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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종 바람' 휩쓸려 방향 잃은 지방선거

정책이슈 희석, 대세론·단일화바람·북풍 등 작용해 퇴보우려

임혜현 기자 | tea@newsprime.co.kr | 2010.06.02 11:41:31

[프라임경제] 역대 지방선거와 다른 환경이 6·2 지방선거를 둘러싸고 형성된 가운데, 실제로 이같은 경향이 어떤 결과를 빚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번 지방선거의 경우 정부와 여당이 불리한 여러 상황이 겹쳤음에도 정권심판론이 희석될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업그레이드 북풍? 안보 이슈 극대화 '중간선거 경향 희석'

그간 지방선거에는 '야당이 선전, 여당이 고전할 수 밖에 없는 구조'라는 인식이 널리 통용됐다.

일례로 정권을 잡은 기간 내내 각종 재보선 등 여러 선거에서 연전연패를 거듭했던 구 열린우리당의 경우, 가장 뼈아픈 참패는 2006년 지방선거였다는 풀이가 나오고 있다. 임기 중반을 넘어선 상황에서 지방선거를 통해 정권에 비협조적인 도백들이 지방행정을 장악하면서 레임덕 현상이 더 가속도가 붙었고, 당시 야당이던 한나라당의 '정권심판론'에 힘이 붙어 2007년 대선까지 장애물이 모두 사라진 상황이 됐던 것.

하지만 이번에는 안보이슈, 즉 천안함 사건에 대한 쟁점화 정도가 다른 요인들보다 크게 작용하고 있다는 풀이가 나온다.

과거 안풍 사건과 총풍 사건(안기부와 북한 이슈를 선거 때 정치적으로 활용해 왔다는 논란에 대한 수사)을 거치면서 안보 이슈에 대한 민감성은 떨어졌다는 게 중론이었다. 아울러, 이번 천안함 사건은 정권의 위기 관리 능력 결여로 해석돼 야당에 호재가 될 것이라는 예측이 많았다.

하지만 이른바 '코리아 리스크'와 이에 대한 우려가 되살아 나면서 오히려 안보 이슈가 다른 모든 이슈를 삼키고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남유럽 위기와 겹쳤다고는 하지만 하루에 코스피 지수가 40포인트 이상 하락하는 상황이 연출되는 등 유례를 찾기 어려운 경제위기가 안보 문제와 결합하는 등 새 양상을 띤 것. 이로 인해 무상급식, 4대강 사업, 세종시 이전 원안 고수 여부 등 정책이슈가 희석되는 경향이 나타났다.

◆단일화 바람 거셌지만…연합 전선 구축 '생각만큼 득 볼까' 촉각

한편 이와 같이 한나라당에 대한 심판 이슈가 강한 화력을 발휘하지 못하면서, 이번 선거에서는 야권간 합종연횡 경향이 더 두드러지게 나타나기도 했다.

민주당과 연관성을 갖고 있는 국민참여당, 한때 같은 울타리 안에 있었던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 등 야권을 보면 뿌리가 같거나 정책적 색채를 상당 부분 공유하지만 일부 차이로 인해 노선을 달리하는 정당들이 서로 갈라져 득표 경쟁을 하는 형국이다.

오히려 제한된 시장을 놓고 분점을 하는 양상이다 보니 표가 분산되고 의미있는 득표에도 불구하고 얻는 것(지자체장이나 각종 지방의회 의석)은 없는 상황이 올 것이라는 우려가 높게 제기됐고, '이대로 가면 공멸한다'는 공감대 역시 형성되었다.

이에 따라 야권에서는 '단일화 후보'라는 이슈가 본격적으로 형성됐던 것도 이번 선거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참여정부 말기에 구 열린우리당 내에서 '노통과 거리두기'를 하던 경향과 그 앙금을 딛는 1차적 계기가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자살이었다고 한다면, 2차적인 연대 문제는 이번 지방선거에서의 민주당과 국민참여당간의 연대 활동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민주당이 자당에 다소 불리할 것으로 보이는 후보단일화 방식에 합의, 결론적으로 경기도지사 후보 자리를 신생 정당인 국민참여당에 내준 것은 드라마틱한 협력의 모습으로 눈길을 끌기도 했다.

하지만 경기도지사 후보로 나섰던 진보신당 심상정 후보가 후보 사퇴를 하는 중에 일부 당원들이 절차 문제를 놓고 강하게 반발하는 등 이번 야권의 후보 단일화는 선거 이후 각당 내부에서 강한 분열을 초래할 새 뇌관으로 떠오를 여지도 있어, 이번 지방선거 뚜껑을 열어본 이후 성적표가 야권에 극히 나쁘게 나오는 경우 야권 전반이 선거 책임론에 휘말려 마비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대세몰이 바람? 정책 선거와 공명 선거 정치권이 스스로 포기 논란

한편 이번 선거에서는 각당의 후보 공천 과정에 각종 논란이 불거지면서 '대세론 바람'이 어느 때보다 거세게 불었다는 점도 주요 특징으로 언급되고 있다.

일례로, 한나라당에 맞설 카드가 시급하다는 조바심은 몇몇 광역단체장 선거에서 민주당이 '빅 카드'를 선호하는 경향을 강하게 드러내게끔 만들었다.

오세훈 현 시장을 꺾기 위해 비중있는 정치인을 택해야 한다는 대세론이 불거지면서 민주당은 한명숙 전 국무총리로 후보 결정을 했는데, 이 과정에서 정책 토론 등이 검증방법으로 사용되지 않고 여론조사에 의존 후보를 정하게 되면서, 서울시장 후보 공천을 위해 뛰던 이계안 전 의원과 김성순 의원 등이 이에 불만을 표시하기도 했다.

민주당은 인천에서도 안상수 현 시장 대항마를 택하는 과정에서 당 중진인 송영길 의원을 전략공천하려 한다는 의구심이 공천을 희망하던 정치인들 사이에 제기된 바 있기도 하다.

한편 이같은 대세론은 이번 선거 과정에서 빚어진 한나라당의 각종 막말 논란과 호남 지역에서의 민주당 공천을 둘러싼 각종 네거티브 공방전 등을 빚기도 했다. 특정 정당이 지역에서 앞서고 있다는 인식을 갖는 경우 국가적 이슈를 지방선거 호재 정도로 인식하거나, 각종 잡음을 불사하고라도 공천을 받으려 과열 경쟁으로 치닫는 현상이 나오는 등 지방 정치가 오히려 퇴보하는 경향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이에 따라 이번 지방선거 이후 각당별로 만족스럽지 못한 결과가 나오게 된 데 따른 책임 논란, 당의 정체성 논란과 존속 가능성에 대한 고민 등이 복합적으로 터져 나올 가능성이 높다.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경우 예상 외로 패배지역이 많이 나오는 경우 정몽준 지도 체제, 정세균 대표 체제의 장악력이 급격히 떨어질 가능성이 생기게 된다. 진보신당과 민주노동당 등은 연대 결정에 대한 비판론이 제기될 여지가 남아 있다. 한편 정치권 공통 이슈로는 이번 지방선거에서 검증되었어야 할 각종 지역 현안에 대한 논의가 다시 검토되어야 한다는 '기회 비용' 문제가 남고, 북풍으로 희석된 각종 정치 이슈들 역시 금년 하반기에 한꺼번에 처리되어야 한다는 부담감 역시 높아질 수 밖에 없어 보인다.

중앙 정치면에서 보든 지방정치 발전이라는 측면에서든 이번 6월 지방선거는 불만족스럽게 주마간산으로 치르면서 향후 처리해야 할 숙제만 늘렸다는 점에서 높은 불만족도를 기록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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