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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식품부 교통사고,순직도 공무상 사망도 아니다?

만취운전 드러나면서 관련 규정·법규상 중과실감액이나 불인정여지 상승

임혜현 기자 | tea@newsprime.co.kr | 2010.03.30 10:45:50

[프라임경제] 지난 26일 농림수산식품부와 충청남도 태안군 공무원 8명이 사망한 충남 태안 청포대해수욕장 교통사고의 정황이 새롭게 밝혀지면서 사건 처리 방향에 눈길이 쏠리고 있다.

당시 차를 운전한 문모 씨(사망 당시 46·6급)가 사실상 만취상태였던 것으로 드러난 것이다. 이 사건을 수사 중인 태안해양경찰서는 문씨의 혈액을 채취해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감정을 의뢰한 결과 혈중 알코올 농도가 0.154%로 나왔다고 밝혔다.

◆사건의 재구성

혈중 알코올 농도가 0.1%를 넘으면 사실상 만취상태에 빠지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실제로 이같은 혈중 알코올 농도에서 경찰 단속에 적발되면 운전면허 취소 조치를 당하게 된다.

새롭게 드러난 사실과 음주 운전 사실 등을 종합하면, 농식품부 직원들은 국립식물검역원 평택출장소를 들른 뒤 충남 태안의 농촌마을 종합개발사업 '별주부권역'을 찾았다. 별주부권역 마을 개발사업 현장 방문을 마치고 한 횟집에서 지역주민들과 함께 간담회를 겸해 저녁식사를 했다.

이후 식사를 마친 뒤 차량 3대에 나눠 타고 숙소로 돌아오던 중 차량 1대가 불의의 사고를 당했다. 이것이 이번 '인명 사고'다. 사고 직후 지역 토박이인 문모 씨가 경치를 보여준다며 백사장으로 진입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당초 운전자 음주 가능성을 부인하는 진술이 나왔으나, 결국 만취자가 운전대를 잡았고, 이에 무심히 동승해 사고를 당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신빙성이 없는 진술로 뒤집히게 됐다.

사고 차량이 운행한 길은 외부에 잘 알려지지 않아 마을 주민들만 이용하는 지름길인 것으로 알려졌다. 더욱이 바다안개가 낀 상태에서 바위를 발견하지 못하고 충돌한 것으로 보인다.

◆순직자 지정 여부에 영향 불가피

문제는 이러한 사고 정황이 드러나면서, 사건 후속 처리에 영향이 없을 수 없다는 데 있다.

29일 밤 만취 운전이 드러나기 전, 농식품부는 이들의 사망을 공무상 사망으로 인정받는 방안을 추진해 왔다. 직원 전원이 출장 명령을 받고 업무차 지역 현장에 내려갔다가 참변을 당했다는 게 기본적인 농식품부의 생각. 행정안전부 산하 공무원연금관리공단이 이들을 업무수행 중 사망했다고 인정하면 유족들은 사망공무원의 보수월액(기본금+정근수당)의 약 36배의 보상금을 받을 수 있다. 

아울러 농식품부는 숨진 직원에 대해 '순직 공무원' 자격 신청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고 이에 따라 함께 숨진 문모 씨(태안군 공무원)도 함께 순직자로 인정될 가능성이 높았다.

순직자에게는 '국가 유공자 처우'가 붙는다. 

하지만 이렇게 사고 내용이 경로를 벗어난 유람 가능성, 더욱이 음주 운전 및 음주자 운전 차량에 대한 동승으로 가닥을 잡아가면서, 이러한 지정 조치가 온당한지 논란이 불가피하다.

우선, 순직자로 지정을 받는다 해도, 보상금 감액 근거가 있다. 현행 '위험직무 관련 순직공무원 보상법'과 '공무원연금법'은 중과실로 사망한 경우 순직유족보상금의 2분의 1을 감해 지급하도록 하고 있다.

현재 법원은 음주 운전자의 차량에 동승(음주 운전을 말리지 않고 합석)한 경우 보상금을 과실상계하도록 하는 등 동승자의 중과실을 인정하는 추세다. 이같은 법리를 적용하면 음주 운전을 한 당사자는 물론, 동승자들도 책임 추궁(과 이에 따른 감액)이 가능하다.

다음으로, 아예 순직은 물론 공무상 순직 자체를 인정하지 않을 여지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대체로, 출장 중 숙소로 혹은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라든지 식사를 위한 이동, 1차 회식이나 이에 수반된 이동 중 사고에 대해서는 공무상 사고로 인정해 준다. 다만, 1990년대에 이미 형성된 대법원 판례 태도는 정상 경로를 벗어난 퇴근길 행보 등에 대해서는 공무상 순직에 대한 적용을 배제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대법원 판례 중 하나를 살펴 보자. 고 강모 소령이 1993년 10월 11일부터 13일까지 전투수행능력에 관한 대대시험을 앞두고 밤낮없이 훈련을 하였고 9월 27일 늦은 시간 선임하사 등을 귀가시켜 주다가 사망 사고가 난 경우 퇴근길 사고로 공무상 순직을 볼 것이냐가 다툼이 된 사건이다.

당시 대법원(사건 담당 재판장: 천경송 당시 대법관, 주심: 지창권 당시 대법관)은 1차 회식 후 2차 회식까지 가진 후 주점 종업원들까지 동승시켜 귀가시켜 주도록 나선 점 "위 사고 당시 위 망인(강모 소령)은 그 자신이나 위 최**의 퇴근을 위한 순리적인 경로를 이미 벗어나"라고 지적하고 "사적인 행위 중이었다고 할 것이어서 사망사고를 직무수행 중 발생한 것이라고는 볼 수 없다고 할 것이다"라고 판시했다.

순직은 커녕 공무상 사망 자체도 인정 안 될 수도 '갑론을박 불가피'

결국 만취자에게 운전을 맡긴 점, 이에 동승한 점, 만취자가 지역 경치를 감상하러 가자는 제안에 휩쓸렸거나 이를 오히려 출장내려간 농식품부 공무원들이 요구했을 가능성 등이 높은 정황 속에서 정상적인 이동 경로를 벗어나(다른 두 차량 탑승자들과 달리) 다른 경로로 이탈한 점 등을 종합하면, 순직이나 공무상 사고 여부를 적용하는 데 대한 논란은 풀기 어려운 방정식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이에 따라 농식품부의 순직자 지정 추진 철회나 관련 심사기구의 공무상 사망 여부 심층 조사, 유족 지급금의 전액 혹은 상당액 감액 등 후폭풍도 예상할 수 있어 상당한 진통이 불가피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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