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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정 이자율은 어디?' 상반기 이자논란게임 2題

삼성차 채권단 분쟁 이자율 줄다리기에 유시민 펀드도 이율 논란

임혜현 기자 | tea@newsprime.co.kr | 2010.04.20 15:03:21

[프라임경제] 자금의 흐름을 전제하지 않고는 설명할 수 없는 현재 사회 구조의 특성상 이자율, 즉 금리는 항상 관심을 끌고 있다.

'기준금리'처럼 경제 전반의 물꼬 자체를 죄고 여는 역할을 할 수도 있을 뿐더러,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필요 이상 불안정하게 움직일 것을 막기 위해 '코픽스 금리'가 등장한 것처럼 시장 상황에 따른 피해를 완충하기 위한 보완책으로서 개별적 금리가 마련되기도 한다.  

그러나 금리는 자금 거래 관계의 공정성을 담보하거나 혹은 공정성 자체를 부정하는 판단 기준이 되기도 한다. 더욱이 금리를 어떻게 매기느냐에 따라 이자총액의 크기 자체가 엄청난 크기로 변동하기도 한다. 당사자의 흥망이 금리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자율 19%와 6% 이자율 줄타기…애타는 삼성

4월 현재 삼성자동차 채권환수 소송이 날카로운 대치 상황을 보여주고 있다. 5월 삼성생명 상장 예정을 눈 앞에 둔 상황에서, 오랜 소송을 떨쳐내지 못하고 있는 것. 1999년 삼성자동차가 법정관리에 들어가면서, 2조4500억원 규모의 채권단 손실보전을 위해 삼성생명 주식 350만주를 주당 7만원(액면분할을 반영한 액)으로 평가, 이전됐다.

하지만 삼성생명 상장이 늦어지면서 논란이 불거진 것.

1심 재판부는 2008년 1월, "총부채 2조4500억원 중 이미 채권단이 매각한 약 8000억원어치의 주식을 제외한 1조6388억원에 대해서만 이자를 지급할 책임이 있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재판부는 "이 회장을 비롯한 삼성 계열사들은 채권단이 보유한 삼성생명 주식 233만주를 처분해 1조6388억원을 지급하고, 이에 더해 연체이자를 연 6%의 이자율로 계산해 6800억원을 물어내라"고 판결했다.

현재 이 사건은 2심이 진행 중이다.

보기에 따라서는, 삼성생명이 오는 목표일인 5월 12일 상장되면 문제가 모두 해결될 것처럼 보인다. 삼성생명 주당 공모희망가액은 9만~11만5000원(액면가 500원)으로 채권단에 넘길 당시 가격인 주당 7만원과는 비교할 수 없는 수준이기 때문.

하지만 채권단이 주장하는 이자율 문제가 또다른 복병으로 남아있다. 당초 삼성 측과 채권단의 채무이행각서(합의서)에 제시됐던 이자율은 연 19%. 1심 재판부는 이를 너무 가혹하다고 판단, 연 6%로 이자율을 적용했다.

   
  <사진=삼성차 채권단 소송이 이자율 문제로 인해 2심까지 첨예한 대립을 벌이고 있다. 사진은 삼성차 채권단 손실액 보전 방법으로 주식이 교부되었고 이번 5월 상장 문제로 더 관심을 끌고 있는 '삼성생명'의 본사건물>  
6%는 상사거래에 일반적으로 적용되는 이자율이다. 반면 19%는 은행 대출금 상환이 지연된 이자율을 기준으로 삼는 것인데, 결국 삼성의 1심 불복에 대한 채권단 측의 반발은 "내노라 하는 경제주체인 삼성이 왜 대출 연체를 해 놓고 이자율에 대해 옥신각신을 하려 드느냐"라는 볼멘소리로 볼 수 있다.

삼성 측으로서는 어찌보면 채권단이 주장하는 대로 '2조4500억원' 전액에 대해 연체 이자를 내야 하느냐, 아니면 1조6388억원에 대한 연체 이자를 줘야 하는가라는 논점보다도, 이 이자 총액을 따지는 기준선이 19%냐 6%냐에 더 목이 죄는 상황이라고도 할 수 있다.

공모가액 범위 중 최고액 11만5000원에 도달해도 상장 효과를 보기는 커녕, 이 회장이 추가로 출자를 할 수도 있는 상황. 1심 재판부가 판결문에서 단서로 "주식처분 이후 부족한 금액이 생길 경우 이 회장의 삼성생명 주식을 팔아 총부채인 2조4500억원을 채우라"고 덧붙인 것이 현실화될 수도 있는 상황이다. 삼성이 한 일종의 거래(삼성생명의 빠른 상장을 전제로 한 것)가 틀어진 상황인데, 과연 19% 금리를 인정할지 6%를 인정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유시민 펀드 성공 여부는 CD금리 인정 여부에 좌우?

정치인의 선거자금 조달 상황, 더 나아가서는 친노계의 부활 여부에도 '금리 문제'가 날카로운 쟁점이 될 전망이어서 눈길을 끌고 있다.

한때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정치적 경호실장으로 거론되면서 관심을 모았던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이 일명 '유시민 펀드'를 모으고 나섰는데, 이자율(금리) 문제 때문에 정치자금법 제 45조 1항이 문제가 될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친노계 정치인들은 고 노 대통령의 퇴임 후 각종 논란과 저평가로 수세에 몰리면서 "폐문됐다(후손들이 벼슬을 할 수 없음)"고 일컬어질 정도였지만, 고 노 전 대통령 서거·한명숙 전 국무총리 뇌물수수 논란사건에 대한 1심 무죄판결 등으로 이번 6월 지방선거에서 부활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하지만 문제는 정치 자금. 유 전 장관은 경기도지사 출마를 노리고 있지만 부족한 선거자금 때문에 고심 중이다. 유 전 장관은 현역 의원이 아니기 때문에, 정치후원금 모집은 후보 등록을 완료한 다음(5월 14일) 이후에나 가능하다. 경기도지사 선거비용제한액인 40억7300만원을 충당하기가 쉽지 않은 것.

이에 고육지책으로 불특정 다수에게 차입을 독려해 일단 돈을 빌려 제한액을 채우고 이후에 이를 갚는(유 전 장관 측은 CD금리로 이율을 주겠다고 함) 아이디어를 내놨다. 이를 '유시민 펀드'라고 이름붙이는 것(비록 '펀드'라는 명칭을 내걸었지만 실제로는 유 후보와 개인이 돈을 빌려주고 되돌려 받는 사인 간의 대차거래로 볼 수 있다).

문제는 '이자율', 즉 기부행위가 아닌 대차로 보더라도, 이자율이 시중거래보다 부당하게 낮은 경우 일반 금융거래로 차입(돈을 빌린)한 것에 비해 금전적 이익을 본 것으로 해석할 여지가 생기기 때문.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역시 일단 이번 펀드(사실은 다수 인원에 대한 소액 대차)에 대해 기본적으로는 문제가 없으나, 금융거래의 관행보다 너무 낮은 이율로 조달하면 문제가 될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사진=현저히 낮은 이자율의 경계선은 대체 어디? 유시민 펀드 즉 유권자들에게 차입을 해 선거자금을 내겠다는 발상이 이자율 문제로 족쇄를 찰지 주목된다. 현재 일반적인 월급생활자의 경우 은행 대출을 받을 때 6.7% 가량(고정금리 기준:신용도 등에 따라 더 높아질 가능성 많음)의 이율로 대출을 할 수 있는데, 정치인이 CD금리만으로 자금을 끌어다 쓰는 경우 이율의 차이가 문제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사진=이미 창조한국당 공천헌금 재판에서 1% 당채 이율과 현행 대출 금리 차가 문제가 된 바 있는데, 이번 유시민 펀드가 CD금리만 지급하겠다고 나서 주목된다.>   

참고로 문국현 전 의원의 경우, 이한정 전 의원 공천(비례대표 공천)과 관련해 단지 1% 이율의 당채를 판 것은 통상적인 대차거래보다 낮은 이율로 자금을 쓴 것으로, 그 이율차만큼이 금전적 이익이라는 논리가 적용돼 문제가 됐다.

이처럼 삼성자동차 채권단 문제(및 삼성생명 상장의 차익)나 친노계 정치적 부활 여부 등 경제·금융과 정치적 핵심 사항들이 금리(이자율) 적정성에 크게 좌우되고 있는 상황은 금리가 단순히 재테크 문제가 아니라 현대 사회의 흐름 자체를 바꿀 요인으로 작용하는 상황을 반영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김중수 한국은행호 출범으로 기준금리 상향 조정 가능성이 일단 상반기 중에는 없을 것으로 점쳐지는 가운데, 금리 관련 문제에 있어서는 이들 2개의 사건이 주요 이슈로 부각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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