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기업들의 계열사 부당지원 방식이 점점 교묘해지고 있다. 과거 글로비스 사태처럼 거래 물량 몰아주기 같은 방식은 이미 원시적으로 치부될 정도다. 계열회사와 손실이 뻔한 거래를 하고 부당지원을 한 다음, 손실로 회계처리를 해 세금을 줄이는 일거양득을 노리는 등 여러 방법이 동원되고 있다.
이에 따라 세법상 부당행위계산 부인 원칙을 규정하고 관련 거래가 적발되는 경우 과징금을 부과하는 등 방어 대책이 강구되고 있다.
하지만 기업들은 이같은 규정에도 불구하고 손실이 발생할 것이 분명한 방식을 동원, 여전히 계열사 부당지원을 시도해 오고 있다.
◆형식상 타당한 회계처리라도 목적 불순하면 문제
법인세법은 법인 또는 개인사업자 등의 행위 또는 회계처리가 법률상으로나 기업회계기준상 그 내용이 보편타당성이 있다 할지라도 세무계산상 그 내용과 성질이 조세를 부당히 감소시킬 목적으로 행하였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이 효력을 부인하고 있다(행위 당시 당해 법인 등과 특수관계가 있는 자일 것, 법인 등의 소득에 대한 조세의 부담을 부당히 감소시키는 것으로 인정되는 경우에 한한다는 전제조건이 있음).
일례로, 금융감독원이 1998년 금호생명이 금호종금 유상증자에 참여, 손실을 감수하면서까지 자금 지원을 했다는 점을 밝혀낸 경우를 보자.
금호생명은 금호종금의 유상증자 공모가(5000원)가 시가(당시 2800원)보다 높아 손실이 예상됨에도 증자에 참여, 당시 2억여원의 평가손을 냈는데, 이를 회계처리해 회사 수익이 줄어 조세가 줄었음이 입증된다면 이 원칙 위반이 돼 과세 대상이 된다.
금호그룹은 금호생명(현재 산업은행 계열로 매각됐다)을 동원, 이같은 유상증자와 창투사를 통한 계열사의 우회적 기업어음 매입 방식 등 여러 기법을 자유자재로 '사금고'처럼 활용했었다.
그러므로 국세청이나 공정거래위원회 등이 이런 거래를 예의주시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할 수 있다.
◆기업들, 불복 소송 등으로 장기전 펴면 된다 인식
하지만 막상 이 원칙을 활용, 철퇴를 가하는 것은 쉽지 않다.
부당계산행위 부인 원칙은 세금 부과, 공정거래법상 시정 조치(시정명령 및 과징금) 등의 논리적 근거가 되기는 하지만 국세심판이나 그에 뒤이은 행정소송, 또 시정명령취소소송 등으로 공방전을 벌이면 장기전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SK텔레콤 등은 1999년 1월~2000년 10월 자본잠식 상태에 빠졌던 SK생명에 총 1400억원을 2~3%포인트 낮은 금리로 부당하게 후순위대출을 했다가 공정위로부터 시정명령과 과징금 28억원을 부과받았다.
SKT 등이 이 거래에서 적용한 국세청고시 인정이자율은 '금융회사가 보증한 3년 만기의 일반회사채' 수익률을 기초로 한 것인데, 이는 세법상 조세회피목적의 부당계산행위 부인에서 과세금액 산정의 기준이 되는 금리로 무보증, 장기만기의 후순위대출인 이 사건에서는 정상이자율의 근거로 삼기 어렵다는 게 공정위 논리였다.
하지만, SKT 등이 불복하면서 이 사건은 2005년 7월 서울고등법원에서 원고 패소 판결이 날 때까지 소송에 휘말렸다.
현대차 케이스에서 국세청은 이못지 않게 긴 소송을 치르고 있다.
국세청은 현대차가 1999년과 2000년 현대우주항공의 유상증자에 참여한 뒤 현대우주항공이 청산되자 참여 금액 960억원을 손실 처리한 일에 대해 부당행위 계산 부인 이론을 적용, 법인세에 556억4863만원을 더 납부하도록 했다.
하지만 2007년 부과 처분에 대해 현대차가 반발, 소송을 제기하면서 표류하고 있다. 2010년 6월 초에 1심 판결이 나올 예정이다.
◆우회적 계열사 지원 대응논리 발전 여부에 관심
이처럼 부당한 계열사 지원은 여러 경로로 발전하고 있으나 이에 대한 원상복구나 정당한 과세 대응은 그 속도를 따르지 못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앞으로 부당행위계산 금지의 원칙이 논리의 정교성을 더해 나가면서 확장해 나갈지 주목된다. 이 발전 가능성은 지주회사 전환 이후 재벌 계열사들에 주주대표소송을 제기할 소수 주주가 마땅히 없게 될 것이라는 우려에 대한 대응대책으로 이중대표소송(모회사의 주주가 자회사의 잘못에 대해 모회사 이사를 상대로 소송하는 것)이 논의되는 것과 함께 기업 전횡 방어대책으로 관심을 모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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