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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총재 하마평 어윤대 '논란 재발'

외국 PR전문가와 설전…총장시절 등 '소통능력'문제 제기

임혜현 기자 | tea@newsprime.co.kr | 2010.02.25 05:16:37

[프라임경제] 국가브랜드위원회 어윤대 위원장이 2010년에 한국은행 총재 등 요직으로 옮길 것이라는 전망이 나돌고 있다.

어 위원장이 학자로서 경제정책에 대한 높은 전문성을 겸비하고 있는 데다, 고려대학교 총장 시절 추진력 있게 학교 행정을 처리한 경험을 높이 평가하는 시각도 있다. 아울러 친MB 코드로 그를 분류하기도 해, 하마평에서 특히 유리하다는 말도 나온다.

   
  <사진=어윤대 국가브랜드위원장>  
현재 그가 유력하게 거론되는 자리로는 3월 이성태 총재의 임기가 만료되는 한국은행 총재 자리. 한편, 한국은행 차기 총재로 강만수 전 기획재정부 장관의 발탁 가능성을 거론하는 이도 있다. 이 경우에는 어 위원장이 KB금융의 지주 회장으로 부임(현재 지주 회장직이 공석임)할 것이라는 시나리오를 언급하기도 한다.

어 위원장 자신도 금융계로 직접 뛰어들 뜻을 오래 전부터 품은 것으로 보인다. 2006년 모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어 위원장은 "한은 총재는 전문직인 데다 꼭 한번 해보고 싶은 일"이라며 한국은행 수장으로서의 포부를 갖고 있음을 내비쳤다.

◆외국CEO와 설전불사 정부옹호 우려 목소리 상존

하지만 어 위원장의 이들 금융 주요요직 발탁에 대해서는 우려 목소리가 없지 않다.

우선 친MB 코드 논란이다. 물론 전혀 정권 요로에 대화 채널이 없는 사람을 발탁하는 것보다는 나을 수도 있다는 점에서 이는 중요하지 않은 논쟁거리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런 개인 이력과 친정부 성향이 더해진다면, 한국은행이나 민간금융지주지만 '리딩 뱅크'를 갖고 있는 등으로 국가 금융상황에서 영향력과 사명이 큰 KB금융을 이끄는 이로서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

실제로 어 위원장은 한국은행의 출구 전략 정책에 대해 모 라디오 방송에 지난해 출연, 정부 정책을 옹호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 겉으로는 "출구 전략 시행에 있어 국제 공조를 중시하자"는 것이었으나, 정부의 압박에도 독립기관인 한국은행 수장으로서 출구 전략에 대한 이견을 표출하고 있던 이 총재의 소신 발언에 찬물을 끼얹은 셈이 됐다.

이런 어 위원장의 친정부 성향은 24일에도 유감없이 발휘됐다.

어 위원장이 국제행사에서 다국적 광고마케팅기업 임원과 설전을 벌인 것. 물론 이견에 대한 반박이나 설명을 할 수는 있지만, 상대방에게 면박에 가까운 공격적 결례를 했다는 후문이 나돌 정도라, 정부 정책 감싸기에 연연한다는 비판은 면키 어려워 보인다. 아울러 '비판'과 '쓴소리'를 듣기 싫어한다는 지적을 자초한 셈이 돼, 결국 국가브랜드를 스스로 깎았다는 소리도 나온다. 국가브랜드위원회 역할을 '과거 5공화국 시대의 공보처' 정도로 오해하는 게 아니냐는 논란도 불거진다.

어 위원장은 이날 신라호텔에서 열린 '글로벌 코리아 2010' 포럼에서 국가브랜드 제고 전략이 적절했느냐를 놓고 '오길비 PR 월드와이드'의 크리스토퍼 그레이브스 PR담당 글로벌 CEO와 격한 토론을 벌였다.

특히 '이명박 대통령 집권 2주년'이 겹친 데다, 이 대통령까지 행사에 참석한 가운데 벌어진 일이어서 다소 어색한 분위기가 연출됐다.

그레이브스 씨는 "한국은 아주 강력한 브랜딩 도구를 갖고 있으면서도 한국의 이미지와 연계시키지 못하고 있다"면서 "한국의 대통령 직속 위원회에서 나온 (브랜드 제고방안) 자료를 보니 이견이 있다"며 "한국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고자 자원봉사자를 세계에 파견해야 한다는 데 공감하지만, 태권도를 전 세계 사람들에게 가르쳐야 한다는 것을 첫 번째 (전략으로) 꼽은 것은 적절치 못하다"고 지적했다.

그러자 어 위원장이 반발했다. 어 위원장은 다소 격앙된 목소리로 "그레이브스 회장이 한국 국가브랜드위 역할과 관련해 말했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대외 원조이며 한국은 대외원조를 5년 새 3배 이상 늘렸다"고 반박했다. 또 "(브랜드 제고 방법 가운데) 한국 태권도를 가르치는게 1순위라고 했는데, 이는 사실과 맞지 않다"면서 "글로벌 기업의 CEO라면 제대로 알고 지적을 해야 한다"고 목청을 높였다.

이에 대해 그레이브스 씨가 "나는 한국의 전문가가 아니다. 비판을 받아들이겠다"면서 "내 얘기가 아니라 한국의 브랜드위에서 발표한 자료를 인용한 것뿐"이라고 한 발 물러섰다.

◆세부 사항 갖고 반박하는 게 주업무 아냐…'소통 자체'엔 관심없다?

하지만 그레이브스 씨의 말 자체에 어느 정도 오류가 있을 망정, 큰 가닥에서 귀담아 듣는 자체가 필요했다는 것과, 전반적 맥락에서 외국인의 조언을 귀담아 듣는 자세를 놓쳤기 때문에 '이번 설전은 결국 어 위원장의 판정패'라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문화체육관광부는 한국어 교육기관을 '세종학당' 이라는 브랜드로 통합하고, 태권도를 국가대표 브랜드로 육성하기 위해 관련 콘텐츠와 상품 개발을 지원하기로 하는 등 태권도가 1등 전략 코드는 아닐지언정, 당국이 상당히 공을 들여 국가 브랜드 전략으로 '띄우는' 소재임은 분명하다는 것.

결국 세부 사항에 매달려 국가 브랜드 등 전략에 밝은 외국인들의 조언을 경청하는 자리에서 분위기 냉각을 유발하는 정도까지 나선 것은 문제라는 것이다. 이는 '파이낸셜 타임즈'지의 '한국 경제, 침몰하는 느낌' 보도에 '강만수 재정부'측이 강한 반발로 일관하다시피 한 비상식적 전례를 답습하는 것이라는 점에서 안타까움을 낳고 있다.

◆대학 총장 시절에도 '소통불가 독불장군' 평 많아

특히 어 위원장은 고려대 총장 시절에도 '영어 강의 확대' 등 건에서 많은 불만을 사 왔다.

어 위원장은 총장 재직 당시  "산학 협력 등을 통한 연구를 활성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어 위원장은 교수들에게도 연구 실적에 따라 인센티브를 지급한다고 압박했고, 이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줄 것을 당부했다. 영어 강의 확대 등 글로벌 바람도 그가 선도했다.

이른바 '최고경영자(CEO)형 총장’ 바람을 일으켰던 것이다.

그러나 그의 정책 집행은 독재에 가깝다는 비판을 낳았다. 문과대 등을 중심으로 교수들의 반발도 나왔고, 고려대 학보인 '고대신문'이 재학생 968명을 대상으로 어전총장의 임기 4년에 대해 평가한 결과 어전총장은 평균 3.28점이 나오는 등 '짠 점수'가 나오기도 했다(이 평가는 ‘매우 못했다’에 해당하는 1점에서 ‘매우 잘했다’를 뜻하는 5점까지 점수를 매기는 방식으로 이뤄졌는데 중간을 겨우 넘은 것).

영국 유력일간지 '더 타임스'의 세계 대학평가에서 고려대를 150위에 올려 놓는 등 외형적으로는 많은 성과를 거뒀음에도 이런 논란과 박한 평가를 받은 것은 소통 불가 때문이었고, 결국 그는 '총장 연임에도 실패'라는 성적표를 받아들지 않으면 안 됐다.

◆바텀 업 형 리더십 수립할지 촉각

결국 그의 지난 행보들은 친MB정부 성향과 소통 불가 성향으로 점철돼 왔다고까지 평가할 수 있으며, 이런 그의 성향이 앞으로 KB금융 지주 수장직이나 한국은행 총재로 이동하기 전에는 변화될지도 주목된다.

그가 보인 몇 가지 문제와 낳고 있는 우려(예를 들어 당국 입김으로부터의 한국은행 독립성 보장 가능성)중 상당 부분은 톱 다운(Top-Down)式 리더십(위에서 아래로 하달 조절하는 리더십)을 바텀 업(Bottom-Up)式 리더십으로 바꾸는 것만으로도 해결할 수 있다는 점에서, 그의 도전 가능성에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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