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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희망금융사업, 완성 아닌 징검다리?

긴급 생활자금 지원 등 빠져 아쉬움 ‘정책금융기관 개입해야’ 주장도

임혜현 기자 | tea@newsprime.co.kr | 2010.03.27 04:03:33

[프라임경제] 최근 행정안전부가 지방자치단체들과 손잡고 서민자영업자 금융 지원에 나서고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일시적 이벤트 우려와 함께 중복 지원 등 가능성도 없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지자체에 자금 갹출을 유도, 부담을 지우는 형식이 되는 점도 문제로 꼽힌다.

◆ 행안부 “지방 차원 마이크로 크레딧 사업”

지난 15일 정부중앙청사에서 행안부와 16개 시·도(전국시도지사협의회장인 허남식 부산시장이 참석), 새마을금고연합회, 신용보증재단중앙회이 모여 ‘지역희망금융사업’ 공동협력 협약(MOU)을 체결했다.

이 공동협약을 통해 행안부 등 관계기관은 경제위기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저신용 영세자영업자의 경제적 어려움을 덜어주기 위해 총 2000억원 규모의 저금리소액금융지원 프로젝트인 ‘지역희망금융사업’을 추진하며 각각 특별자금 출연(행안부 100억원, 시도 100억원) 및 이차보전(새마을금고연합회 100억원) 신용보증(신용보증재단중앙회, 출연금의 10배수로 보증) 등을 추진하기로 했다.

행정안전부 강병규 제2차관은 협약식 인사말을 통해 “‘지역희망금융사업’은 행정안전부, 16개 시도, 새마을금고, 지역신용보증재단이 힘을 모아 만든 지역금융 거버넌스의 효시 모델이라는 의미가 있다. 양적인 측면에서도 저신용영세자영업자 6만7000여명(1인당 300만원 지원시)에게 혜택이 돌아갈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 각 지역 속속 사업 시작…서민 생활자금 부분 아쉬워

이번 아이디어가 속속 구체적인 시행에 들어가고 있다. 부산시는 오는 17일부터 ‘지역희망금융사업’ 추진에 나섰다. 부산시의 경우 150억원 규모로 1인당 300만원씩 5000여명을 지원한다. 인천시도 협약에 근거 지역희망 금융사업에 들어갔으며, 전라남도 등의 동참이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지역희망금융사업이 완벽한 것만은 아니다.

우선 지난 번 연두업무보고 때보다 한 걸음 후퇴했다는 지적이다. 행안부는 지난 연말 ‘2010년 연두업무보고’를 하면서 ‘지역희망 금융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행안부와 각 시·도, 새마을금고연합회가 소요재원을 분담하는 게 골자라는 점은 같았다. 당시 보고 내용을 보면 총 대출 규모는 지역신용보증재단의 협약보증을 통해 총 2000억원 규모로 추진되며, 신용등급 6~9등급 저신용자로 연소득 2000만원 이하의 영세자영업자 등에게 지원된다는 것. 의료비, 출산비, 결혼·장제비 등 긴급한 생활자금 용도로 1인당 300만원까지 지원할 계획이었다. 즉, 긴급 생활자금 지원 항목은 일단 유보된 셈이다.

정작 영세한 규모로 업체를 운영하는 자영업자들을 위한 대출은 미소중앙재단 등 최근 확대된 대책을 이용할 수도 있다. 하지만 미소중앙재단 역시 긴급한 생활자금 등은 지원 대상에서 제외한 바 있다.

지자체가 없는 살림에 예산을 쪼개 분담금을 낸 것도 문제라는 지적이다. 우리나라 지방정부의 재정자립도 평균은 53.6%다. 강원도와 전라남도, 제주도 등의 재정자립도는 10~30% 수준에 불과하다. 지자체도 여유가 없는 상황에서 취지가 좋다 해도 기금 마련에 동참하는 것은 지방자치제도에 새로운 부담이 될 뿐이라는 것이다.

더욱이 정부와 지자체를 통한 서민금융 지원은 사업주체의 다기화, 정부공유 부재 등으로 인해 중복 또는 과다지원, 비효율적 지원의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다는 점도 숙제다.

◆ “정책금융기관 통해 항구적 서민금융 마련” 주장 대두

이에 따라 행안부의 이번 모델보다는 보다 항구적이고 균형잡힌 재원 구조의 기관을 만들 필요성은 여전히 남아있다고 할 수 있다.

국내 서민금융 지원체계를 선진화하려면 정책금융기관과 서민금융기관 간 전대(On-lending, 온렌딩) 계약을 체결시키는 등 정책금융기관을 적극 활용하자는 것.

금융연구원 김동환 선임연구위원은 ‘서민금융 지원을 위한 정책금융기관의 역할’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우리 경제가 지속가능한 성장궤도에 연착륙하기 위해선 서민금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항구적인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김 연구위원은 “현재 상당수 서민층은 취약한 사업 구조 하에 담보대출을 확대하고 있는 제도권 서민금융기관으로부터 소외된 채 고금리 사금융 시장에 의존하고 있다”고 말한다.

물론 희망홀씨대출 등 금융당국이 은행권을 독려해 서민들에게 대출 상품을 지원한 전례가 있기는 했지만, 은행들이 이같은 서민용 대출 상품 판매에 열의를 보이지 않아 여론의 질타를 받은 바 있다.김 연구위원은 “경기부양을 위한 일시적인 정책지원 등으로 서민금융 위축과 금융소외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는데 한계가 있다”고 우려했다.

실제로 영세 ‘자영업자’ 중심의 이번 지역희망금융사업이 결국 경기부양책, 즉 경제위기 탈출이라는 담론의 한 방편으로 이뤄지는 게 아니냐는 해석과 겹쳐 보면 이같은 우려는 일리가 있다는 것.

이런 맥락에서 김 연구위원은 “정책금융공사나 신용보증기관, 우체국금융 등 설립법과 업무방법서 등에 서민금융 지원근거를 마련하고 서민금융 지원자금의 조달과 운용 등에 대한 MOU를 맺어야 한다. 정책금융기관과 제도권 서민 금융기관 간 서민금융 지원에 관한 온렌딩 계약을 체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렇게 되면 지자체 등이 자금을 모은 뒤 신용보증기금 보증을 얻어 기금을 확충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전문정책금융기관 중심으로 큰 재원 규모로 활동할 수 있을 것이다.

이어서 김 연구위원은 “앞으로 정부가 사회복지정책의 일환으로 서민금융을 지원할 경우엔 지원 대상을 경제활동 능력이 없는 서민층으로 제한할 필요가 있다”고 진단해 이번 금융위기 해결 이후 즉 장기적으로는 경기부양책으로서의 정부와 지자체 서민금융이 아니라 ‘복지정책으로서의 서민금융’으로 가는 발전 가능성을 시사하기도 했다.

이처럼 이번 행안부와 지자체들의 협약을 통한 지역희망금융사업은 여러 장점에도 불구하고 아쉬움들을 남기고 있다. 하지만 서민금융 확대 개편을 위한 중간 징검다리로서의 노하우를 쌓는 데 지자체들까지 함께 나섰다는 점에서, 이렇게 얻은 소중한 노하우를 사장시키지 않고 어떻게 활용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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