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한때 KB금융의 차기 회장을 꿈꾸다 금융당국 압박론을 낳으며 용퇴한 강정원 KB국민은행장이 이번에는 사직서 제출로 다시금 세인들의 눈길을 끌고 있다.
강 행장이 정식으로 사표를 제출한 것으로 5일 알려졌다. 강 행장은 지난해 9월 황영기 전 회장의 사퇴 이후 KB금융지주 회장 권한대행을 맡아왔다. 강 행장은 며칠 전 어윤대 회장 내정자에게 사표를 낸 것으로 전해졌다. 2007년 은행장 연임에 성공한 강 행장의 원래 임기는 오는 10월 말까지이나, 이번 사의 표명으로 이달 13일 '어윤대 체제'가 출범하면서 KB금융을 떠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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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강정원 국민은행장> |
이번 사직서 제출을 놓고 강 행장이 금융감독원의 종합검사 등으로 어수선해진 조직의 조속한 안정을 위해 용단을 내린 것이라는 시각이 나오고 있다. 특히 어 내정자를 중심으로 한 새로운 출발을 돕기 위해 빨리 절차를 밟은 게 아니냐는 풀이도 나온다.
◆강정원 정기조회사, 어윤대 의식 않고 하반기 경영 구상 그려?
이는 강 행장의 지난 2일자 정기조회사가 어 내정자를 중심으로 한 단결 의미를 담고 있다는 해석에 연이어 존재하는 것이다.
실제로 강 행장은 2일 임직원들에게 올해 전략방향 달성을 위해 수익성과 건전성 관리, 경영합리화, 책임경영 등에 매진해 줄 것을 당부하면서 "신임 어윤대 회장을 중심으로 KB의 안정화에 최선을 다해 KB금융그룹이 성장할 수 있는 또 한번의 기회로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전체적인 조회사를 뜯어보면 어 내정자에게 힘을 실어줬다기 보다는 어 내정자가 아닌 누가 와도 당장 차질이 없을 정도로 경영 구상을 미리 그려놓고 떠나는 모양새로 볼 수도 있는 구조여서 눈길을 끈다.
강 행장은 조회사에서, 수익성과 건전성 관리를 꼽았으며 이는 장기적인 경영 포석에 해당하는 영역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강 행장은 "남유럽 재정위기로 인한 불확실성이 해소 되지 않고 국내 기업의 구조조정과 출구전략 시행 등이 예상돼 수익성과 건전성 관리의 필요성이 증대되고 있다"며 수익 중심 영업을 강화하고 건전성 관리에 노력을 기울여 줄 것을 당부, 사실상 상당히 장기적 포석을 자기 아이디어대로 제시했다.
아울러 강 행장이 "경영합리화를 위해서는 경영효율이 개선되는지 등을 지속적으로 분석해 나가면서 새로운 형태의 브랜치 모델(Branch model)을 만들어 가자"고 주문한 것도 예사롭지 않다. 실제로 국민은행은 이를 위해 이달부터 개인과 기업금융을 동시에 제공하는 종합금융서비스 채널로 25개 점포를 통합하고 5개 PB센터의 네트워크를 조정했다. 강 행장의 그림자가 드리운 대목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강 행장이 연초 세운 '변화와 혁신을 통한 리딩뱅크 위상 강화'라는 전략방향을 실천할 수 있도록 임직원들에게 하반기 중점 추진 사항을 강조한 것도 떠나는 이의 덕담 수준을 넘어섰다는 뒷말이 불가피하다. 보기에 따라서는 강 행장이 어 내정자에게 힘을 실어준 것으로 볼 수도 있지만, 어 내정자에 대한 의례적인 덕담 한 마디 할 때 빼고는 어 내정자가 안중에 없었다고도 이야기할 수 있다.
◆사직서 처리 권한 논란 일 듯…姜이 어윤대를 '사자'로 부려먹었다?
강 행장이 사직서를 처리 권한이 없는 어 내정자에게 미리 제출한 것도 두고두고 뒷말을 낳을 수 있는 대목이다.
강 행장은 은행장이자 지주회장 직무대행이고, KB금융의 상임이사로도 활동해 왔다.
차기 회장 내정자에서 내려앉아 회장 직무대행을 할 때인 지난 1월에도 강 행장은 '김중회 사장 해임'이라는 인사안을 강행, 보복인사 논란과 함께 직무대행이 권한에 대해 양보할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했다.
하지만 어 내정자는 지금으로서는 사직서를 수리할 자격이 없으므로 원칙적으로는 직무대행이 스스로 자기 사의를 수리하고 다만, KB금융 이사직의 경우 '김중회 사장 해임 케이스'에서처럼 임의로 할 수 없는 것이므로 주주총회 결과를 받아야 한다.
결국 강 행장의 사직서란 물러나겠다는 의사를 공공연히 드러냈을 뿐이지, 의도했든 하지 않았든, 임시 고문 임명 논란 등을 낳은 바 있는 어 내정자에게 제출하는 자체가 절차 논란이라는 새 문제를 어 내정자에게 안길 수 있다.
임직원 사의를 처리할 권한이 있는 자가 스스로 사의를 표명하는 경우의 처리 권한으로는 2009년 12월에 포항철강산업단지관리공단 이사장이 돌연 사의를 표명 사실상 자기 사의를 스스로 처리해 권한대행을 임명하도록 한 바가 있는데 다만 이 공단은 당일 공단 정관 변경 과정까지 개입한 바가 있고, 정치적인 사례로 보면 지난 5월 말의 독일의 호르스트 쾰러 대통령이 스스로 사의를 표명하면서, 주요 공직의 임면권을 가진 대통령으로서 자기 사의에 자기가 승인을 한 격으로 사퇴가 발표 즉시 유효하게 처리된 예가 있다.
어느 모로 보나(행장직이든 이사직이든) 사의를 처리할 권한이 전혀 없는 어 내정자에게 사직서를 제출한 것은 차기 내정자의 위신을 세워준 문제이기도 하지만, 아예 '사자(使者)'나 도구로 사용하는 것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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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어윤대 KB회장 내정자(사진:국가브랜드위원장 재직 시절 행사 사진)> |
◆어윤대 내정자, 절차 논란으로 더욱 부담느낄 수도
문제는 이같은 절차 논란이 어 내정자에게는 더 큰 부담으로 다가올 수 있다는 데 있다. 대학 교수로 오래 근무해 온 어 내정자는 고려대 총장을 역임하던 때에도 절차 무시 논란으로 구설수에 올랐었다.
어 내정자는 고대 총장 재임 당시 CEO형 총장의 전범을 세웠다는 호평과 함께, 교내 민주주의를 무시했다는 논란 등 비판론에도 직면했었다. 2006년 6월 교지 '고대문화'는 이상신 전 교수의 공개질의서를 인용, "① 총장은 '모든 이사권은 각 학과에 이관했다'라는 자신의 공개 선언을 스스로 위배하고 있다 ② 학과의 심사평가에서 다수 교수들이 반대한 후보를 비공식적으로 미리 면담한 후 임명시도 ③ 학과 및 인사위원회에서 1위로 추천된 후보를 검증된 근거 없이 자의적으로 임명 거부 ④ 공정성과 학문적 이유에서 오랫동안 금기로 지켜져 오던 관행을 파기하고 父·子 관계의 인물을 유사학과에 채용 ⑤ 미국대학에 재직중인 교수를 정경대학 특정학과에 이중으로 발령" 등 수많은 절차상 문제점을 지적당한 바 있다.
당시 특히 어 내정자의 운영 방식의 세부사항과 이같은 절차적 문제들이 노정되자 순수학문 분야의 교수들이 반감을 가졌고 결국 총장 연임에도 실패했다는 풀이가 나온 바 있다.
결국 어 내정자가 스스로 그간 걸어온 '절차 무시 논란'이라는 행적은 별 탈 없이 넘어갈 수도 있는 강 행장이 물러나면서 미리 제출한 사직서 문제를 오히려 복잡한 해석 양상으로 몰고 가고 있다. 강 행장이 의도한 것이든 아니든 간에, 어 내정자로서는 KB금융 회장 내정자로서의 남은 기간을 권한 없는 '문서 수발'을 하면서 지내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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