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린트
  • 메일
  • 스크랩
  • 글자크기
  • 크게
  • 작게

野性잃은 우리은행,매번 기업구조조정 失機 논란

금호 소용돌이 속 소극적행보로 상황 꼬이게…08년엔 현대건설 매각 무산에도 한몫

임혜현 기자 | tea@newsprime.co.kr | 2010.01.25 11:04:33

[프라임경제] 우리은행이 금호아시아나그룹의 경영 위기 국면에서 눈길을 끌고 있다. 우리은행은 이번에 금호가 '형제의 난'을 겪은 데 이어 대우건설 인수 여파로 인한 경영 난국에 빠진 상황에 나름대로 중요한 퍼즐 한 조각을 쥐고 있다. 금호산업의 주채권은행역을 하고 있기 때문.

그러나 이번 풍랑 속에서 우리은행의 역할과 목소리가 제대로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국책은행이나 마찬가지인 우리은행의 특수한 지위와 연관지어 무게중심을 제대로 잡아주면 좋겠다는 이야기가 없지 않은 것. 더욱이 그간 보여온 행보와 겹쳐 늘상 이같은 중요 국면에서는 보신주의와 기회주의로만 일관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까지도 나오고 있다.

◆우리은행 주장 특징은 어정쩡한 태도로 FI와 産銀 혈투 조장?

금호아시아나 그룹 구조조정을 둘러싼 동상이몽 국면이 혈투로 번질 가능성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

'철저한 구조조정을 통한 회생'을 외치는 산업은행의 기본 제안에 여러 이해관계자들이 모두 수긍하지만 신뢰가 부족한 데다 각자의 이익만 앞세우면서 상호난타전으로 치달을 우려까지 있다.

대우건설 재무적 투자자(FI)들은 2조2000억 원의 신규자금을 유치하는 대신 FI들이 금호산업과 아시아나항공, 대한통운의 경영권을 가져가는 방안을 채권단과 금호그룹에 제시한 상태다.

먼저 FI들은 해외 금융사 7000억 원, 채권금융사 8000억 원, 국내 연기금 7000억 원 등 총 2조2000억 원의 신규 투자를 끌어들이기로 했다. 여기에 풋백옵션 행사가(3만1500원)와 현재 주가의 차액 2조6000억 원을 출자전환하면 금호산업을 정상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산업은행이 금호그룹의 강도높은 구조조정을 제안한 안에서는 약간 벗어난다. 사실상 금호그룹 해체를 가져온다는 점에서는 산업은행 안("금호 오너 가문은 집 빼놓고 모든 걸 내놓을 각오를 해야 할 것")과 대동소이하지만, 효과와 이후 시나리오에서는 일부 다르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산업은행은 채권단의 합의 및 신규자금 확보 여부가 불투명한 상태여서 무작정 기다릴 수 없다며 사실상 FI들의 제안을 거부했다.

문제는 졸지에 도마 위에 오른 금호산업의 주채권은행인 우리은행의 행보다.

금호산업 주채권은행인 우리은행이 FI들이 보유한 대우건설 지분을 주당 1만8000원에 사고 나머지는 금호산업 청산가치로 매입하는 자체 방안을 고수하고 있어, 양자간 갈등 국면을 이도저도 아닌 교착 상태로 굳히는 데 한몫 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풀이가 나오고 있다.

기업 구조조정이라는 2010년 화두면에서 보더라도 우리은행의 이같은 태도는 별반 도움이 안 되는 게 아니냐는 주장도 없지 않다. 아울러, 이런 태도는 적극적인 채권 회수가 아니라 적당한 시간 벌기 태도에 가깝다는 평도 있다. 더욱이, 과거 우리은행은 이같은 행보를 보여 기업 매각이나 구조조정 등 국면에서 실기(失機) 논란을 불러온 적도 있다.

◆우리은행 행보로 현대건설 매각건 틀어진 적도 있어

외환은행이 최근까지 고생한 현대건설 매각 건도 사실상 우리은행이 지워준 짐이라는 이야기를 이번 국면에서 회상하는 이들이 많다. 적극적으로 기회를 잡아 매각하려는 측을 '두고보자'는 태도로 주저앉히고 결국 정리 기회를 다음 기회로 미룬 사례라는 공통점 때문이다.

2008년 4월 현대건설은 당초 매각공방이 치열할 것이고, 상당한 진도를 뽑아낼 것이라는 일부 언론 예상과 달리 어중간한 매듭을 지은 바 있다.

당시 적극적인 매각 시나리오를 제시했던 외환은행은 부정적 태도를 내비친 산업은행에 수세적 태도로 밀렸다. 하지만 이 계획은 4월 말 총선 이후로 개시시점이 미뤄지는가 싶더니 산업은행이 대우조선 매각의사를 밝히면서 무기한 연기되는 상황을 맞고 말았던 것.

당시 외환은행이 일격을 당한 데에는 산업은행이 시장의 기대를 뒤엎고 무책임한 행태를 보였다는 은행계의 평가도 뒤따랐지만, 정작 우리은행이 '캐스팅보트'를 독자 매각 강행을 할 수 없는 상황쪽으로 던졌기 때문이라는 풀이가 더 우세했다.

외환은행은 주주협의회에서 이 문제를 공론화하고 다수의 지지를 이끌어낸 만큼 대우조선 매각이 마무리되는 즉시 현대건설 매각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국민은행 등 경쟁업체 적극 행보와 대비돼 우려높아

   
  <사진=장고 끝 악수? 우리은행이 매번 기업 중요 구조조정 국면에서 수세적으로 행동해 다른 은행들을 힘들게 한다는 불만이 나오고 있다. 우리은행 이종휘 행장이 모 참배 행사에서 고개를 숙이고 생각에 잠겨 있는 장면>  

이상 두 가지 사례만 하더라도 우리은행이 결정적인 기업 매각·구조조정 등 국면에서 '복지부동'으로 기우는 선택을 해 전체적인 그림을 '현상유지'로 몰아간다는 비판이 따를 수 밖에 없다.

이런 행보는 채권을 갖고 있거나 중요관련자로서의 대승적 판단은 물론 권리 행사면에서도 적극대응보다는 수세적 판단으로 대처한다는 지적을 낳을 여지가 없지 않다.

문제는 규모가 비슷한 경쟁 은행들은 적극적 채권 회수 의지를 불태우며 무리수를 두기도 하지만 우리은행은 일단 상대방의 행보를 보면서 소극적으로 대처한다는 점에서 리딩 뱅크로서의 사회적 역할에 무심하다는 논란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이런 행보는 KB국민은행의 주채권은행으로서의 목소리 내기와 대비, 묘한 대조군을 형성하고 있다.

실제로 작년 한해 국민은행은 유례가 별로 없는 선수금환급보증(RG) 소송에서 일부 국내외 보험사 등과 분쟁을 일으키면서도 적극적으로 이권 행사에 나선 바 있다.

4600만달러를 넘는 큰 규모 때문이기도 하지만, 법적인 해석에서 논란이 있는 만큼 일부 비난을 감수하고라도 공세적으로 응하겠다는 방침을 세운 것이다. 물론 지난 연말 기준으로 영국 법원에서 1심 패소를 했지만, 항소를 바로 상급 법원(Court of Appeals)으로 제기했다.

RG는 선주로부터 계약금 일부를 선수금으로 받은 선박업체가 선박을 완공하지 못했을 때 은행 또는 보험사가 대신 선수금을 환급하겠다고 약속한 보증서를 말하는데, 여러 경우의 수가 있고 전문적 금융영역이라 논란이 있기 때문이다. 국민은행은 RG 가운데 보험사 보증을 받은 부분에 대해서는 '요주의 여신'을 기준으로,나머지는 '추정 손실'을 기준으로 충당금을 충분히 적립한 만큼 추가 손실이 발생하는 것은 아니라고 설명하며 적극적으로 주채권은행의 몫을 챙기겠다는 입장이어서, 일단 아이디어를 제공하고는 요지부동이거나, 사안을 사실상 유지, 교착상태로 두려는 것 아니냐는 지적을 받는 우리은행과는 다르다는 평가다.

이에 따라, 우리은행은 정부 방침에 발맞추어 기업이나 가계 대출을 늘리는 데에는 적극적으로 동참하는 만큼 대기업 구조조정이나 경제 활성화 조성이라는 거시적 키워드에도 눈을 돌려줘야 한다는 주문을 받고 있다. 아울러, 어느새 사실상 국책은행 같은 지위를 누려오면서 안일한 태도가 몸에 배 일선 시중은행 같은 야성을 잃은 것 아니냐는 분석까지 나오고 있어, 행후 우리은행 행보에 귀추가 주목된다.

  • 이 기사를 공유해보세요  
  •  
  •  
  •    
맨 위로

ⓒ 프라임경제(http://www.newsprime.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