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시중은행들이 2010년 새해를 맞아 속속 고금리 특판예금을 내놓고 있다. 일반 정기예금보다 높은 4%대 후반∼5%대 금리를 적용,여유자금을 굴리려는 금융 소비자들을 상대로 마케팅 전쟁에 나선 것.
이러한 상황은 특히 최근 금융당국이 예대율 챙기기에 나선 상황과 무관하지 않다. 금융당국은 특히 M&A 대전이 벌어질 2010년 이후 '외형성장 경쟁'을 막기 위해 향후 4년에 걸쳐 양도성 예금증서(CD)를 제외한 예대율을 100% 이내로 축소하도록 고삐를 죌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예대율 규제 강화로 수신확대에 나설 수밖에 없는 은행들이 특판 전쟁에 나설 수 밖에 없다는 풀이가 나오고 있다.
◆하나銀 '투게더' 출시, 우리銀 기존 상품에 금리얹어 대응
5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이런 상황 속에 주요 시중은행들은 속속 상품을 내놓고 특판 전쟁을 치르고 있다.
하나은행은 오는 29일까지 '하나 투게더 정기예금'을 판매한다. 1년제인 이 상품은 이자를 만기에 한꺼번에 받는 만기일시지급식으로 가입할 경우 연 4.9%의 금리를, 매달 이자를 받는 월이자지급식으로 가입할 경우 연 4.8%의 금리를 적용받을 수 있다.
한편 신한은행은 4일부터 1조원 한도로 일반 정기예금보다 금리를 더 주는 '2010년 희망 새출발 정기예금 특별 금리 행사'를 실시한다.
1년제는 연 4.9%, 2년제는 5.1%, 3년제는 5.2%의 금리를 적용받는다. 만기일시지급식과 월이자지급식 중 한가지를 택할 수 있는데 월이자지급식의 경우 금리가 연 4.8∼5.1%로 0.1%포인트씩 낮아진다. 인터넷 가입도 가능하다.
한편 우리은행은 기존 정기예금 상품인 '키위 정기예금'에 금리를 상승시켜 특판 전쟁에 대응 중이다.
◆하나銀, 해지 고객에 불리한 상품 내용
하지만 하나은행은 막상 내용을 들여다 보면 다른 경쟁사에 비해 밀린다는 평가다. 우선 신한은행의 상품에 비해, 중도해약시 이율이 낮다.
하나은행의 투게더 상품은 1년 기한 상품인데, 1년내 해약시 적용 이율이 무이자, 0.5%, 1.0% 등으로 단조롭게 구성돼 있다. 신한은행의 특판 행사 희망 새출발 상품의 경우, 무이자, 0.5%, 1%, 2% 등으로 세분돼 있다. 피치 못할 사정으로 중도 이탈하는 소비자의 경우 중간이자 면에서 하나은행측의 경쟁력이 훨씬 밀린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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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하나투게더 중도해약 이율 설명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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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신한 민트 정기예금 중도해약 이율 설명표> |
더욱 눈길을 끄는 점은, 중간에 돈을 인출하는 소비자에게도 고금리를 보장하는 상품인 '하나 369 정기예금'을 이 특판 상품과 동시에 판매하고 있다는 것이다. 369 정기예금보다는 불과 0.49%밖에는 이율이 차이가 나지 않는다.
결국 같은 집안 상품끼리 싸움을 벌이는 이상한 상황을 하나은행이 스스로 만들고 있다는 것.
결국 4대 금융지주사 중 맷집이 가장 약하고 은행 M&A 대전 등을 앞두고 경쟁에 초조함을 느끼면서 경쟁에서 밀릴 수 없다는 마음만 앞서고 있다는 것으로도 풀이된다. 유치전에 목마른 하나은행이 상품이 경쟁사보다 밀리는 것을 알면서도 '자충수'를 두고 있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약한 체력 극복할 대응책 추가로 나올까 눈길
결국 새해 첫 전투인 특판 시장에서 하나은행은 경쟁력이 타사에 밀리고 있는 듯한 상황을 드러내면서, 2010년 은행계 경쟁 레이스에서 일찍부터 뒤처질 수도 있어 보인다는 우려도 나온다. 하나금융지주 김승유 회장이 "내실이 중요하다는 것을 느꼈다"고 지난해 간담회에서 고백했을 정도로, 하나은행은 태산 관련 충당금 사태 등으로 혼난 바 있다. 그간 어느 정도 상처 극복을 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번 상황은 단순히 상품설계를 불성실하게 해서 타사에 밀리는 것이 아닌 체력이 약해 어쩔 수 없이 경쟁력 약한 상품을 내놓은 것일 공산이 크다. 이에 따라 하나은행이 지난 상흔으로 아직 시달리는 게 아니냐는 논란을 낳을 것으로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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