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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L, 앵벌이 효과+리니언시 방패 없는 앞날은?

공모인정·과징에 소극적 공정委에 비판쇄도…사법부 이미 변화조짐

임혜현 기자 | tea@newsprime.co.kr | 2010.06.01 16:35:23

[프라임경제] 리니언시의 묘미와 국익론, 일종의 동정표(속칭 '앵벌이 효과'라고 말하는)가 어우러진 '솜방망이 담합 응징'이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5월말, 화물운송료 운임을 담합한 혐의로 대한항공 등 국내외 항공사 총 19개사에 과징금 1195억4400만원을 부과하는 결정을 내렸다.1999년부터 2007년까지 7년여동안 함께 유류할증료를 높여 항공화물운임을 인상했다는 것.

그런데, 이 기간 화물운송매출액이 6조7000억원으로 추정됐고, 최대 5%까지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으므로 3350억원까지 가능했는데 이같은 규모가 산정됐다는 데 시선이 쏠리고 있다. 봐주기식 조치가 아니냐는 것이다.

아울러 가장 화려한 스포트라이트가 쏠리는 곳은 단연 대한항공이다. 담합을 주도했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면서도 리니언시(담합행위 자진신고자 감경)를 통해 대폭 감경받는 수혜주가 됐기 때문이다.

◆살림 어려운 한진그룹 주머니 사정 참작 됐나?

   
   
공정위 조치에 대해 대한항공은 보도자료를 짤막히 내며 '표정관리'를 하는 모습이었다. 내심 환영할 만한 결과물을 받아들게 되기 때문.

대한항공은 이번 사건 처리 결과에 대해 "공정위로부터 심결서를 수령하지 못한 상황이라 공식적인 입장을 밝힐 단계는 아니다"라면서 "자진신고자 감경제도 적용을 받아 당사가 공정위로부터 실제 부과받은 금액은 221억9900만원"이 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리니언시(자진신고자 감경) 외에도 이같은 결과가 나온 데에는 여러 요건이 작용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과징금 부담능력도 상당한 변수가 됐을 것이라는 해석이다. 적자 기업이나 도산 기업은 감경폭이 정해져 있다(기속 행위).

아울러 산업이 전반적으로 어려운 상황에 접한 경우, 50%에서 최대 전액을 깎아줄 수 있다. 이 감경폭은 공정위 전원회의의 재량에 속하는데, 공정위 전원회의는 각종 담합 행위 등에서 최근 기업에 온정적 조치를 베푼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더욱이, 외국발 한국행에 대해서는 최종 부과금의 절반을 감경한 부분은 '애국주의'의 백미로 꼽힌다. 787억원의 절반인 393억원을 삭감받았는데 우리 나라 기업들의 수출을 방해한 것보다 죄질이 가볍다는 정책적 고려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고뇌에 찬 결단'인 동시에 '님비주의'라고도 볼 여지가 없지 않다.

◆무르기만 한 공정위, 법원 태도는 '기업범죄'·'항공사건'에 전향적 태도

공정위 조사결과를 종합하면, 이번 화물항공료 담합은 사실상 대한항공이 주도했다. 우리나라에서 출발하는 화물뿐만 아니라 해외에서 우리 나라로 향하는 화물의 초기 담합 등에 대한항공이 거의 대부분 얼굴을 들이밀고 있다는 것. 

결국 재무구조 개선약정 중인 한진그룹과 대한항공의 사정에 대한 '동정표' 효과, 수출기업에 준한다는 배려, 리니언시 효과의 시너지 효과로 대한항공은 주범이면서도 그물을 빠져나갔다고 할 수 있다.

과징금 규모도 적을 뿐더러, 여객 운임 건은 담합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비판이 많으나 공정위가 이를 잡아내지 못했다.

하지만 이는 우리 나라 공정위의 온정적 시각에 따른 결과일 뿐, 세계 표준으로 보기엔 무리가 있다는 지적이다.

이번 과징금 처분은 2007년 미국, 2008년 뉴질랜드, 2010년 호주에 이어 4번째로 나온 것이다. 이들 국가에서는 여객 운임 담합 혐의가 인정됐다. 유럽연합(EU)이 해당담합기간 화물항공운임 총액의 10%를 손해액으로 예정하고 있는 것과 비교해 볼 때 우리 나라는 5%로 상한선 규모 자체가 다르고, 그나마도 그 폭 안에서도 전면 부과가 이뤄지지 않고 있음을 보면 상당한 차이가 있다는 것.

특히, 과징금 처분의 경우, 대한항공이나 아시아나 모두 외국 조사시에는 여객 운임 담합 문제에 대해서도 결국 항복한 것도 '담합 의제'에 대해 외국 판례가 존재하는 등 압박이 우리보다 셌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문제는, 우리 나라 법원이 '항공 문제'와 '글로벌 기업 규모의 경제 사범 처리'에 있어서는 '세계표준'을 논하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는 데 있다.

즉, 우리 나라 공정위와 법원이 담합 등 기업의 비정상적인 행위를 교정하는 데 소극적이라고 해도 이미 우리 나라 기업의 활동 효과와 그에 대한 법리 문제를 2009년 미국 법원에 우리 나라 사람들이 대표소송을 제기하는 등 글로벌 통일화 경향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

하물며 이미 법원 스스로도 미국식 판례 논리를 상당 부분 관심있게 들여다 보고 있고 특히 대한항공과 같은 글로벌 기업이자 항공업이라는 특수 기업이라는 '교집합' 기업으로서는 이같은 경향에서 더욱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

일례로, 이번에 공정위는 여객 운임 담합 문제를 (다른 나라의 불공정행위 적발 행정체계와 달리) 제대로 밝혀내지 못했는데, 외국 법에서는 이미 담합 의제(답합이 있었던 것으로 볼 가능성이 상당한 경우 이를 추정하는 일)에 대한 법리가 구성돼 적용됐기 때문에 우리와 결론이 다르다는 것이다.

이미 2006년 삼성 에버랜드 사건의 항소심 재판부는 검찰과 변호인 모두에게 "반트러스트법을 보니 두 항공사가 하룻만에 똑같이 항공료를 인상할 경우 담합이 아님을 입증할 책임을 항공사에 물은 판례가 있다. 다른 나라 형법에도 적용된 바 있는지 검찰과 변호인 모두 연구해 보라"고 언급해 묘한 여운을 남겼다(다만, 2심 법원은 결국 판결문에서는 이같은 미국 판례법상 논리를 명확히 언급해 에버랜드 사건의 의사 결정이 확실한 회사 관계자간 '합의'에 의한 것으로 추정하겠다고 하지는 않고 넘어갔다.)

소장판사들의 논의 단계를 넘어, 서울고등법원 등 이미 법원의 중추적 역할을 하는 층에까지 이같은 논의 수입이 진지하게 검토 중임을 방증하는 사례다.

아울러 괌 대한항공기 추락 사고에 대해 대한항공의 합의액 제시가 불만인 한국인들이 미국 법원에 제소, 조정을 한 사례 그리고 2007년 중국 민항기 김해 추락 사건 처리에서 대법원이 "항공 사건의 경우 배상에 국제표준이 없다는 원심 판결은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논리로 영국 보험계 기준이자 보험계에서 널리 통용되는 '로이드 배상 기준'을 기준으로 해달라는 피해자 유가족측 논리를 받아들인 경우가 있다.

따라서, 공정위의 행정조치에도 불구하고, 향후 우리 나라에서도 문제가 법원으로 가는 경우에는, 담합 회사측에 상당한 책임을 묻는 경우가 예상 외로 가까운 시일 내에 현실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향후 장기적으로는 대한항공의 재무 상태와 펀터먼털 개선이 예상되고 있고, 불경기가 끝나는 경우 등 각종 필수적, 재량적 감경 요인이라는 방패막이가 모두 사라질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즉 미래에는 리니언시 제도의 혜택만으로는 불공정하게 시장질서를 교란시킨 당사자가 빠져나가기 어려운 세상이 올 것임을 시사한다는 점에서, 이번 대한항공의 과징금 축소는 앞으로는 문자적 의미 그대로 '박물관에서나 볼 수 있는' 사례로 기록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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