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외환은행은 우리 나라 카드사에서 큰 역할을 해 왔다. 일찍이 외환은행은 국제 통용카드인 ‘비자’와 업무제휴를 맺고 ‘외환 비자카드’를 발급하기 시작했다. 이 1978년의 카드 발급이 우리 나라 신용카드의 효시로 거론되고 있다. 하지만 이런 깊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외환은행의 카드 발급 체계는 유려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온라인 발급 신청 과정과 오프라인 지점에서의 정보 입력이 서로 호환되지 않는 등 문제점이 많은 외환카드 발급과정을 실제 케이스(A씨 사례)를 통해 들여다 봤다.
![]() |
||
<사진=외환은행 E패스 카드는 캐시백 혜택이 많다. 하지만 가입 과정에 문제가 많이 발견돼 이같은 장점을 상쇄한다.> |
며칠 후, 회원 가입을 통해 카드를 신청하려던 A씨는 몇 차례 비밀번호 오류로 인해 개인정보 수정을 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하지만 주민번호와 아이디를 입력한 A씨 앞에는 홈페이지 비밀번호 변경을 위해 ‘카드번호’(신용카드와 체크카드를 막론하고 앞면에 써 있는 16자리숫자)를 넣으라는 지시팝업이 떴다.
◆신용카드 앞에 체크카드는 삭제 대상일 뿐?
A씨는 아직 신용카드 신청 단계이기 때문에 카드번호를 넣고 싶어도 못 넣는 처지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외환은행 콜센터에 문의한 결과 돌아온 설명은 달랐다. “***고객님 명의로 체크카드가 발급된 적이 있기 때문에 이 카드 번호를 넣어야 한다”는 것. 신용카드 신청 거래와 체크카드는 별개의 건이고, 만약 체크카드 거래가 없었던 사람이라면 간단히 수정을 할 수 있는 게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서 이 직원은 “시스템이 그렇게 돼 있다. 죄송하다”는 소리만 반복할 뿐이었다(아래에 다시 설명하겠지만, 이런 경우 콜센터에서는 체크카드 거래중단과 폐쇄를 은근히 유도한다).
![]() |
||
<사진=신용카드는 아직 발급되지 않았지만 이전에 만들었던 체크카드가 여전히 전산조회 되어 나오기 때문에 번호를 필수적으로 넣어야 한다는 게 외환은행측 설명이다.> |
상법상 은행계좌가 존속, 은행과 예금청구권이 존속하는 기간은 5년. 결국 외환은행처럼 카드 가입 시스템을 짜 놓으면, 5년 이내에 만들어 놓고 쓰지 않는 체크카드가 언제고 이렇게 불편을 가중시킬 수 있는 것이다. 어쨌든 사용하지 않은지 오래인 체크카드(에 딸린 은행계좌도 존재)가 있는 것을 상기하게 된 A씨는 외환은행 서울 **지점에 들러 계좌 폐쇄와 체크카드의 전산기록 삭제를 요청하고 그 다음날 카드를 신청했다(A씨의 경우 직접 지점을 방문, 이같이 처리한 것은 적금을 들어야 한다는 개인업무를 보면서 같이 처리하기 위한 것. 물론 온라인으로 가입 신청을 하던 중 이런 문제를 겪는 경우, 바로 상담원과 체크카드 삭제를 의논해도 된다). 결국 불편함에 실망한 거래고객 하나가 은행계좌 하나를 없앤 셈이다.
A씨를 더 불편하게 한 것은 콜센터 상담원들의 태도. 어떤 경우가 생겨도 결국 체크카드를 없애라는 소리가 돌아오는 것. 이 배경에 대해 시중은행원 B씨는 이렇게 설명한다. “은행 입장에서 보면 요구불 예금보다 신용카드 고객이 더 중요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보통의 은행 계좌보다 신용카드 유치를 해 오는 것이 (캠페인 기간에 실적 올리기에 나선) 은행원 개인에게는 점수가 높다는 점을 생각해 보라”. 결국, 상담원들이 답하기도 번거롭고 은행에도 도움이 어느 쪽이 더 되느냐는 점을 생각해 보더라도, 체크카드를 ‘없애시라’고 말을 할 수 있다는 것.
◆없앤 체크카드 다시 발목 “외환은행은 온-오프간에 정보 따로논다?”
체크카드를 없앤 다음날, 다시 온라인 신청란에 접속한 A씨. 하지만 이번에도 카드번호(신용카드와 체크카드를 막론하고 앞면에 써 있는 16자리숫자)를 넣으라는 경고에 A씨는 다시금 좌절한다. 신용카드는 아직 안 나왔고, 체크카드는 이미 없애 번호가 존재하래야 할 수가 없다.
다시 콜센터로 전화를 건 A씨. 이번에도 다시금 이런 경우에는 체크카드를 없애야 한다는 소리를 듣는다. “어제 은행 지점에 들른 길에 없앴는데 또 뭘 없애라는 것인가?” A씨의 항의에 당황한 상담원은 내용을 다시 확인하겠다고 한다. ‘어쨌든’ A씨로서는 이 체크카드에 더 이상 미련이 없어 폐쇄 절차를 밟든지 없어진 걸 확인하든지, 알아서 빨리 처리하라고 독촉할 뿐이다.
◆가입신청 때 낸 ‘고객 거래 제공 동의서’ 다시 써라?
이런 곡절 끝에 온라인으로 신청한지 나흘째, A씨는 카드 배송지로 신청한 곳에서 새로 발급된 신용카드를 받는다. 토요일, 일요일이 꼈음을 감안하면 ‘거래일’로는 3일만으로 볼 수 있다.
다른 카드사들에 비해서도 그런대로 신속하게 발급, 배송된 셈이다. 하지만 빠르게 신용카드를 받아 기쁜 것도 잠시, A씨는 배송담당 직원이 내민 신용정보거래동의서 때문에 기분이 상한다.
이미 온라인에서 가입 신청을 할 때 약관 동의를 한 내용들(약관이 각각 있고, 이들에 대해 모두 열람, 동의를 해야 신청이 가능)에 대해 다시 서명을 받도록 서식이 짜여 있기 때문.
이런 서식을 쓰는 것이 관행이라고 설명하는 이도 있겠으나, 카드를 인수했음을 입증하는 곳에 서명을 하는 것과 같은 종이에 함께 내용이 빼곡이 써 있는 것은 문제가 될 수 있다.이 때문에 서명을 거부하는 사람에게는 배송 직원들이 “카드를 주지 않겠다”고 고압적인 태도를 보일 수 있고, 실제로도 A씨 사례에서도 그렇기 때문이다.
![]() |
||
<사진=온라인 가입을 위해서는 반드시 외환은행측에 개인정보 제공 동의를 해야 한다.> |
![]() |
||
<사진=동의 대상은 카드 종류마다 조금 다르나 보통 혜택관련 정보공유 때문에 아예 가입단계부터 동의를 얻으며, 온라인을 통해 신용카드를 신청하는 고객은 이처럼 먼저 동의부터 하게 된다.> |
![]() |
||
<사진=카드수령서와 정보동의서가 같이 인쇄돼 있다. 온라인으로 신용카드를 신청할때 이미 정보제공 동의를 했으니 새삼 다시 서명할 필요가 없다고 설명해도 아무 소용이 없다. 더 큰 문제는 본인 부재시엔 카드수령 확인 외에 정보동의까지 '대신' 받아가려고 아예 가족 서명칸을 '미리' 만들어 놓은 것.> |
결국 온라인 가입 때 이미 동의한 내용을 재차 서명을 받는 ‘옥상옥’에 안주하고 있는 점은(경우에 따라서는 방문시에 신청자 가족의 서명을 받아가는 것으로 대체) 외환은행 카드 발급 시스템이 ‘페이퍼리스’ 거래 확대에 크게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다는 우려를 낳는다.
아울러, 개인정보 제공에 대한 동의 문제에 대한 고민 없이 일을 현장 편의에만 치중해서 가볍게 처리하고 있다는 평가를 낳을 수도 있는 대목이다.
◆내국용 카드 신청했는데, 버젓이 찍혀 나온 ‘해외 한도’
봉투를 뜯어 신용카드와 설명내역 등을 살피던 A씨 눈에 띈 대목은 한도액 부분.
이 한도액에 대해, 콜센터 상담원 설명은 별로 명쾌하지가 않다. “신용카드를 신청해서 지금 받았다. 그런데 한도가 ***만원, 해외한도가 ***달러라고 나와 있다”라는 말에 상담원은 “해외에서 ***달러까지 사용 가능하다는 말이다”라고 친절히 설명한다.
하지만 문제는 A씨는 이 All4U E패스 카드를 ‘내국용’으로 신청했다는 데 있다. “내국용으로 신청했는데 왜 해외한도가 적혀 있느냐?”
이런 불의타에 당황한 상담원. 잠시 침묵이 흐른 후 상담원이 내놓은 답변은 “신청한도에 환율 기준으로 달러액을 표기한 것 같다”는 것. 하지만 이런 부수적 판단 기준을 굳이 신청하지도 않은 해외한도란에 적어놓은 것도 불찰이려니와 수시로 변하는 게 환율인데 그런 표기도 없이 특정을 해 놓는 것 자체가 필요가 없다는 점 등을 감안해 봐도, 아무래도 실수나 사족으로밖에 볼 수 없다. 간단히 말하면 무성의다.
![]() |
||
<사진=내국용 신청 카드에 해외한도는 무엇?> |
◆오랜 카드 노하우에도 관리 시스템은 ‘부실’ 느낌 줘
‘실시간’으로 ‘인터넷뱅킹 거래’까지 하는 요즈음 세상에 개인고객 관련 정보가 온라인과 오프라인 점포간에 따로따로 관리되지 않고 흩어져 있는 상황을 고객 입장에서는 선뜻 이해하기 어렵다.
더욱이, 신용카드가 은행 매출에 많은 도움이 된다고는 하지만, 대답 편의에 의해서든 혹은 비교우위에 의해서든 문제가 되는 체크카드를 폐쇄하라고 쉽게 이야기하는 콜센터 상담원들의 태도도 적절치 않은 것은 큰 문제다. 일선 지점 행원들이 거래유치, 혹은 계속거래를 위해 뛴 실적인데 이를 어떻게 해결할지에 대한 고민을 이들은 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가장 큰 문제는 이같은 전산상 문제점들을 안고 있는 시스템 자체에 있다고 풀이할 수 있다. 카드 하나 하나, 계좌 하나 하나가 모두 은행의 영업 자산이고 소중한 고객거래들인데 불편을 초래한다는 느낌을 주면 고객 발걸음이 뜸해지거나 몇 개 중 하나를 버리는 쪽으로 판단하게 된다면 그것은 외환은행의 손실이 된다.
흔히 은행원들은 “월급이 입금되는 통장을 만들어 놓은 주거래은행에서 적금과 신용카드, 정기예금 등을 모두 들고 통합해 관리하라”고 조언한다.
보통예금 통장(혹은 CMA)을 적금을 다달이 인출해 붓도록 하는 ‘정기인출’통장으로 정해 놓고, 신용카드 대금 역시 앞으로 이 계좌로 해 두면 거래실적이 많이 쌓여 좋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외환은행처럼 신용카드 신청 중에 전산상 자료 통합이 잘 안 되는 것 때문에 혹은 온라인 절차를 이용하기가 곤란해지는 상황까지 온다면, 재테크 문제를 논하는 게 마냥 옳아 보이지도 않는다.
외환은행이 앞으로 이런 문제를 어떻게 손볼지, 33년 노하우를 살려 신용카드 관련 업무면에서 온라인-오프라인 모두 편의와 신뢰성 높은 금융기관으로 거듭날지 귀추가 주목된다.
ⓒ 프라임경제(http://www.newsprime.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