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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이주女 상담 외길 '결실 맺었다'

이주여성긴급지원센터, 결혼이주 선배가 상담맡아 효율과 情넘쳐

임혜현 기자 | tea@newsprime.co.kr | 2010.01.20 10:48:30

[프라임경제] '신랑 하나만 믿고' 낯설고 물선 한국으로 시집온 이른바 결혼이주 여성들. 새로운 곳에서 행복하게 사는 사람들도 많지만, 이들은 결혼 생활 중에 언어 문제부터 각종 부부갈등 등으로 이중고를 겪기도 한다. 이런 이들을 위해 전문상담기구가 발족, 어느덧 세 돌을 맞았다. 그리고 우수한 활동으로 상당수 구성원들이 각종 표창을 받으며 주목을 끌고 있다.

바로 이주여성긴급지원센터(02-929-1361//1577-1366)이다.

◆어느새 본궤도 진입, 지방에도 센터 확장 추진

서울에서 센터 1곳으로 출범한 것이 2006년 11월. 2009년에는 부산, 수원, 대전, 광주에도 센터를 개설했

   
  <사진=강성혜 소장>  
다. 강성혜 소장은 "금년 중으로 지방에 2개소가 더 문을 열 것"이라고 말한다. 처음 외국인여성 상담사를 14명 뽑아 교육시키고 연 것에 비하면 격세지감인 셈이다.

이렇게 센터가 벽돌을 한 장 한 장 올리는 전 과정을 지켜봐 온 강 소장은 더욱 감회가 새로울 수 밖에 없다.

강 소장은 우선 이주여성들 중에서 상담원을 뽑는 데 착수했던 당시의 어려움을 회상한다. 단순한 콜센터 역할이 아니라 고민이 많은 결혼이주 여성들에게 가디언 역할을 해 줘야 한다는 점 때문에 우수인력 확보가 시급했다는 후문이다. 이에 따라 강 소장은 "고국에서 대학 이상 교육을 받은 여성을 우선으로 뽑자"고 생각했다고 한다. 어쨌든 우여곡절 끝에 각국에서 한국으로 시집온 결혼이주 여성들을 뽑아 교육과 훈련을 시켰다. 2006년 9월,10월간 교육을 시켰고, 11월에 센터가 무사히 개소하게 된다.

두 달간의 짧지만 강한 훈련 끝에 우리 나라 최초로 결혼이주 여성 전문 상담기구가 탄생한 것이다.

이렇게 개소한 이후에도 끊임없는 역량 강화가 이뤄지고 있다. 한국인 팀장들이 외국인여성 상담사들을 이끌고 있는 것. 이들 상담사들은 상담전화를 해 고민을 털어놓는 결혼이주 여성들의 선배격이다. 자신들도 먼저 결혼하러 한국에 와 가정을 꾸린 '선배격'이다.

하지만 한국에서 결혼 생활을 한다고 해서 모든 게 완벽하기는 어렵다. 강 소장은 "우선 상담에 나선 사람 스스로에게도 한국 사회를 깊이 이해시키고 이주여성 문제 등을 설명한다. 한국어에서도 전문용어 등에 대해 이해가 필요하기 때문에 이것도 설명하고 여성의식 등 다양한 교육도 진행한다. 상담원으로서 갖춰야 할 교육이고 인원 보강이 될 때마다 교육한다"고 설명한다.

   
  <사진=전화상담에 응하고 있는 외국 출신 상담원들>  

◆"보람과 긍지를 갖고 일하되, 고민은 집까지 갖고 가지 마라"

이렇게 소장 이하 한국인 직원, 외국인 상담사들이 똘똘 뭉쳐 365일 24시간 전화선이 가동된다. 센터 내에 근무하는 시간은 아침 8시부터 밤 10시다. 그러나 이후 시간은 재택근무로 해서 24시간 상담이 진행된다. 교대 근무를 통해 끊임없이 상담이 진행된다. 그럼 이런 교대 근무와 재택 근무 등 여건에 어려움은 없을까?

이들 외국인여성 상담원들은, 일요일도 격주로 나온다. 명절에도 근무한다. 3일 명절이면 하루는 나오고 있다. 그래서 때로 남편들의 타박을 받기도 한다는 게 센터 직원들의 귀띔이다.
    
쉽지 않은 이야기를 들어야 하는 업무 특성도 스트레스를 많이 주는 원인이다. "처음에는 '죽고 싶다'는 고민 전화를 받으면 상담에 나선 사람들이 걱정이 되어서 안절부절을 못했다. '소장님 죽는대요 어떡해요'라면서…"라고 강 소장은 초창기를 회상한다. 물론 지금도 문제상황에 처한 외국여성과 상담하고 돕는 게 쉽지만은 않다. 그래서 강 소장은 항상 "쉬운 일이 아니지만 보람과 긍지를 갖고 일하자"고 독려하는 한편으로 "집에까지 고민을 갖고 가지 말라"고 당부한다고 한다.

◆다문화가정 인식 개선 선도役 '보람'

   
  <사진=각종 교육, 워크숍 등 관련 정보로 빼곡한 게시판. 바쁘게 돌아가고 있는 흔적이 넘친다.>  

이런 '고군분투'가 만 3년을 좀 넘긴 지금, 처리한 상담건수만 7만건을 돌파했다. 결혼이주 여성들 사이에서 입소문을 탄 물론 시민들에게도 많이 알려졌다.

강 소장은 "처음 센터를 열 때보다 국제결혼에 대한 인식이 개선돼 보람을 느낀다"면서 견인차 역할을 해온 지난 세월을 자랑스럽게 회상하고 있다. 결혼 생활과 육아, 가정폭력 등 각종 문제에 대한 고민을 나누는 한편, 보호가 필요한 경우 '쉼터'로 이동시켜 보살핌을 받도록 배려한다. 서울 센터 같은 경우 쉼터로 호송하는 게 여의치 않을 때를 대비, 센터 내에 자체 쉼터를 개설해 놓고 있기도 하다.

경찰, 병원 등으로 사건을 인계해야 하는 등 최종 해결사 노릇은 못하지만, 중간 가교 역할을 충실히 하고 있는 것이다.

   
  <사진=서울 센터 내 임시 쉼터>  

따라서 강 소장이 이런 공로로 국무총리 표창을 받은 것은 우연이 아니다. 지난해 11월 9일에는 여성부에서 '창립 멤버' 외국인 여성상담원 7명에게 장관 표창을 하기도 했다. 14명이 함께 시작해 녹록찮은 여러 문제로 반이 남은 상황 속에서, 이들은 현재 20명에 이르는 외국인 상담역 중에서도 '기간요원'역할을 하면서 열심히 일하고 있다.

"가정이 깨지지 않도록 지켜주는 역할이다. 상담을 받으러 온 부부가 문제를 해결하고 손을 꼭 잡고 돌아가는 걸 보면 정말 보람을 느낀다"

서로 존중하는 마음이 있으면 언어 문제 등은 오히려 부차적이라는 게 센터측이 그간 7만건 상담을 하면서 얻은 '교훈'이다. 외국인 신부들의 하소연과 한숨이 사라져 상담이 필요없는 날을 앞당기기 위해, 오늘도 센터는 24시간 전화 상담에 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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