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대기업들이 소셜 네트워크 미디어 서비스(SNS) 중 하나인 '트위터'를 위기 대응 창구로 본격 활용하고 나섰다. 트위터는 온라인상에서 140자 이내로 소식을 주고받는 새로운 온라인 소통채널이다.
과거 홍보 블로그나 카페 등을 활용하던 것보다 훨씬 적극적인 활용도와 높은 피드백이 돋보인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하지만 SNS 도구의 특성이 드러나면서 우려 또한 높아지고 있다. 과도한 정서 공유나 이로 인한 부작용 우려가 부각되고 있다. 아울러 기업 홍보의 표현상 수위 조절(공격적 홍보 논란) 등 문제가 떠오르고 있다.
◆'굥만 회장님'의 후광 효과가 낳은 두산 감싸기 운동?
박용만 (주)두산 회장은 열렬한 트위터 매니아다. 기업 총수답지 않은 말투와 담백한 필체로 인기를 얻고 있다. 자신을 팔로(follow: 트위터 상에서 누군가를 추종하는 일. 매체에 따라서는 폴로라고도 함)하는 트위터들에게 두산인프라코어 굴삭기 모형을 선물하는 등 잔정도 과시하고 있다.
'굥만 회장'이라는 별명이 있을 정도다.
하지만 이같은 현상은 '개인 박용만 씨'와 '기업인 박 씨', 그리고 '두산이라는 기업'을 혼동하게 하는 효과를 일으킨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근래에 두산이 물의를 빚었다는 보도가 나왔을 때에도 그를 추종(팔로)하는 트위터들 사이에는 비판적 반응이 나오지 않고 '걱정'을 해 주는 '반응이 속출'했다는 것이다. 이 사례는 한국의 트윗 문화에 관한 개론서 '모두가 광장에 모이다'에도 등장하는 유명 케이스.
일반적으로 그간 자사 입장을 주장하고 억울함을 호소하는 것은 공식 홈페이지에서 절제된 언어로 이뤄져 왔는데(예를 들어 우지 파동에 대한 억울함을 호소하는 삼양식품 주장은 홈페이지 기업 역사란에 있다), 기존에 다져놓은 트윗 세상의 인맥이 널리 정서적 공감을 일으키는 와중에 개인과 기업인, 기업 전체를 혼동하는 현상이 빚어지는 것.
이는 심리학적으로 '후광 효과'(A 씨는 유능하므로 그 일도 잘 했을 것이라는 식으로 일단 형성된 평가가 전혀 다른 일에서 영향을 미치는 일)의 일환으로 볼 수 있지만, 특히 재벌=대기업=재벌 총수(일가)라는 등식이 성립하는 변형적 자본주의국인 일본이나 우리 나라에서 특히 심각한데 이것이 트윗 상에서 더욱 강화됐다는 것이다.
◆KT, 우호적 트위터와 '누이 좋고 매부좋고'…정작 CEO는 개점휴업트위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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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트위터들의 사진으로 꾸며진 KT 홈페이지> |
KT가 대표적인 사례. KT는 홈페이지를 트위터 세상으로 꾸며놨는데(지난 9일 홈페이지 개편), 미리 희망자를 모집, 400여명의 트위터가 최종적으로 KT 홈페이지에 얼굴(썸네일 사진)을 올리게 된 것이다.
약 1만5000명의 팔로어가 연결된 올레KT 트위터 외에도 공식 홈페이지까지 이처럼 '우군' 내지 '잠재적 우군'으로 치장함으로써, 고객과 KT의 소통이 얼마나 잘 이뤄지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효과를 거두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막상 KT가 이처럼 적극적 소통을 하려 하고 있다는 노력과 소통에 소속 임직원들이 우호적으로 나서는 것과는 다른 문제다.
많은 정치인, 기업인들이 트윗을 하고 있고 팔로어를 거느리고 있지만, IT 분야 대기업 고위관계자치고 KT 표현명 개인고객부문 사장의 트윗은 활용도가 높지 않다는 지적이다. 표 사장이 약 한 달 반 동안 트위터에 올린 글은 30여 편에 불과하다.
사실상 CEO나 직원 등은 적극적으로 트윗 공략 노력을 하지 않고, 우호적 트위터들을 전면에 세워 대리전을 치르는 느낌을 줄 수도 있는 부분이다. KT가 SK텔레콤 부럽잖은 팔로어를 거느리고 있는 상황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지 못하는 사례라고도 해석할 수 있다.
◆SK텔레콤·삼성그룹 등 '욱'하거나 RT 통해 불만 대리표출하기도
삼성그룹이나 SK텔레콤 등은 수위 조절에 실패한 트윗을 하고 있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삼성그룹은 현재 5개의 트위터(삼성인, 삼성투모로우, 삼성캠페인, 영삼성, 세리)를 동시 운영 중이고 SK텔레콤은 트위터를 통해 행사 참가 신청을 받는 등 적극적 소통을 추진하고 있다.
이중 삼성인(Samsungin)은 이제 삼성그룹의 공식 '입'으로까지 보는 이가 많다.
하지만 삼성인의 경우 제품이나 기업을 홍보하기보다는 그룹과 관련한 사안 발생시 신속히 해명하는 역할을 하면서 '공격적 방어'를 시도한다는 평을 얻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최근 '애플 아이폰 도입 유보'와 관련한 사례와 '오노의 삼성전자 모델 선임'건 등이다. 만약 트위터가 없었다면 상당한 노력이 필요했을 정도의 성과를 빠르게 거뒀다는 평가가 나올 정도로, 삼성은 적극적으로 트위터를 활용해 진화 솜씨를 보였다.
하지만 이 와중에서 RT 기능을 무책임하게 오남용한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RT 즉 리트윗(Re-Tweet)은 다른 사람이 보낸 메세지를 자신의 팔로어에게 전파시키는 것을 말한다. 트위터 글 중 RT가 붙어 있다면 다른 사람의 트위터의 글이 재전송 된 것이라고 이해하면 쉽다.
결국 '회람' 내지 '펌' 기능쯤이 되겠는데, 이를 활용, 내가 말하지 않았지만 내가 공감하는 내용을 복사기로 복제해 돌리듯 트윗할 수 있다.
문제는 삼성인 관리자가 RT을 통해, 삼성에 대한 비판에 대한 재비판을 재전송하거나 다소 격한 표현을 동원한 삼성 옹호 논리까지도 재전송하는 현상이 여럿 발견된다는 지적이 나오는 데 있다.
여기에 삼성인 자신이 자기 입으로 말해야 하는 제품 관련 업그레이드 등 정보까지도 "믿을 만한 소식통에 의하면"이라는 받은 내용을 RT해 버리는 식으로 간단히 처리하고 있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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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삼성인 트위터는 비판에 대한 재비판에 RT 기능을 적극 활용하거나, 발매 정보 등 직접 나서야 하는 상황에서도 RT를 하는 등 대신 말하게 하기, 방패 기능 활용에 남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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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삼성의 트위터 방식에 대해서는 복화술, 손 안 대고 코풀기 등의 네티즌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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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동생 보고 충격받은 SKT T안드로보이? SKT 트위터도 불편한 반응의 양과 수위에서 일반 홍보 채널의 그것과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
SK텔레콤은 안드로이드폰 홍보 전략으로 구글의 오픈 소스 안드로이드를 활용, T안드로보이라는 캐릭터를 만들어 활용 중인데, 이후에 역시 오픈 소스를 응용해 나온 KT측의 안드로원과 원조 논쟁, 유사품 논쟁이 트위터 사이에 붙은 바 있다. 이런 상황에서 SK텔레콤 트위터는 '동생(?)'을 보게 된 불편한 심경을 여러 차례 드러내 눈길을 끌고 있다.
SK텔레콤 관계자는 트위터에 나타난 T안드로보이 관련 입장은 회사 입장에서 벗어나지 않는다는 점을 확인하면서도 "트위터에서의 표현은 자유롭게 표현하는 트위터 특성상 그렇게 표현된 것으로 보면 되겠다"고 말해 수위 조절 문제에서 과거 여러 공식적인 표현과는 다른 어조의 멘트가 등장하고 있음을 회사측도 인지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결국 트위터가 새로운 홍보의 바다로 각광을 받고 있지만, 이 트위터의 역사가 일천한 만큼이나 트위터상의 홍보 전략 역시도 가다듬을 부분이 많다는 지적이다. 공식 창구이면서도 공식 루트가 아닌 것처럼 보이는 트위터의 특성이 악용되지 않도록 기업 스스로 고민할 필요가 높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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