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린트
  • 메일
  • 스크랩
  • 글자크기
  • 크게
  • 작게

KB 임원 워크숍 전가의 보도 묘미 살릴까?

임원 단도리로 위기 돌파 전례 많아 기대감…김정태前행장 실패 사례 등은 부담

임혜현 기자 | tea@newsprime.co.kr | 2010.02.23 08:14:37

   
   
[프라임경제] 조직 분위기 다잡기에는 임원 워크숍만한 아이템이 없다?

KB국민은행이 임원 워크숍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배경과 효과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임원 워크숍, 왜?

23일까지 알려진 바를 토대로 종합하면 국민은행은 경기도 일산 연수원에서 2월 중 임원 워크숍을 개최할 예정이다.

워크숍은 매년 1월에 열렸지만, 올해에는 금융감독원 검사 때문에 한 달 반 정도 연기된 셈이다. 하지만 단순히 매번 하던 워크숍이 아닌, 현안 및 장기과제와 은행 미래를 논의하는 '난상 토론'이 될 가능성이 높다. 국민은행은 최근 차세대 전산 시스템 개발 완료 국면에서 전산직 고위 직원이 자살하는 등 뒤숭숭한 분위기를 겪었고, 무엇보다 강정원 행장이 차기 KB금융 지주회장직을 포기하는 등으로 내상을 입었다. 이런 분위기 때문에 외환은행 인수 경쟁에까지 지장이 불가피하다는 우려 또한 높아지고 있다.

◆난상 토론으로 문제 교통정리 전통 있어

이에 따라, 국민은행은 워크숍을 통해 영업 방향과 과제를 토론하고 분야별 실행 계획을 다잡는 방안을 고민할 것으로 보인다. 분위기를 쇄신하는 데에는 각 부문을 총괄할 임원들을 워크숍 무대로 불러 난상토론을 시키는 게 효율적이라는 믿음은 국민은행 역사에서 여러 번 확인돼 왔다.

일례로, 2004년 11월애는 일산연수원에서 강정원 행장 주재로 15명의 부행장이 워크숍을 갖고 현 금융환경과 향후 은행의 영업방향에 대해 '난상토론'을 벌인 바 있다.

이 자리에서 정리된 기조를 통해 2005년 1월 전략그룹 소속 김동원 당시 부행장과 간부직 100여명이 충청남도 소재 사찰로 '템플 스테이'를 다녀오는 등 기강 쇄신을 각 부문별로 진행했다.

근래에 비판이 높은 '고액연봉' 논란을 달래는 방안이 나온 것도 임원 워크숍이었다.

2008년 10월, 국민은행은 임원 워크숍을 열어 강 행장을 비롯한 본부장급 이상의 임원 임금을 2008년에 이어 2009년에도 5% 반납하는 등 비상경영 체제에 들어가기로 결정했다.

임원 워크숍에서는 '다이어트'를 통한 슬림경영을 논의하기도 한다. 2008년 워크숍에서는 은행 점포수도 지난말 현재 1222개 수준에서 당분간 늘리지 말자고 결론을 지은 것으로 알려졌으며, 국외자산 매각 작업도 계속 진행해 나간다는 계획을 천명했다.

◆임원들에 대한 '통보' 될 때엔 잡음만 증폭 '역효과'도

하지만 국민은행이 임원들을 단도리하는 것으로 매번 재미를 본 것은 아니다. 워크숍 등 임원들을 통한 기광 쇄신 시도가 오히려 역효과를 부르기도 한 아픈 전례가 없지 않다. 

2002년 1월의 사례가 좋은 예다.

김정태 당시 행장은 통합전산본부장을 임원들을 모은 자리에서 서재인 당시 북부지역본부장을 '통합전산본부장'으로 발령내겠다는 뜻을 공표했다.

통합전산시스템을 선정한 배경을 놓고도 주택은행과 국민은행 합병 직후인 관계로 파벌 싸움식 잡음이 많은 상황에서 고육책으로 나온 깜짝 인사였지만, 결국 조직 내 신망이 제법 있었던 윤옥현·조봉환 당시 본부장들이 사전 통보도 받지 못한 채 전산본부장직을 내놓게 돼 오히려 뒷말을 낳았다. 역효과인 셈이다.

문제는 여기에 있다. 강 행장의 그간 행보와 현재 닥친 위기를 돌파하기 위해서는 적재적소에 인사를 단행, 돌파 원동력으로 삼겠다는 읍참마속식 결정을 내릴 여지가 전혀 없지는 않다. 10월 임기 말까지는 직무를 성실히 수행할 것이라는 의지를 강하게 기자들에게 피력한 바도 있어 이런 관측에 힘을 더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결정이 오히려 임원들의 사기 저하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이번 임원 워크숍이 '전가의 보도'가 될지, 혹은 독이 될지 강 행장의 수위조절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 이 기사를 공유해보세요  
  •  
  •  
  •    
맨 위로

ⓒ 프라임경제(http://www.newsprime.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