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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박과 친이 모두 상처입은 어려운 국면
이번 부결은 한나라당 내 갈등이 본격적으로 수면 위로 재부상했다는 점에서도 눈길을 끌고 있다.
박근혜 전 대표는 29일 반대토론자로 나서서 "부결시켜 달라"고 강하게 주문하는 등, 이미 그간 고수해 온 원안 유지 입장을 재확인했다.
이미 지난 2007년 대선 후보 경선 때부터 시작된 계파간 감정의 골은 과거 18대 국회의원 선거 공천 과정에서 깊이 패였고 사실상 다음 대선이 임박해 오는 MB정부 2기 국면에서 지방선거 사실상 패배+세종시 수정안 부결이라는 상황을 겪으면서 더 굳어지게 된 셈이다.
국론 분열을 우려하기 전에 당의 사실상 분열 가능성을 우려해야 하는 상황인 셈. 그러므로 일단은 '원칙의 정치인', '국민과의 약속을 지키는 정치인'이라는 점을 확인한 박 전 대표나 친박계의 성적표는 액면상으로는 좋지만, 사실상 당내 갈등에 따른 민심 이반 그리고 이에 상당 부분 친박도 책임이 있다는 비판을 다음 대선까지 안고 가야 하게 됐다는 점에서 장기적으로는 친이와 친박 모두 상처를 입은 무승부라고 해석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박 전 대표가 다가오는 전당대회에 직접 나서는 문제를 고사한 것도 표면상으로는 "이명박 대통령도 곤란할 것"이라는 배려로 보이지만 실상 이번 세종시 처리 문제로 인한 후폭풍을 바로 입을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할 수 있다.
◆김무성 원내대표, 출구전략 성사시켜 위상 제고할까
이에 따라 이같은 갈등 국면을 봉합하고 새로 당대표로 추대될 인물과 MB정부 후반기 정국을 요리해야 할 짐이 김 원내대표에게 지워진 셈이다.
대야 관계도 마찬가지로 복잡해지고 중요성을 높이고 있다. 민주당 역시 수정안을 부결하여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수정안 부결 이후 아무 것도 하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것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신임 충청남도지사에 당선된 안희정 전 최고위원 같은 경우 '원안에 모든 게 다 들어있다'는 견해를 보이는 것으로 풀이되나, 박지원 원내대표는 방송 출연 기회 등에 원안에도 (일명 플러스 알파가) 있다는 지적을 한 바 있다. "정부가 지나치게 원안을 경직되게 해석한다"는 일갈이 그것.
이런 상황에서 원안을 수정하지 않으면 과학벨트 등 플러스 알파(인센티브)는 없다는 정부 입장과 사실상 플러스 알파를 끌어내는 협상을 원하는 야당 및 지역 정서 일각이 다시 협상 테이블에 마주 앉도록 할 필요가 있다. 이 정무적 조정 역할을 여당인 한나라당이 처리해 줘야 하고 그 완충재 격으로 정치 경험이 많은 김 원내대표의 존재가 부각되고 있는 것.
김 원내대표는 실제로 수정안 처리에 동조하는 입장을 보여 친박의 공분을 사는 등 비판에 직면했지만, 그간 상황이 수정안 처리에 가까워지자 유연하게 협상 여지를 제공하는 역할을 하기 시작했다.
김 원내대표는 이번 지방선거 충청권 당선자들의 플러스 알파 주장에 대해 "막연하다"고 평가(21일)하면서도 29일에는 "세종시 문제는 어떤 결말이 나든, 꼭 수정안이 부결된다고 종결될 문제가 아니다. 자족기능 부족이라는 또다른 문제의 시작이 될수도 있다"고 말해 사실상 이번 결과 이후에도 새로운 협상이 지속적으로 이어져야 함을 시사했다. 이른바 '출구전략'을 필요성을 위해 미리 모호한 구상을 내비친 것으로도 해석되는 부분이다.
이에 따라 김 원내대표는 청와대 박재완 국정기획수석, 박형준 정무수석, 그리고 정운찬 국무총리 등 당정청 수뇌부들이 주정해온 '세종시 수정안 부결=인센티브 無' 공언을 우회적으로 처리하는 데 공을 들여야 할 전망이다. 정 총리 등은 수정안 추진 과정에서 강한 드라이브를 걸기 위해 노력해 온 관계로 당분간 플러스 알파 추진 필요가 생겨도 소극적으로 임할 공산이 크다.
또 그간 박 전 대표 등과 소원해진 것으로 알려졌던 김 원내대표의 상황 역시 이후 플러스 알파를 정리하는 과정에서 한층 개선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한 번 소원해진 관계가 완벽히 복구되기는 어렵지 않겠느냐는 회의적 시각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반면 친박에서 유일하게 자기 정치를 할 수 있는 능력과 맥을 갖췄다고 평가받던 김 원내대표인 만큼, 세종시 수정안 부결 이후 국면에서 조정자 역할을 하는 과정에서 오히려 관계 회복 가능성과 함께 과거보다 위상의 일거양득을 거둘 여지도 있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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