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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은지주 민유성 회장이 몇 차례에 걸쳐 강하게 오너 일가의 태도에 대한 비판 제기와 함께 압박을 한 바 있고, 8일에는 채권단의 대책 마련 회의가 진행될 예정이다. 일각에서는 채권단이 금호그룹의 아킬레스건인 금호석유화학의 워크아웃 처리 카드를 꺼내들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아시아나항공까지 한 번에 워크아웃으로 방향전환을 하는 쪽으로 몰아붙일 가능성도 없지 않다는 소리도 나온다. 하지만, 금호 그룹측이 이같은 자세를 보이는 것은 어느 정도 벼랑 끝 전술을 각오하고 있다는 방증으로 받아들여지고 있고, 이에 따라 상당 부분 난항을 겪는 게 불가피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일부에서는 이같은 금호그룹측 '배짱'을 보면서 '1000만인의 카드' LG카드 사태와 공통 요소들이 많다는 점을 떠올리기도 한다.
◆도덕적 문제 함께 터진 공통점 '눈길'
2003년과 2004년 당시 LG카드 문제는 많은 화제를 모았다.
특히 많은 이들이 비판을 가한 것은 바로 도덕적 해이 논란이었다. 당시 LG일가는 무책임한 태도를 보이면서 자기들만 발을 뺐다는 비판을 받은 바 있다.
2004년 10월 14일 국회에서는 당시 이 문제를 놓고 LG측 고위 관계자를 불러다 놓고 강하게 성토하기도 했다. 당시 민주당 김효석 의원은 "LG그룹 일가와 LG카드의 부실경영에 책임 있는 특수관계인들은 카드대란이 불거지기 시작한 지난 2003년 3월, 4월과 엘지카드 유동성위기가 본격화한 10월 등 고비 때마다 주식을 매각하고 빠져 나가, 내부 정보를 이용해 자신들의 잇속만 챙겼다"고 주장했다.
또 한나라당 김양수 의원도 "구본무 그룹 회장은 지난해 초 LG카드 등기이사에서 갑자기 빠지고, 그 자리에 카드 문제와 아무런 연관이 없는 서경석 LG투자증권 사장이 들어갔다. 이는 카드사 회생 가능성에 대해 부정적으로 판단하고 유동성 위기에 대한 책임에서 그룹 총수가 빠져나간 것 아니냐"고 의혹을 제기했다(하지만 당시 증인으로 국회에 출석한 강유식 LG그룹 부회장은 "대주주들의 지분 매각은 지주회사 출범을 위한 것", "일정대로 이뤄진 것"이라고 강하게 부정했다).
금호그룹 역시 마찬가지로 기업 오너 일가가 구설수에 오른 후 이번 워크아웃 사태를 빚었다.
이미 금호가 대우건설 등을 무리하게 인수할 때부터 차입금 과다 논란이 빚어졌고, 이 숙제를 해결하지 못해 기업 전반이 어려워진 데다 인수된 업체들의 알짜 재산과 현금 자산을 이용하는 데에만 혈안이 된 게 아니냐면서 금호그룹의 태도를 비판하는 의식있는 인사들의 지적이 이어진 바 있다. 하지만 금호 일가는 이런 비판론에 대한 자성은 부족했고, 그 와중에 경영권을 둘러싼 형제의 난을 빚으면서 세인들의 입에 오르내렸다. 이후 이 형제의 난에 대해 어느 정도 해결책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기업 전반이 흔들린 것이다.
결국 기업 전반이 힘든 가운데 그룹 오너 일가는 '옥새의 주인'을 가리는 문제에만 집중했다는 비판이 불거질 수 밖에 없다.
◆사재 출연 돌연 거절 등 흔들기 방식도 유사
한편 기업측이 사재 출연을 하지 않겠다고 고압적 입장을 보여 채권단(혹은 정부 당국까지도) 흔드는 모습을 보이는 것도 유사점으로 평가되고 있다.
LG카드 처리 국면에서 채권단은 한때 현금서비스를 중단하는 등 강하게 '구본무 회장의 사재 출연'을 압박하기도 했었하라고 압박했지만 채권단은 돌연 태도를 바꿔 2조원을 긴급 지원하기로 결정했다. 이 배경을 둘러싸고 당시 참여연대 경제개혁센터 김상조 소장은 24일 '관치 금융이 문제를 더 악화시킨다'는 논평을 내고 "정부가 '금융시장 불안' 등을 운운하며 채권은행들의 팔을 비틀었다"고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이번에 산은측(민 회장)이 강하게 비판을 하는 와중에도 고개를 숙였던 금호측이 입장에 돌연 변경을 하고 나선 것은 채권단은 물론 정부까지 무릎꿇릴 수 있다는 계산, 즉 '대마불사론'이 작용했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 정부 로드맵 전반 흔들릴 가능성
당시 LG카드 사태에서 정부 당국(당시 참여정부)는 심하게 체면 손상을 입었다. 당시 김진표 경제부총리의 책임론이 대두되는 등 문제가 커진 것. 김 당시 부총리는 이른바 4·3카드대책 직후, "카드 문제를 슬기롭게 해결했다"고 자화자찬했지만, '시장에 의한 자율구조조정' 대신 당국 개입론, 관치금융론이 불거졌던 것이다. 위에서 말한대로, LG카드 2조원 지원과 관련해서 채권단을 압박했다는 불명에의 주인고으로 떠오르면서 정부 정책 자체에 신뢰감 상실과 추진력 저하 논란을 불러오게 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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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LG카드는 처리 과정에서 구본무 일가에 대한 비판론을 불러일으키는 등 많은 논란을 남겼다.> |
이는 당시 '5조원 브리지론 조성 대책'의 전반적인 성공을 위해 어쩔 수 없이 LG카드측 더욱이 그룹 오너 일가에 대한 책임 추궁 없이 문제를 은폐하려 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 전반적 정부 정책 그림을 위해서 그룹 오너측이 채권단에 강짜를 부리도록 당국이 방치 혹은 협조했다는 것이다.
이번 상황 역시도 당국이 기업들의 구조조정에 강한 드라이브를 걸 것으로 보이는 2010년 사정을 겹쳐 보지 않을 수 없다는 해석이 나온다.
금호측에 대한 조치를 시장 논리에 따라 채권단의 의도대로 처리하도록 당국이 오히려 힘을 실어주는 게 구조조정 국면 논리상 맞겠지만, 금호 문제의 후폭풍이 지나치게 커지는 경우 경제 전반의 사정을 고려해 기업측과 채권단이 적당한 선에서 타협을 하는 방안으로 이야기가 흘러갈 수도 있다. 문제는 당국이 이같은 사정을 내버려 두는 경우 기업 구조조정의 전체적인 기류가 나빠진다는 점은 불문가지라는 데 있다.
LG그룹측도 결국 구 회장이 채권단의 자금지원 대가로 보유 중이던 ㈜LG 지분 5.46%를 담보로 제공했다 되찾은 것처럼, 금호그룹 역시도 결국 사재 출연을 전혀 하지 않을 수는 없어 보인다. 이번 채권단과의 대결은 결국 출연 자체를 못 한다기 보다는 시점 문제라는 게 더 정확하다는 해석이 많이 뒤따르는 상황이다. 그러나 이같은 시점상의 미세한 문제 자체가 해당 기업들의 운명을 완전히 가를 수 있다는 점에서 상당한 눈길을 끌 수 밖에 없어 보인다. LG카드가 결국 신한금융지주로 넘어가게 되고 신한이 거대 금융기업으로 작용하는 모멘텀 중 하나로 이 문제가 기능한 것에서 보듯, 아시아나항공 처리 등을 통해 다시 한번 재계 판도가 요동칠 가능성이 높으므로 이같은 관심은 열기가 식기 어려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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