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저신용층에 대한 금융 창구 마련 문제가 눈길을 끌고 있는 가운데, P2P(peer to peer) 금융이 관심을 끌고 있다.
신나는 조합 등 시민사회단체의 마이크로 크레딧(저소득 자활자금 지원) 활동과 미소금융중앙재단과 각 기업 미소금융의 활동으로 이전보다는 활로가 트인 상황이지만, 이들 사업은 경제적 자활에 방점을 두는 만큼 창업 지원 쪽으로 용도가 맞춰져 왔다. 정부와 한나라당이 신용등급 6등급 이하인 사람들을 위해 앞으로 5년간 10조원 규모의 보증대출을 하겠다는 서민금융 활성화 대책을 지난 7일 발표했지만 아직 재원 마련 단계다.
이에 비해 대학 등록금이나 전세금 등 생활 자금 지원부터 기업 활동에 필요한 이른바 운전자금, 벤처기업에 대한 투자 자금 등에 이르기까지 넓은 영역에서 은행 등 기존 금융기관의 빈 자리를 메워주는 것이 바로 P2P 금융이다.
더욱이 이들은 일정한 기금(미소금융의 경우 중앙재단은 은행들이 보유한 휴면예금을 출연받아서, 각 기업 미소금융의 경우 기업 출연금으로 개설됐다)에 의존하는 대신 개인들의 투자 판단과 소액 투자로 모은 기금 대출이라는 방식에 기반한다는 점에 또다른 특징을 두고 있다.
◆고이율 매력·십시일반 만족감…집단지성이 이끄는 구조
국내에 P2P금융이 선을 보인 것은 2007년으로, '머니옥션'과 '팝펀딩' 등의 P2P금융기관이 현재 활동 중이다.
대출이 필요한 사람이 원하는 액수와 사연(상황), 지급하고자 하는 이율(금리)을 정해 올리면, 투자자들이 심사, 개인이 빌려줄(투자할) 수 있는 액수와 금리를 모아 대출이 이뤄지게 된다. 투자 희망 액수 총액이 대출 신청 액수를 초과하게 되면 이때부터는 투자자 측에서 제시한 이율과 등록 시간을 감안, 낮은 이율 금액을 모아 결정하게 된다. 즉 대출 신청에 호응해 동참하는 투자자가 많이 모일 수록 대출 성사 가능성이 높아지는 한편 이율 역시 낮아지게 되는 이른바 '역경매' 방식이다.
기본적으로 자기 판단으로 투자를 하기 때문에 원금 손실 가능성을 걱정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신용이 낮은 대출자들이 이용하는 데 비해 대출회수율이 높다. 예를 들어, 팝펀딩은 지난 3월 누적대출금 10억원을 달성하였는데, 이 기간 동안 95% 이상의 상환율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머니옥션 역시 19일 기준 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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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머니옥션의 대출과 누적연체·수익 현황. P2P 금융은 이렇게 공개된 자료를 놓고 개별 건마다 사연을 검토, 투자경매에 들어갈지 투자자들이 판단한다.> |
이렇게 위험성을 걸러내는 힘은 '집단 지성'에서 나온다. 팝펀딩은 출범 초기부터 심사를 하지 않고 회원(투자자)들이 자체 필터링을 하는 구조를 선보여 눈길을 끌었다. 머니옥션 역시 심사 과정이 존재하긴 하긴 하지만 판단의 주요한 몫은 투자자에게 달려 있다. 자체 필터링에 대한 의구심이 있었지만 개인 투자자(대출자)들이 여럿이 모여 투자 규모와 투자 여부를 판단하는 '열린' 구조가 전통적인 여신 심사 이상의 위력을 발휘, 상대적으로 높은 위험층을 상대로 대출에 나서면서도 위험 부담을 낮추고 있는 것이다.
이를 가리켜 '집단 지성'의 힘으로 보는 이가 많다. 오픈 사전 위키피디아가 열린 구조로 여러 사람이 앎을 더해 설명을 완성해 나가는 것처럼, 여러 사람이 대출을 할지 말지를 열어 놓고 심사하는 과정을 보여주는 자체만으로도 다른 사람들에게 판단의 근거와 실마리를 제공한다는 것.
집단 지성으로 품앗이를 한다는 만족감이 이처럼 P2P금융을 버티는 가장 큰 지지대라고 할 수 있다.
P2P 금융이 존재하도록 하는 또다른 축은 위험도에 대신해 제시되는 높은 투자 이율 가능성이다. 39% 이하의 이율을 제시할 수 있지만, 36% 선에서 대출을 받고 싶다고 제시하는 대출 희망자가 많기 때문에 이에 따라 29% 정도에서 성사되는 대출이 많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대체로 저축은행 적금 금리가 6%면 고금리로 보는 것에 비하면 상당한 매력요인이 있다고 할 수 있다. 다만, 팝펀딩의 경우 투자자 원금 손실 위험을 줄이기 위해 건당 투자금액을 투자자 등급별로 제시하고 있고 1인당 연간투자한도금액은 1,000만원을 넘지 못하도록 제한했다. 머니옥션의 경우 투자금액 제한선은 없다.
◆학자금 장기 대출이나 기업 대출로도 '확장'
이렇게 기존 금융권에서 소외된 계층에 소액의 긴급한 자금을 대출하는 틈새 시장을 활성화한다는 P2P 금융은 점차 그 영역을 넓히고 있다.
우선 학자금 대출을 특화해 더 낮은 금리로 장기간 대출을할 수 있도록 P2P 금융 내에서도 특화하려는 움직임이고, 다른 하나는 중소기업(특히 벤처기업)의 엔젤 투자자 노릇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팝펀딩의 학자금 대출이 P2P 금융의 십시일반 성격과 이타성을 극대화하는 모델. 학자금 대출 참여는 무이자 투자 모델이다. 이자 수익을 얻기 보다는 대출을 얻은 학생의 사회적 멘토가 된다는 만족감을 누리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성장 가능성이 충분한 작은 기업을 돕는 대출 역시 P2P 금융이 근래 눈길을 돌리는 영역이다. 팝펀딩은 동영상 '찌질스'의 제작 업체에 투자자를 모으는 아이디어를 제시한 바 있다. 다만, 아직 벤처에 투자하고 지분을 얻는 등의 적극적이고 공격적인 투자로까지 진행하기에는 어려움이 따른다. 머니옥션은 "벤처에 지분에 투자를 하거나 하는 경우는 공모 문제로 인해 제약이 생겨 할 수 없지만, 벤처나 소상공인의 경우 대출로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현재 진행되는 이같은 움직임만으로도, 기업 금융을 다루는 은행 등 제도권 금융이 심사 기준을 세우기 어려워 소외되는 경우에 대안으로 찾을 수 있는 곳이 생긴다는 의의가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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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높은 원천징수 세율은 상당한 불만을 낳고 있다. 게시글은 팝펀딩 블로그에 올라온 투자자들의 반응> |
◆대부업자보다 높게 세금 부과당하는 현실은 '한계'
하지만 제도적인 뒷받침이 미비한 영역이라는 점은 P2P 금융이 앞으로 더 커지는 데 언젠가 장애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우려를 낳고 있다.
일단 머니옥션은 대부업 및 대부중개업 등록을 하고 있고 팝펀딩은 저축은행에서 대출을 받아 대출 희망자들에게 대출을 하는 방법으로 사업모델을 꾸려 회사 경영상에 형식적으로는 문제가 없다. 하지만 문제는 투자자들의 성격을 규정하는 데 있다.
품앗이 의도로 여윳돈을 투자했든, 높은 이자율(금리)에 반해 이익을 보려고 투자를 결심했든 높은 세율을 적용받는 것은 투자 확대를 어렵게 한다. 유사수신행위로 규정되거나 무허가 대부업자로 몰리는 등의 극단적인 경우뿐만 아니라 간접적인 방법만으로도 성장이 어려워지는 것. 실제로, 이들 P2P 금융에 투자하는 투자자들의 이자 수익에 대해 부과되는 높은 비율의 세금을 보면 당국이 이렇게 미처 예상하지 못한 금융 거래에 어떤 시각을 보내는지 짐작할 수 있다.
현재 P2P 금융에 투자해 얻는 이자수익에 부과되는 세율은 27.5%. 현행 세법은 법인이 개인에게 지급하는 비영업대금이익(이자)에 대해서 25%(주민세 포함 시 27.5%)의 세율로 원천징수하도록 하고 있는데, 비영업대금이익이란 금융을 업으로 하지 않는 자가 대출 등으로 얻는 이자 소득에 부과하는 것. 일종의 불로소득으로 간주, 높은 세금을 부과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는 게 업계 주장이다.
아무리 높은 이율 외에도 품앗이를 한다는 좋은 의도로 투자를 했다고 해도 높은 세율을 부담스럽게 느끼는 이가 많은 것은 인지상정. 이에 따라 P2P 금융을 하면서 대부업 등록을 하는 편법을 쓰기도 한다.
머니옥션 고용기 이사는 "그래서 세금 납부를 줄이기를 희망하는 경우에는 대부업 등록을 하도록 유도한다"고 설명한다. 고 이사는 "현재 4000여 투자회원 중 90명 정도가 대부업 등록을 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그야말로 투자를 '업'으로까지는 생각하지 않는 경우나, 대규모로 투자를 하고 싶어도 대부업 등록이 주는 여러 불이익(구청 등 지자체의 관리 감독, 사회적 인식)으로 주저하는 경우가 많다.
높은 세율은 높은 이율로 오는 기대 수익을 감소시켜 사실상 이익 추구를 어렵게 한다. P2P 금융의 투자자 중에는 이익금을 계속 투자하기를 반복해(중간 회수를 하지 않은 경우) 3년에 33%가량 수익을 얻은 전례가 있기는 하지만, 높은 세금 부담과 각종 투자 판단에 드는 시간 투자를 감안하면 수익이 너무 적다는 불평이 나오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대부업으로 등록한 이가 이자 소득에 대해 6% 세율을 적용받는데(이자소득 연 1200만원 이하) P2P 투자자가 더 높은 세율로 원천징수를 당한다"는 고 이사의 설명이 아니라도 현재 P2P 금융을 둘러싼 상황은 납득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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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국회에서 열린 토론회에서는 P2P 금융 등 기업 금융과 일자리 창출 문제가 논의됐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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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국민권익위원회에서 열린 금융권 사회적 책임 토론회에서는 P2P 금융 확대 필요성이 발제문을 통해 거론됐다.> |
◆중기 지원 대책으로 P2P 금융 관심 상승, 관련 제도 개선될까
하지만 언제까지 P2P 금융을 현재 상황처럼 방목하지 않을 것이라는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위에서 지적했듯, 최근에는 P2P 금융 스스로도 중소기업 등에 투자를 하려는 움직임을 스스로 보이고 있는 데다, 당국에서도 벤처캐피털 대안으로 P2P 금융을 끌어들이는 문제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특히나, 그간 벤처캐피털 투자 대부분이 상장을 앞둔 기업들에 집중되는 등 창업 초기 기업에 대한 투자가 극히 미미했던 한계가 있었는데, 이런 상장 문제 외에도 유망성 등을 기초로 소액 투자자들이 다수 모일 수 있는 P2P 금융이 오히려 제격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 3월 4일 국회에서 열린 관련 토론회에서 중소기업청 백운만 과장이 "P2P금융투자를 통한 벤처기업 지원에 관해 적극 검토하겠다"는 관령 제도 정비 필요성을 역설한 것은 좋은 예다. 백 과장은 "벤처기업을 지원 하는데 개인 뿐 아니라 다양한 단체, 기관 등이 투자자로 참여할 수 있는 P2P금융 플랫폼에 대한 법적제도 및 기능 마련이 시급하다"고 현재 상황을 진단했다.
이민화 호민관 역시 정부주도형 미소금융의 지속성과 수요대비 공급 필요성 못지 않게 P2P 금융의 활성화에 따른 순기능을 주목하고 있다. 이 호민관은 지난해 10월 간담회에서도 발제를 통해 "근본적인 서민경제에 대한 해결 대안은 민간주도형 P2P 금융을 통해 자발적인 생태금융 환경이 안착되어야 하며, 국민이 직접 참여하여 문제를 해결하는 장기적인 자생력확보가 필요하다"고 했다.
이렇게 현재 P2P 금융을 둘러싼 여러 제약이 해결되는 경우 보다 넓은 저변 확대가 예상된다. 2009년 하바드 비지니스리뷰(HBR)지가 '주목해야 할 비지니스 아이디어'로 선정한 P2P 금융이 한국에서도 뿌리를 내릴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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