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금융지주·은행권이 사외이사 대폭 교체를 단행하고 있는 가운데, 대폭 교체 바람이 불고 있다. 한편으로는 '전문성 강화'와 '노장의 선전'이라는 코드도 눈에 띈다.
◆대대적 물갈이 바람
은행계가 대대적인 사외이사 교체 바람에 휘말린 것은 사외이사 모범 규준 때문. 강제력은 없지만 사실상 금융당국의 의중을 무시하기 어렵기 때문에 금융지주·은행 사외이사들의 임면 과정에 이 기준을 무시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3일 KB금융은 사외이사 변보경 사외이사 등 사퇴로 인한 공석 세 자리를 추천한다.
신한지주 역시 전체 사외이사 12명 가운데 2/3인 8명을 교체했다. 신한지주 관계자는 "사외이사에게 보다 높은 수준의 독립성과 전문성을 요구하는 모범규준상의 취지를 적극적으로 반영해 이사진 구성을 대폭 변경했다"라고 배경을 밝혔다.
우리금융은 사외이사 7명이 재신임받았지만(2일) 교체된지 얼마 안 된 이사들이 많은 터라 가능했다는 분석이다.
하나금융지주의 경우는 우리금융이나 신한지주보다 교체폭이 클 것으로 보인다. 하나금융지주에서는 최근 사외이사직을 사임한 남상구 고려대 교수 등 공석을 메우는 외에도 사외이사 모범규준 등을 고려해 1,2명을 더 교체하는 것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주사 소속 회사인 하나은행 역시도 사외아사 교체를 중폭으로 단행할 것으로 보인다.
모범규준을 의식하면 5년 이상 연임한 송상현 서울대 교수 등 3명은 연임을 강행하기 어렵다는 내외의 목소리 때문이다.
◆겸직 논란, 거래 관련 논란 사전 차단 등 눈길
한편 사외이사 겸직을 사실상 곤란하게 하는 등 하는 일 없이 여러 곳에 자리를 걸어두고 돈만 받는다는 논란을 불식시키려는 노력 역시 눈에 띈다. 이영호 법무법인 김&장 고문은 우리금융 사외이사 재신임에 문제가 되자, 키움증권 사외이사를 버린 것으로 전해진다. 실제로 이번에 이 고문은 순조롭게 재신임을 받았다.
신한지주가 기업인 사외이사들을 대거 교체 대상에 올린 것도 업무 능력이나 전문성에 대한 논란보다는 기업인 출신 사외이사들이 해당 금융기관과의 거래 등 금융당국에 꼬투리를 잡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미리 조심하려는 포석이 아니었겠느냐는 후문이다.
◆전문성 있으면 노령 상관없이 발탁·유지
하지만 고령이거나 다른 요소가 걸리더라도 모범규준을 의식, 무조건 금융권을 떠나야 하는 것은 아니다. 류시열 법무법인 세종 고문이 대표적인 경우다.
류 고문은 이번 신한지주 이사회에서 '사외이사 아닌 이사로 이동'하는 진기록을 세웠다.
류 고문은 지금은 없어진 제일은행에서 은행장을 역임한 금융통이다. 라응찬 회장과 일찍이 은행 CEO로서 교감을 나눠온 이력과 전문성이 인정받고 있기 때문에 고령임에도 붙잡아 두기 위해 신한지주가 묘수를 뒀다는 풀이다.
김병일 전 기획예산처 장관의 경우도 이번에 신한지주에 새롭게 합류할 예정이다. 주주총회 승인을 얻게 되면 신임 사외이사로 활동할 김 전 장돤은 경제기획원과 조달청,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 등 경제부처를 두루 거친 경제 전문가다. 업무 추진력이 강하고 일 처리가 꼼꼼해 `대쪽'이라는 별명을 갖고 있는 등 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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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우리금융 사외이사를 연임하고 있는 신희택 교수> |
김 전 장관은 마라톤에 심취해 관가에서 마라톤광으로 유명했다. 이때문에 건강 논란은 이미 불식됐다.
신희택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우리금융 사외이사 연임을 통해 전문성을 인정받았다는 평가다. 신 교수는 법무법인 김&장에서 교수로 자리를 옮겨 화제를 낳았던 인물로, 고시 합격 후 미국에서 석사와 박사 과정을 마쳤다. M&A 관련 법제도의 전문가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결국 모범규준 시대가 막 열린 이번 봄, 금융지주·은행 사외이사들은 전문성과 사적 문제가 없는 사람이라는 전제 조건을 맞추기 위해 큰 폭의 교체바람과 주특기 바람을 겪을 전망이다. 전문성 강화 때문에 교수층보다는 실무 행정가 출신이나 금융인, 법조 출신이 발탁되는 경향이 엿보이는 가운데, 오히려 이전보다 나이가 높아질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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