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KB부동산신탁이 부동산 ‘떨이시장’에 한 자락 거들고 나서 지방 건설사들의 ‘덤핑경쟁’에 불을 붙이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KB부동산신탁은 지난 하반기 대구 K PARK를 분양하면서 9년간 잔금 유예제도와 함께, 전국에서 처음으로 아파트 분양가 선보장제도를 시행해 눈길을 끈 바 있다. 대구 지역을 중심으로 논란이 일고 있는 KB부동산신탁 K PARK의 ‘떨이분양’ 문제점을 짚어봤다.
K PARK는 신축 아파트를 분양하면서, 분양금 가운데 한 세대당 3500만원은 분양 당시 받는 것이 아니라 2년후 아파트시세가 분양가 이상 오르면 받고 분양가 이상 오르지 않을 때는 받지 않기로 했다. 이 선보장제도는 민법상 조건부 계약과 유사한 제도다.
◆모기업 이미지 어정쩡하게 차용
예를 들어보자. 이와 같은 선보장제도와 유예제를 모두 활용하면, 분양을 받을 때 이 아파트의 162㎡(49평)형의 경우 분양가 4억3274만원에서 일단 3억5322만원만 갖고 분양을 받을 수 있고, 여기서 또 선분양가보장 3500만원을 2년 동안 납부유예 그리고 분양가 50%인 2억1600만원 은행대출을 받으면 본인이 부담하는 실입주금은 겨우 1억222만원이면 새 아파트에 입주할 수 있다는 게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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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KB부동산신탁이 개입한 대구 K PARK. KB금융과 유사한 로고를 내건 데다 야심차게 각종 혜택을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금융지주사 산하회사까지 결국 할인처리에 앞장서 지방 아파트가격 제살깎기를 심화시킨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
막상 KB로고를 사용하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모기업의 이미지를 차용하지 않는 것도 아닌 어정쩡한 상태라는 것. 한편, 부동산신탁회사의 업무특성상 잘 팔리지 않거나 처지 곤란인 물건, 판매에 전문적 지식이나 능력이 필요한 것을 잡는 것은 자연스러워 보인다. 문제는 할인판매 전문업체라는 평가를 얻기 시작한 업체와 손을 잡은 데 있다.
분양책임을 지고 있는 (주)HOP홀딩스 측은 이미 SK건설이 골머리를 앓던 부산 동래구 SK뷰 2차 미분양분을 처리하는 데 구원투수로 나선 바 있다.
물론, 부동산 관련업무에서 디벨로퍼나 전문분양업체를 사용하는 것 자체는 큰 무리가 없어 보인다. 하지만, SK건설 사례와 달리, 분양 기대치를 도달, 처리하지 못한 물량을 건설사가 직접 물건 처리까지 도맡기 어려우므로 업체에 맡겨 할인판매라도 감수하고 나서는 경우와, 부동산신탁업체가 관련업체와 손을 잡는 것은 결국 본연의 업무에서 한 발 빼는 것으로 볼 수도 있다.
더욱이 HOP측은 다시 이들 물량 대부분을 부동산중개업소에 원 바이 원 방식으로 하나하나 맡기는 방안을 택했다. KB금융 자회사가 부동산 문제와 신탁 등에 관해 전문성을 발휘, 분양을 확실히 처리하는 전례를 남기기 보다는 큰 회사가 관여돼 있다는 이름값 정도만 걸고 일을 쉽게 해결하겠다는 구조나 다름없어서, 하청과 재하청으로 반복되면서 사실상 원청 기업의 능력과 이미지와 큰 상관없는 공사가 되는 건설시공과 다를 바 없게 되는 것 아니냐는 논란도 불가피하다.
◆부동산신탁사 힘든 상황에 가리지 않았다?
이에 따라 부동산신탁업체가 서기 힘들어지고만 있는 상황 속에서 이 업체가 무리수를 둔 게 아니냐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부동산신탁업체는 한때 금융지주사에 돈을 벌어다 주는 황금거위 내지 독자업체의 경우 알짜기업으로 꼽혔지만, 이번 정부 들어서면서도 부동산 경기가 회복이 난망해 고난의 행군을 하고 있다는 평가다.
2007년의 경우 KB부동산신탁은 사상 최대 성적표를 올린 것으로 기록되기도 했다는 게 업계 전언. 하지만 실제로 2008년 토지신탁+담보신탁+관리신탁+처분신탁+대리사무의 합을 낸 결과를 보면 확연한 하락세가 보인다. 한국토지신탁은 350억2000만원(전년대비 -25.7%), 대한토지신탁 전년대비 270억2800만원(전년대비 -20.7%), KB부동산신탁 281억6800만원(전년대비 -24.5%)이었다.
아울러 2009년에도 수탁고는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영업실적은 악화되고 있는 외화내빈은 여전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토지신탁은 09년 9월말 현재 수탁고 14.6억원, 영업수익(09년 1월~9월) 946억원, 당기순이익(09년 1월 9월) 125억원을 기록했다. 대한토지신탁도 같은 시점, 기간 현재 수탁고 12.6억원, 영업수익 363억원, 당기순이익 88억원이었다. KB부동산신탁 같은 시점, 기간 현재 수탁고 23.8억원, 영업수익 426억원, 당기순이익 146억원으로 한창 때만 못해 업계 전반이 고민에 빠져 ‘작은 일이든 큰 일이든 마다할 처지가 아니’었다는 평가다.
물론 모기업인 KB금융지주 자체가 2009년 순이익 악화의 상황으로 경쟁업체인 신한지주 등에 비해 큰 타격을 보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런 행보는 어느 정도 불가피한 것으로도 보인다. 하지만 KB부동산신탁이 가뜩이나 파이가 줄어들고 있는 업계에서 모기업 로고까지 유용해 가면서 활동하거나, 더욱이 덤핑으로 인한 인근지역 부동산 가격 교란 논란까지 빚는 것은 문제이자 금융업계의 도덕률에 벗어나는 것이라는 지적도 만만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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