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은행의 이번 결정은 최근 국제적인 금융산업에 대한 규제 논의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어 불확실성이 증대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신중한 행보가 필요하다는 판단을 깐 것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이번 시암시티은행 문제 외에도 산업은행이 최근 여러 가지 걸림돌을 만나고 있어, 민영화 과정에서 진통이 예상된다.
◆시암시티은행 인수 포기, 왜?
시암시티은행은 태국 내 산업은행 순위 7위에 해당하는 곳으로, 산업은행의 부족한 영업망과 자금조달 구조를 보완하는 데 한 방편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관심을 모았다.
그러나 시암시티은행을 인수하는 경우 은행경영과 위험관리에 상당한 부담요인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최근 높아졌다. 돌발변수로 등장한 미국 오바마 대통령의 은행 개혁안, 이른바 '볼커룰' 때문이다.
1940년대 이래 상업은행과 투자은행의 벽이 무너져 혼동돼 왔던 것을 다시 구분짓겠다는 것으로 보인다. 이는 특히 투자은행의 자본 투자 범위를 제한하는 데 초점이 있는 것으로 받아들여져 월가 은행가들의 반발을 사고 있기도 하다. 금융관계자들은 투자은행의 투기적 속성을 방지한다는 미명 하에 발전 자체를 저해할 것이라는 입장을 보이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현재 산업은행은 투자은행 속성이 강해, 향후 시암시티은행 등 상업은행을 인수하는 등으로 구조 자체를 변하게 되면 이런 미국 내 금융권 수술 방침에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미국 은행이 아닌 산업은행과 같은 금융기관들은 직접 법규 개정 문제의 규제대상이 되지는 않지만 간접적으로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다.
결국 수신망 확충이라는 코드를 위해 글로벌 기업투자은행(CIB) 비전 자체를 포기하기는 어렵다는 것이 산업은행의 속내로 읽힌다.
◆대우건설 협상건에 부실채권도 만만찮아
결국 상업은행으로 특화할지, 혹은 투자은행으로 초점을 맞추고 역량을 강화할지를 택해야 하는 것도 민영화를 앞두고 하나의 숙제로 떠오르고 있다.
문제는 또 있다. 산업은행을 괴롭히는 여러 문제, 즉 대우건설 재무적 투자자들과의 지분 매각 협상이나 부실채권 문제 등이다.
최근 산업은행과 재무적 투자자(FI)들간 대우건설 지분 매각 협상이 막바지로 치닫고 있지만 산업은행의 의도대로 풀리지 않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산업은행은 최근 FI들과 지분 매각 협상에서 FI들이 제시한 대부분의 요구를 수용할 수 없다고 밝힌 바 있다.
FI들은 산업은행에 금호산업의 아시아나항공 지분 원상복구, 금호산업 보유 대우건설 주식과 대우건설 보유 대한통운 주식 맞교환 등을 요구하고 있지만, 산업은행은 대우건설 풋백옵션 채무 중 이자 부분에 대한 채무 재조정 방안 외에는 별반 논의할 여지가 없다는 입장인 것으로 정리된다.
협상이 난항을 겪는 외에도 금호 등에 대한 워크아웃 채권이 많은 특성 때문에 부실채권 부담이 큰 것도 문제다. 최근 부실채권 비율을 정리해 본 결과 시중은행들의 부실채는 지난 해 대비 어느 정도 감소했지만, 산업은행은 오히려 8300억원 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이런 문제들을 빠른 시일 내에 제거하지 못하면 민영화 시나리오 자체에 제동이 걸릴 우려도 없지 않다. 여기저기 힘을 분산하는 것을 최소화하고 빠른 시일 내에 돌파구를 찾을 수 있을지 산업은행의 행보에 귀추고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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