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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KB금융 차기 회장감으로 거명되고 있는 어윤대 후보의 우리+KB합병론이 무리한 구상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그 위험성이 현대그룹 전반을 뒤흔든 국민투신(현대투신) 인수상황과 유사하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좌측이 KB 로고, 우측은 현대 로고> |
어 후보는 모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우리+하나를 봐도 세계 50위권이 안 된다"고 주장하고 "기업 활동을 적극 지원하기 위해 세계 50위권 메가뱅크의 탄생이 필요하다"는 시각을 강하게 피력했고 KB국민은행 노조는 이에 반발하고 있다.
현재 우리금융의 경우 우리투자증권 분리 매각 가능성이 높고, 경영권 프리미엄을 주지 않고도 인수를 할 수 있는 여러 방안들까지 포함한 '두리뭉실한' 매각 방법론 발표가 정부에 의해 이달 말 진행될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위와 같은 사고관을 가진 어 후보가 KB지주 회장으로 등장하는 경우, 하반기 본격화될 은행권 M&A는 KB금융과 하나금융 등 여러 주체가 벌이는 '협상 전쟁'이 아니라 '당위론'에 의한 인수 매듭으로 변질될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현대그룹 현대투신 인수 문제와 데자뷰? 괴담
이번 어 후보의 지나친 우리금융 M&A 집착론(당위론)이 협상 테이블에서는 오히려 KB금융에 최상의 결론이 아닌 답을 얻는 쪽으로 흘러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우리투자증권이 분리 매각이 추진되고 있고(KB금융으로서는 비은행 부문이 약하므로 이같은 문제에 오히려 집중하는 게 낫다는 지적), 정부 스스로가 블록세일과 경영지분과 경영권 프리미엄의 매각·은행간 합병 등 여러 가능성을 모두 두리뭉실 이달 말 제시할 것으로 알려지는 등 상황은 매수추진 측에 유리하게 흘러가고 있는데, 차기 수장이 될 인사가 협상력을 과시하기는 커녕 오히려 당위론으로 문제를 접근하고 있는 데 구성원들은 불안감을 갖고 있고 이것이 '어윤대 불가론'으로 나타났다는 것이다.
더욱이 이같은 KB+우리 M&A는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전문가 의견(김태준 금융연구원장 5월 기자간담회 발언) 등까지 겹쳐 우려감을 증폭시키고 있다. KB금융 구성원들은 "(정부의) 메가뱅크론을 위해 구조조정을 하자는 것인가"라는 불안감에 시달릴 수 밖에 없는 상황.
즉, 시장 논리와 상관 없이 혹은 일정 부분 떨어진 금융기관 인수, 그리고 이 문제가 모기업에 향후 큰 부담으로 오히려 작용할 것이라는 우려 등이 복합적으로 KB금융 주변을 맴돌고 있다.
이같은 현재 KB금융 상황, 그리고 각종 우려들이 모두 현실로 나타날 경우는 과거 2000년대 초 우리 경제계를 경악하게 했던 '현대투신(국민투신에서 이름을 바꾼 것) 유동성 문제와 현대그룹 위기'와 유사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관치에 의한 단추 잘못 꿰기가 첫 걸음
지난 97년 이후 30대 재벌 중 9개 군데가 무너졌다. 금융권도 마찬가지다. '조상제한서'라 불리던 조흥·상업·제일·한일·서울은행들이 대부분 역사의 뒤안길로 퇴장하거나 이름을 잃고 인수당하는 상황에 몰린 것도 재벌 개편과 유사하다.
이는 관치 경제로 탄생한 경제 체제가 이미 붕괴되었다는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관치 금융과 정경 유착으로 지탱되던 시스템은 IMF 구제금융을 거치면서 경쟁력을 잃었다는 것이다.
시장의 이성과 논리가 설 공간이 그만큼 절대적으로 넓어졌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현대그룹의 현대투신 인수 즉 국민투신 인수는 이같은 흐름에서 벗어나 있었다고 해석되고 있다.
오늘날의 KB금융 역시 마찬가지다.
최근 주가를 기준으로 추산하면 우리금융의 시가총액은 12조원에 달한다. 이때, 우리금융 지분 30%를 경영권 프리미엄을 포함해 사들이려면(공적자금 회수 등 정부에 유리한 방식) 5조원 정도가 든다고 추정되고 있다.
현재 하나금융이 주요 M&A에 나설 것으로 평가받지만 이같은 자금은 없다는 평가다. 즉 경영권 프리미엄을 지급하는 방식으로 M&A가 진행되려면 답은 첫째, KB금융이 나서고, 둘째, 그 차기 회장이 어 후보처럼 강렬한 의지와 당위성으로 무장(일부 협상력 발휘 가능성마저도 포기해 이익 추구분 손실을 감수할 수 있는)해야 할 것이다.
지난 연말 보고서에서 동부증권 이병건 연구원은 KB금융 동원 가능 자금은 10조원에 달한다고 예상했다.가장 큰 자금력을 가진 매수 후보 측에서, 우리금융의 인수 필요성과 KB+우리의 합병 당위성에 대해 강한 애착을 갖고 있다면, 정부 측으로서는 공적 자금 회수에 가장 유리한 조건으로 협상을 끌고 나갈 수 있다.
결국 정부의 의지에 따른 금융 시장 개입(내지는 강렬하게 정부에 유리한 메가뱅크론을 신봉하는 친정부 인사에 따른 승부수)이라는 점에서 현대투신 사태와 KB+우리 합병 시나리오에 유사성을 찾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시너지 효과 없이 출혈가져올 인수 왜? '논란'
현대투신의 경우, 그 자체적인 문제로 인해 현대그룹을 힘들게 만든 것이 기본 골자다.
물론 정부가 당시 현대투신 인수 주체로 점찍을 만큼 현대그룹은 당장은 큰 문제가 없었다는 시선이 강했다. 하지만 현대투신의 문제는 크게 자본금 결손과 유동성 위기로 이를 안을 만큼 현대그룹이 충분하고도 남을 체력이 있었는가를 따지면 결과론적 해석이지만, 그렇지 않다는 분석이다. 1997년 4월 국민투신의 부실을 떠안은 현대는 이듬해 또 다른 부실덩어리 한남투신을 인수한 뒤 힘겹게 정상화하는 과정에서 대우사태를 맞았고 이것이 2000년 현대그룹 유동성 위기로 불거졌다.
KB금융 역시 마찬가지다. 어 후보가 실제로 수장이 되고 그의 소신대로 인수전이 진행되는 경우, KB금융은 우리투자증권만의 분리 인수 등 여러 유리한 상황과 다른 인수합병 그림을 그리게 된다.
우리금융의 주력인 우리은행은 KB금융의 대들보인 국민은행과 상당한 영업력의 중복 현상을 보이고 있으며, 매번 예보와의 경영 약정을 불이행하는 불상사를 빚었을 뿐더러, 현재 감사원이 2001년 이후 첫 감사를 진행할 정도로 매각을 앞두고 강력한 점검이 필요한 매물이다. 문제 매물이라고까지 할 것은 아니나, 그렇게 인수 당위성을 강조할 정도의 매력적 매물인지에 대해서는 의문의 여지가 있을 수 있다.
그러므로 어 후보와 같은 인수 당위론 구상은 전혀 시너지 효과가 없고 오히려 KB금융에 내출혈을 가져올 가능성이 높다. 김태준 금융연구원장 5월 기자간담회 발언을 굳이 빌리지 않더라도, 이같은 합병은 KB금융에 큰 효과를 가져오기 어렵고, 결국 다른 M&A를 찾아 나서야 한다는 풀이가 나온다.
아울러, 상당한 점포와 인력이 겹치는 상황이 불가피한 인수합병 그림이기 때문에 구조조정을 감내해야 하고 이는 노하우의 유출과 퇴직금 채권 등의 낭비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 문제는 이같은 상황이 10조원 가량의 자금 동원력을 상당 부분 깎아먹는 일이며, 그만큼 고스란히 위기 대응 능력 저하로 이어질 것이라는 데 있다.
◆독재적 오너십 적나라하게 드러나 부작용 우려
문제는 또 있다.
현대그룹의 현대투신 인수와 이후 불거진 유동성 위기 등은 결국 이처럼 독단적인 흐름을 만들어 낸 고 정주영 회장 일가의 운영 방식(재벌식 독재 경영 방식)에 대해 시장이 위험 신호를 보낸 것이라는 평가다.
이전까지는 이처럼 문제 있는 인수에 나서는 것이 (일부 당국의 강권에 의한 것이었더라도) 우리 재벌들의 체질화된 경영관행이었고 용인됐다. 하지만 시장이 더 이상 이같은 전근대적인 경영풍토를 용납하지 않게 되었을 때 현대투신 위기와 이로 인한 현대그룹으로의 위기 확대가 불거진 것이다.
KB금융의 경우 이번 KB+우리 합병론으로 볼 손해가 만만찮아 보인다. KB금융은 그간 주인이 없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지만, 크게 경영권 행사에 문제가 없는 경영 패턴을 그간 보여왔다.
그러나, 이번에 어 후보가 실제로 선임되고, 그의 구상이 여러 문제에도 불구하고 밀어붙이기 식으로 집행되는 경우에는 KB금융에 들러와 있는 외국인 투자자 등의 반발에 부딪힐 수 있고, 이것이 KB금융에 위기로 부각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이처럼 10년간의 시차가 있기는 하지만, 이번 현대그룹+현대투신의 불행한 역사와 KB금융+우리금융의 불안한 미래 앞에 겹치는 바가 많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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