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광주광역시 A대학에서 러시아 극동지역 도시인 이르쿠츠크로 유학했던 강모 씨 폭행치사 사건이 알려져 충격을 주고 있다. 19일 현재 이 범죄가 단순 집단폭행이 아닌 '인종범죄', 증오범죄'였을 가능성에도 무게가 실리고 있다.
◆전통적 유색인종 혐오에 극동러시아 황화론 겹쳐
흔히 스킨헤드로 불리는 러시아 백인 극우주의자들은 독일 등지에서 발호한 신나치와 비교되기도 하지만, 신나치 못지 않은 인종주의와 유색인종 배격론에 뿌리를 두고 있다.
제정 러시아 시대부터 중앙아시아 민족들과 끊임없이 충돌하면서 영토를 넓히고 이후 극동 개척을 본격화해온 러시아史에서 유색인종이란 '초로니(흑인이라는 뜻이나 아프리카 흑인이 아니라 상대적으로 얼굴색이 어두운 중앙아시아 유목민 등에 대한 경멸을 담고 있다)'로 불리는 '극복의 대상'이었다.
이런 역사적 배경에 소련 붕괴와 자본주의 시대 도래, 그리고 '모라토리엄 선언' 등 자존심 추락과 경제적 빈곤 상황이 연이어 일어나면서 이들에게 일자리를 빼앗기고 있다는 불안감이 겹쳐 증오 범죄가 1990년대 후반 이후 창궐한 바 있다.
더욱이 극동 러시아의 경우 이같은 위기감이 한층 높다.
러시아 극동 지역은 1985년 고르바초프의 등장으로 중국인들에게 문호를 개방했다. 상대적으로 백인들의 진출이 많지 않은 버려진 땅인 이곳에 중국인 등 동양인들이 중소기업, 자영업 등 사업 수완을 발휘하면서 경제권 장악을 하기 시작했다.
오래 전부터 러시아 극동지역의 주민들은 중국인들의 쇄도에 두려움을 느끼고 있었지만, 이들은 이미 지구의 건너편에 있는 모스크바 중앙정부보다 인근의 중국 동북 지방과의 경제적 관계에 점점 더 의존하게 되어 불안한 공존을 하고 있으며 반감 역시 나날이 확산되고 있다. 근래 자료에 의하면 러시아 극동지역은 대외무역의 80%를 중국의 동북부 지방에 의존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 서부 러시아 지역 못지 않은 증오 범죄 가능성이 누적돼 있다가 우리 유학생을 상대로 터져 나온 것으로 볼 수 있다.
◆별다른 교민과 유학생 보호 대책 없어…'조심'만이 방법
이미 러시아에 진출한 우리 교민이나 주재원, 유학생 등에 대한 범죄 문제가 수면 위로 부상한 바가 있지만, 이번 사건이 일어날 때까지 크게 뾰족한 방어 대책이 마련되지 못해 아쉬움을 남기고 있다.
과거 우리 나라 학생이 상트 페테르부르크에서 폭행 피해를 입는 등 증오 범죄 표적이 되는 경우가 많았고, 블라디보스토크에서는 영사 직원이 숙소로 쓰던 아파트 입구에서 테러를 당해 결국 유명을 달리 하는 등 외교공관원, 유학생, 상사주재원 모두가 범죄 가능성에 노출돼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에 따라 현재로서는 삼삼오오 짝을 짓거나 야간 외출을 삼가하고 스킨 헤드 등 범죄 가능성이 높은 자들이 출몰할 지역 등을 아예 피하는 등 예방만이 최선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어 각별한 주의가 요구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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