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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닉스 키 잡을 권오철, 과제는?

C용 메모리D램 시장 세계2위 고무된 분위기…자력갱생 기대

임혜현 기자 | tea@newsprime.co.kr | 2010.02.26 10:08:15

   
   
[프라임경제] 회사의 화려한 비상을 성사시킬 파일럿이 될 것인가? 외화내빈 꼭지떼를 이끄는 고생스런 두목으로 전락할 것인가?

반도체 업체 ‘하이닉스’호의 새 선장으로 권오철 후보가 내정된 가운데, 하이닉스의 미래를 어떻게 이끌어 갈지 그에 대한 관심이 높다. 하이닉스의 미래가 불안한 만큼 그가 산적한 과제들을 잘 해결할지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는 것.

신임 권 대표이사 후보는 서울대학교 무역학과 졸업 후 해군장교로 군복무를 마치고, 현대그룹으로 입사한 뒤 근래까지 인연을 맺어온 정통 ‘현대맨’이다.

1999년 현대전자 메모리반도체 마케팅팀장으로 반도체와 인연을 맺은 권 후보는 2001년 하이닉스 CFO 상무, 2002년 전략기획실장, 대외협력실장 등으로 활동해 왔다. 그는 반도체 기술과 산업 이해도가 높고, 재무능력까지 겸비하고 있다는 평이 나온다. 특히 강한 업무 추진능력을 보이는 카리스마와 함께 조직을 하나로 아우를 수 있는 화합형 인물로 내부 임직원들로부터 높은 신뢰도가 높다는 전언. 2007년 하이닉스 공개 CEO 모집에서도 후보로 추천되기도 했다.

◆미운 오리새끼 하이닉스 자력갱생 가닥?

이런 이력으로 볼 때, 이번에 하이닉스 회장후보 추천위원회는 그에게 자력갱생으로 이끌 지휘력을 발견, 낙점한 게 아니냐는 풀이도 나온다.

하이닉스의 자력갱생 문제는 비단 근래에 나온 게 아니다. 이미 2002년 자력갱생설이 조심스럽게 대두된 바 있고, 근래에는 효성그룹 매각 포기 문제로 인해 인수의향을 다른 기업들이 선뜻 밝히지 않음에 따라 자력갱생까지 선택지에 넣은 고민을 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더욱이 근래에 하이닉스가 PC용 메모리D램 시장에서 세계2위 업체로 떠오르는 등 과거 구조조정을 단행하면서 채권단 감독을 받던 치욕스런 시절에 비하면 체력을 어느 정도 회복하고 있다는 점 역시도 이런 가능성에 힘을 더하고 있다.

   
  <사진=하이닉스를 새로 이끌 권오철 CEO 내정자>  
권 후보의 역할은 이에 따라, 새로운 오너를 만날 때까지 현상 유지를 하는 데 그치기보다는 ‘플러스알파’를 하는 쪽으로 무게가 실릴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즉, 하이닉스와 밀접한 연관을 갖고 있는 외환은행이 다른 시중은행에 매각되기만을 바라며 소극적으로 행보하기보다는 적극적 행보를 보이며 좋은 실적을 거두고 있는 것과 유사한 길을 걸을 것으로 예측되고 있는 셈이다.

◆경영 녹록하지 않은 ‘외화내빈’ 업체

하지만 하이닉스 경영이 쉬운 것만은 아닐 것이라는 데 권 후보의 고뇌가 있다.

우선 하이닉스 자체가 규모 있는 반도체 업체이긴 하나, 부동의 삼성전자와 경쟁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부담은 하이닉스에게도 쉽지 않는 숙제다. 독일 키몬다 파산 등에서 보듯, 체력이 약한 업체들을 치킨 게임으로 죽여 자신의 생존을 도모할 정도로 치열한 레드 오션이 바로 반도체 업계다.

투자를 본격화하는 등으로 경기회복 본격화 시기에 대응하는 데에 어느 정도까지 체력이 받쳐줄지도 문제다.

문제는 또 있다. 26일 삼성전자는 “경기가 회복세를 보이면서 반도체 업체들이 공장 증설 등 투자를 재개하고 있다면서 D램 공급 과잉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삼성증권 이진호 연구원은 “반도체 업체들이 D램 생산을 늘리고 있어 올 하반기 공급 과잉이 우려된다”면서 “이는 장기적으로 부담요인”이라고 말했다. 결국 반도체 업계는 호황이 다시 돌아온다고 해도 그 초입애서 제살깎기식 경쟁을 이어갈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이런 증권게의 시각은 비단 하이닉스 뿐만 아니라 반도체 업계 전반에 해당하는 것이지만, 결국 등수가 낮은 하이닉스가 삼성전자의 판 흔들기에 다시금 곤란에 빠질 수도 있다는 점에서 ‘특히 하이닉스에 대한 경고’로까지 읽히는 부분이다.

하이닉스반도체 채권단이 무한정 하이닉스에 힘이 되어 주기 어렵다는 점 역시 부담감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하이닉스채권단은 25일 늦은 저녁, 보유지분 28.07% 가운데 상반기에 8%, 하반기에 5% 등 13%를 연내에 매각키로 결정했다. 25일 하이닉스 매각 주관은행인 외환은행은 “채권단은 우선 올해 상반기 중 주주단 지분 8%를 공동매각하고 국내 기업을 대상으로 인수합병(M&A)을 추진하되 인수의향자가 없어 매각작업이 지연될 경우 하반기 중 5%를 추가로 공동매각한다”는 로드맵을 공표했다.

하지만 이 로드맵만으로 문제가 모두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여전히 각 관련자들 사이에 이해관계나 의견이 갈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 외환은행 등은 조기에 지분을 처분해 이익을 회수하기를 원하지만, 정책금융공사는 당분간 지분을 갖고 있겠다는 복안인 것으로 알려지는 등 동상이몽이 심각해 결국 이런 의견차이가 갈등으로 재부각 되는 경우 하이닉스가 곤란을 겪을 수 있다. 

◆“삼성은 저만큼 앞서가는데 하이닉스는 뭐했나?”

경쟁업체인 삼성전자에 뒤지고 있는 기술력 역시 결국 싼 반도체 시장에서만 힘을 쓸 수 있는 2등 기업으로 하이닉스를 포지셔닝하고 있다는 점도 권 후보가 해결 가닥을 잡아야 할 문제점이다.

2월초 법조계는 물론 전자통신계를 뜨겁게 달군 하이닉스 연루 산업스파이 사건이 단적인 예다. 검찰에 하이닉스 쪽으로 삼성전자의 핵심기술 40건을 비롯한 기밀을 빼돌려온 ‘국내 최악’의 산업스파이 사건이 적발됐던 것이다. 이로 인해 영업비밀을 전달받은 하이닉스반도체 전무 한 모 씨가 구속 기소됐다.

이렇게 하이닉스가 첨단기술 분야에서 줄곧 밀리고 있는 가운데, 삼성전자는 이달 들어 다시금 격차를 벌리는 발표를 내놨다.

삼성전자가 세계 최초로 ‘30나노급 공정을 적용한 2Gb(기가비트) DDR3(Double Data Rate 3) D램’을 개발한 것이다. 30나노급 D램은 반도체에 들어가는 무수히 많은 회로의 폭이 30나노(nm)인 것을 말한다. 1나노미터(nm)는 10억분의 1m며, 30나노급은 머리카락 굵기의 4000분의 1에 해당, 혁신적으로 전력 소모를 꾀할 수 있다. 이런 30나노급 기술력 관련 개발에서 하이닉스는 아직 개발 중인 부문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게 산업스파이 건으로 떨어진 위상 회복과 이미지 쇄신, 기술력 향상을 위한 끊임없는 독려, 각종 관련기관들의 조율과 이를 통한 시너지 효과 유발 등 여러 과제를 지는 자리가 신임 하이닉스 CEO의 짐이라고 할 수 있다. 권 후보가 이런 문제들을 잘 풀어나갈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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