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카드로 등록금을 내고 싶은 대학생이나 학부형은 ‘잉여’(영미권의 Looser와 유사한 한국식 표현. 열등한 집단을 일컫기도 함)에 불과한 것일까? 혹은 대학등록금을 카드로도 납부, 즉 신용만으로도 고등 엘리트 교육을 받을 수 있는 사회가 우리나라가 지향해야 할 모델인 것일까? 대학등록금 카드수납 필요성은 어제오늘 제기된 문제가 아니지만 여전히 ‘뜨거운 감자’로 존재한다. 대학 등록금 카드분납 실태에 대해 알아봤다.
최근 ‘반값 등륵금’에 이어 ‘카드 등록금 납부’가 새로운 ‘화두’도 떠오르고 있다. 물론 이에 대해서는 찬반여론이 뜨겁다. 카드 납부 자체를 긍정하는 시각이 상당하지만 무리한 요구라는 반론도 만만찮은 것. 더욱이 여기엔 가맹점 역할을 해야 할 각 대학에 강요할 것만이 아니라 이런 계약 유치에 적극 나서도록 독려하는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는 점 역시도 파생 문제로 같이 떠오르고 있다.
하지만 현재 MB정부에서도 중요한 논의 대상으로 급부상한 반값 등록금 역시 지난 2007년 대선 정국에서는 ‘한명숙 캠프’가 들고 나오는 외에 별로 주목받지 못하는 아이템이었음을 생각하면 대학 등록금 카드 수납 역시 공감대 형성 상황에 따라서는 주요 과제로 떠오를 가능성이 없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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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 및 시민단체 ‘공분 표출’
최근 등록금 대책을 위한 시민사회단체 전국네트워크(등록금넷)와 한국대학생연합 등 여러 시민사회단체와 대학생 또래 집단이 신용카드로 등록금을 받지 않는 각 대학들을 고발, 분노를 표출한 사건은 많은 관심을 모았다.
이들이 10개 대학을 검찰에 고발하면서 대학등록금 신용카드 납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번에 고발이 단행된 것은 많은 대학들이 신용카드 가맹점으로 등록돼 있음에도 등록금에 대해 신용카드 납부를 받지 않아 여신전문금융업법을 위반했다는 부분이다.
대학이 카드사에 지불해야 하는 수수료 부담이 너무 크다는 이유 때문에 카드 결제를 거부하고 있다는 것이다. 아예 카드 납부를 꺼려 가맹 자체를 안 하는 대학이 후 훨씬 많은 것도 문제다.
하지만 대학들의 이런 수수료에 대한 거부감 못지 않게 학생들이 느끼는 등록금에 대한 부담은 무게감이 높다. 오히려 비교가 불가능할 지경이라는 하소연이 더 높다.
3월부터 고려대학교 법대 5학기에 들어가는 김흥수(가명) 씨는 “가계에 부담이 될 수도 있다”고 말한다. 김 씨는 그러나 “다행히 (법과대학은) 네임밸류(사회적 인지도)가 있어서인지 교내에서 지급하는 성적우수 장학금을 못 받더라도 교외 장학금은 신청 하면 거의 받을 수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화여대 4학년에 재학 중인 지현화 씨는 “가상계좌를 통해 한 번에 돈을 낸다”며 “전국에서 가장 비싼 수준의 등록금을 내고 있는데 신용카드 납부가 생기길 바란다”고 밝혔다. 그녀는 또 “분할 납부는 학교에서 제도를 운영하는 것으로 안다”면서도 신용카드 납부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드러내 눈길을 끌었다.
고려대 대학원에 재학 중인 조정국(가명) 씨는 “한학기 등록금이 650만원인데 한번에 내기에는 부담스러운 금액이기 때문에 카드 납부가 필요하다”고 토로했다.
더욱이 거액을 지출하는 경우 카드로 거래하게 되면 아직 주머니 사정이 여의치 않은 대학생들로서는 많은 혜택을 볼 수 있는데 이런 가능성 자체가 막혀 있다는 것도 문제다.
시민단체 참여연대에 근무하는 이진선 간사(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는 “한해 등록금이 1000만원 이상인 시대가 온 이상 분납 필요가 크다”고 지적한다. 아울러 “포인트 적립 등 이점이 있는 것”이라고 카드 납부 허용의 중요성, 즉 다른 서비스 구매 거래와의 형평성을 지적하기도 했다. 이 간사는 “일반적인 (공공)기관에서도 납부가 가능한데 대학들이 카드 수납을 꺼리는 것은 문제”라는 기본적인 문제 소재를 지적하기도 했다.
◆카드납부, 대학들 왜 난색?
현재 380여개 대학 가운데 신용카드 납부가 가능한 대학은 72개 정도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이렇게 대학생들은 카드를 이용한 신용납입과 분납에 목말라 하는데 대학들은 가맹 자체를 거리거나 가급적 카드 수납을 받지 않으려 하는 괴리감이 큰 것이다. 이런 간격을 메우는 묘안을 찾는 데 문제의 해결책이 있지 않을까?
하지만 가장 빠른 대안으로 생각해 볼 수 있는 카드사들의 혜택 제공(감수)은 실상 어려운 이야기라는 게 업계의 하소연이다. 현대카드 관계자는 “실제 등록금 결제의 가능여부는 대학의 정책적인 부분에 의해 결정되기 때문에 카드사에서는 정확히 파악할 수가 없다”고 전제하고, “가맹점 수수료는 모두 1.5%”라고 말했다.
신한카드 관계자는 “현재 국내 10여개 대학에서 대학 등록금 카드 결제가 가능하다”며 “카드사의 수익은 가맹점 수수료이므로 최고 1.5%는 받을 수 있도록 대학 측과 이해관계를 고려해 협약한다”고 설명했다.카드업계 관계자는 “몇 군데 대학과 대학등록금 카드 결제 협약을 하려다가 수수료 문제로 협약하지 못한 경우도 있다”며 “카드사는 최소 1.5% 받아야 하는데”라면서 고충을 토로했다.
이 관계자는 이른바 은행계 카드(전업 카드사가 아닌 은행에 딸린 카드사들. 예를 들어 KB카드나 우리카드 등)은 수수료를 좀 더 낮게 받는 것으로 안다고 전하면서도 “(결국) 금융사가 학교 측과 서로 이해관계가 맞아야 하는데, 타 카드사보다 수수료를 적게 받는 대가로 학교 측이 은행에다가 예금을 유치해주는 등의 방법을 이용하는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결국, 대학이 원하는 조건으로 금융기관이 응하는 것은 어려워 접점 찾기가 난감하다는 지적이다. 변칙적으로라도 예금 수익 등을 몰아주지 않으면 금융기관으로서는 나서기 어려운 박한 이익 구조라는 것.
문제는 수수료 부담이다. 과거 카드사들이 본격적으로 카드대란을 겪기 전에는 수수료를 부담해 가면서 대학들을 가맹시키려 애를 썼지만, 이후 이런 관행이 없어지면서 대학들이 스스로 비용을 부담하면서 카드 수납을 해야 하는 시대가 됐다는 것이다. 당연히 학교 측도 할 말이 많다. 예를 들어 인하대 관계자는 신용카드 납부와 관련해 “학부생과 대학원생까지 합치면 (잠재적으로 카드 납부에 나설 학생은) 2만명이 넘는데 1년간 등록금은 1500억~1600억원 수준”이라고 말했다. 그는 “예를 들어 등록금 1000억원 중 카드사에 내는 수수료를 1.5%라고 가정한다면 그 금액은 15억원인데, 이런 금액을 학교가 부담하기엔 상당한 금액”이라고 설명했다.
이 수수료를 둘러싼 갈등이 문제의 근원인 만큼, 서로 떠넘기기 대신 이해관계의 간격을 메워줄 방안을 찾는 것이 실타래 풀기의 첫걸음인 셈이다.<특별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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