로 변신해 하반기에도 뉴스를 생산할 전망이다. 어떤 형태로든 은행 M&A 문제와 이른바 대형화 정책을 공론화하는 과정이 진행될 수 밖에 없는 가운데, 실세로 꼽혀온 어 내정자가 금융권 재편의 키를 잡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M&A 이슈는 하반기에도 뜨거운 감자…'변양호 신드롬' 더해 시즌2
상반기 시작부터 금융권을 달굴 것으로 예상됐던 우리금융 민영화와 외환은행 M&A 등은 예상 외로 조용히 지나갔다.
이는 매수에 나설 유력주자 중 하나인 KB금융이 차기 회장 선출 문제로 본격적으로 힘을 쓰기 어려웠기 때문이기도 하고, 외환은행 문제 역시 시장의 관심이 우리금융(우리은행과 우리투자증권, 소속 지방은행) 매각 문제에 치여 눈길을 덜 모았기 때문이다.
어 내정자가 KB금융 차기 회장으로 내정되면서 일단 문제 중 첫 단추를 상반기 중 꿴 셈이지만, 하반기에 우리금융 민영화나 외환은행 매각 등 M&A 문제가 본격적으로 불이 붙을지를 장담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여기에는 우리금융 민영화를 둘러싼 방식을 금융 당국이 정리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당국은 우리금융 민영화 과정에서 그간 투입된 공적자금을 가장 빨리, 많이 회수해야 하는 문제를 풀어야 한다. 하지만 금융위원회는 이 문제에서 상반기 중 우리금융 민영화 구상을 밝히겠다는 입장에서 "7월 중순 이후 공적자금위원회 위원들의 논의 일정을 잡을 수 있을 것"이라면서 한 발 물러선 모양새다. 금융위원회 진동수 위원장은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다른 기관들과 협의해야 한다"며 민영화 밑그림 그리기에 고충이 크다는 점을 시사했다. 진 위원장은 "그간 주가가 좋았을 때 왜 팔지 못했는지…" 등 답답한 심경을 토로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금융위는 책임질 일을 하지 않으려 들어 문제가 정체된 것이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진 위원장이 의식하는 '다른 기관'이란 다름아닌 정권 최고위층이라는 풀이다.
변양호 당시 재정경제부 금융정책국장이 외환은행 헐값 매각 논란으로, 강경식 당시 부총리가 IMF 환란 책임 문제로 곤욕을 치르는 것을 지켜본 것이 여러 선택지를 놓고 선별하기와 밀어붙이기를 해야 하는 상황에서 공직 사회에 트라우마로 작용('변양호 신드롬'이라고까지 불리고 있다)하고 있어 브레이크가 걸리고 있고, 금융위 등이 (주문이나 기대만큼) 적극적이지 않은 이유를 여기에서 찾는 시각이다. 공무원들이 책임지고 정책을 집행하는데 부담이 크며 이때문에 불협화음이 나오고 있다는 것.
실제로 우리금융 민영화는 우리금융을 전체적으로 파는 방안, 우리은행과 지방은행들, 우리투자증권 등을 잘라서 매각하는 방안 등을 선택하는 문제나 다른 금융지주와 주식 교환식으로 합병하는 방안, 주식을 블록세일식으로 파는 방안 등 여러 결합에 따라 경영권 프리미엄을 챙기느냐의 여부 등 결과물의 폭이 달라질 수 있어, 하반기 중에도 이 구상이 모습을 드러내기까지는 상당 부분 시간을 끌 수 있고 이에 따라 외환은행, 산업은행 등 처리 문제도 같이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존재하고 있다.
◆채권단 권한 문제, 상반기 '감정싸움'->하반기엔 '본격 공방전'으로?
상반기에 관심을 모았던 문제가 매듭을 짓지 못하고 변종 관련 문제를 가지치기하면서 하반기로 이어지는 경우는 또 있다.
국제 금융위기 이후 당국과 금융권은 기업들을 지원하는 데 나서면서도, 무제한적인 지원을 단행한 것이 아니라 체질 개선을 해야 하는 기업들을 선별하는 데에도 주안점을 뒀다.
이른바 출구 전략을 준비해야 하는 시점이 되면서 주채권은행들은 기업 중 구조조정을 해야 하는 업체를 선별, 명단을 발표해 이들이 워크아웃 등을 추진하도록 독려하고(이같은 구조조정 대상 기업 선정은 몇 차례에 걸쳐 나눠 추진돼 왔으며, 최근의 발표는 지난 6월 25일에 이뤄졌다).
대기업의 경우 이같은 조치 외에도 주채무계열의 판단에 따라 재무구조 개선약정을 통한 체력 보강에 나서기도 한다.
한편 이같은 구조조정 대상 선별이나 재무구조 개선약정 대상 선정에 대해 반발이 본격화된 것도 금년 상반기의 중요한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이에 따라 하반기에는 이 문제가 본격적으로 2라운드로 이어져 주채무계열, 주채권은행, 채권단 등에 대한 권한 논란이 불붙을 전망이다.
이번 6월 25일자 대상기업 선정을 둘러싸고 기업 일선에서는 타당성 의문 제기를 하며 거세게 반발한 것은 과거 몇 년 전에는 금융당국 압력에 의한 명단 변경(명단 끼워맞추기) 의혹에 대한 반발 정도를 넘어선 것이다. 더욱이 재무구조 개선약정 과정에 대한 반발은 현대그룹과 외환은행 사이에 대기업과 주채권은행 간 공방전으로 본격화하고 있다.
현대그룹은 6일에도 외환은행에 대한 대출금 일부 상환 사실을 발표하며 주채권은행 변경을 압박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외환은행은 주채권은행 변경 불가 입장을 거듭 밝히며 채권단 차원의 제재 방침을 시사해 양측간 감정싸움이 악화되고만 있는 것.
현대그룹은 주력업체인 현대상선 평가에 대해 외환은행이 해운업 특성에 대해 잘 모른다는 서운함을 안고 있다. 더욱이 외환은행이 독자적 압박에 나서지 않고 13개 은행으로 구성된 '현대계열 채권은행협의회' 산하 운영위원회를 소집해 대응 수순에 들어갈 것으로 보이면서 더 불쾌해 하는 모습이다.
문제는 현대그룹이 채권은행 협의회 자체에 대한 법적 근거 논란 불붙이기도 불사할 가능성이 존재한다는 데 있다. 은행업 감독업무 시행세칙 제55조 등에 근거를 두고 있다고는 하지만, 세밀히 따지고 들면 채권은행들이 다 함께 대출회수 등의 조치를 취하는 것에 대해 각종 논란이 일 수 있어 하반기 현대그룹과 외환은행 분쟁 과정에서 수출주도경제 구축 이래 주채권은행, 주채무계열 등 기업돈줄을 관리해온 우리 금융 근간 자체가 흔들릴지 주목된다.
◆넘치는 부동자금, 상반기엔 '삼성생명' 이슈·하반기엔 '랩어카운트'?
넘치는 부동자금은 상반기에 이어 하반기에도 금융시장의 화두를 만들어 낼 것으로 전망된다.
상반기에 부동자금은 '삼성생명 청약 열기'라는 이슈를 만들어 냈다. 삼성생명의 공모청약에 20조원이 몰린 것에 대해서 시장에서는 상품이 좋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갈 곳 없는 부동자금이 그만큼 많아졌다는 것을 방증한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그리고 위험자산으로도 이 자금이 쏠리면서 금융권 이슈를 만들어 낼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확인했다는 점에서도 하반기 부동자금 이동 경로에 대한 관심을 높이는 기제로 작용하고 있다.
![]() |
||
| <사진=랩어카운트 열기도 상반기 삼성생명 공모 열풍처럼 넘치는 부동자금의 움직임에 따른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
아울러 "개인자산이 이자율 상품, 부동산 편향에서 벗어나 주식으로 이동할 여지가 커졌다"는 점(그 원인으로 이 보고서는 "은행의 수신금리가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고 인구 감소에 따른 수요감소로 부동산의 장기 투자매력이 줄었기 때문"이라고 설명), 다만 이같은 자금이 당장 주식시장에 유입되긴 쉽지 않을 것(즉 위험을 어느 정도 감수하는가에 대해서는 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등의 시사점을 남겼다.
그런데 현재 하반기 흐름을 보면, 이같은 부동자금 이동 이슈는 하반기에는 랩어카운트로 쏠릴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주식으로 이동할 정도의 관심, 그리고 직접 투자는 일부 주저하는 양상(솔로몬투자증권의 부동자금 보고서)의 구미에 안정성을 보장한다는 모토의 랩어카운트가 어필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것. 실제로 금년 하반기에는 랩어카운트로 30조원대의 자금이 몰릴 것이라는 예상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펀드 열풍이 많은 손실을 남긴 것처럼 랩어카운트도 분명 조심해야 한다는 우려도 높다. 펀드와 같은 운영 제약이 없고 고수익을 기대하는 만큼 위험도 큰데, 랩어카운트라는 명칭에서 안도감을 준다는 비판도 있다.
무엇보다 회전율이 높은 랩어카운트의 특성상, 시장에 변동성을 높일 것이라는 점도 문제다.
금융당국이 최근 랩어카운트에 대한 관리 감독에 대한 방안을 강구하고 나선 것도 하반기 부동자금 이슈가 불건전한 방향으로 터져 나올 가능성에 대한 긴장감의 발로로 읽힌다. 상반기에는 삼성생명 공모라는 문제로 비교적 건전하고 조용히 넘어간 부동자금 문제가 이번 분기에도 통제 가능한 수준에서 움직일지 귀추가 주목된다.
◆상반기에 터진 부동산 PF 부실 등 고름, 하반기에 어떻게 처치?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영업 열기가 결국 지난 상반기에 터져 나왔다.
![]() |
||
| <사진=우리금융은 우리은행 PF 부실 문제와 민영화 해법 찾기 등 어려운 문제들이 겹친 상황을 겪고 있다. 하반기 중 문제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
일단 당장 하반기가 시작되면서 곧 발표될 금융지주사들의 2분기 실적 발표에 눈길이 쏠리고 있다.
당장 KB금융과 우리금융이 소속 은행들의 실적 부진에 시달릴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점쳐지고 있고, 그나마 이같은 문제에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신한금융이나 하나금융은 실적 축소 가능성에서 자유로울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문제는 KB금융과 우리금융의 대손충당금 적립 고민은 M&A 대전의 구도 자체에 변화를 줄 수도 있다는 데 있다. 우리금융과 KB금융이 이번 문제를 슬기롭게 해결하지 못하면 이미 논의되는 은행 M&A 문제가 추진력을 잃고 밑그림 자체가 변하거나, 미완의 과제로 장기간 방치될 수도 있다.
한편 이종휘 우리은행장이나 사의를 표명한 강정원 국민은행장이 조회사 등을 통해 각각 은행에 '내실 경영' 등을 강조하면서 부실 만회에 대한 구상을 펼쳐 놓고 있어, 이같은 와신상담 노력이 실제 효과를 발휘할지 주목되고 있다.
ⓒ 프라임경제(http://www.newsprime.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