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 대전, 어떻게 풀까?
은행권의 가장 큰 화두는 은행간 M&A다. 특히 외환은행이 지난 연말 2심에서 '헐값 매각 논란'에 관한 각종 문제를 떨쳐내면서, 과거와 같은 불확실성으로 인한 매각 무산(국민은행이 매각 협상을 거의 완결지었다가 당국 견제로 손을 뗀 바 있음)이라는 암초는 제거됐다고 볼 수 있다. 론스타가 외환은행 매각에 본격적으로 나설 것이란 관측은 이미 지난 여름부터 나오고 있고, 주가 역시 2006년 국민은행과의 협상 당시 수준까지 거의 회복돼 어느 때보다 조건이 무르익은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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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일단 각종 사정으로 인해 KB금융이 외환은행 인수전에서 동력이 떨어질 가능성이 있고, 이 경우 하나금융 중심으로 외환과 우리 등의 매각 협상이 진행될 여지가 없지 않다. 물론 이 경우, M&A 과당경쟁에 따른 값 부풀리기 부작용은 완화될 수 있기는 하다.
◆기업 구조조정 앞두고 신용공여 문제 우려
기업 구조조정이 본격화될 경우 은행권의 지원이 본격적으로 필요할 전망이다. 하지만 현재까지의 여신만 해도 상당한 부담이라는 점에서, 문제 해결이 쉽지만은 않을 전망이다. 특히 은행계는 금년에 수익성은 개선되겠지만 자산건전성은 다소 악화될 것이란 전망도 나돈다.
금융연구원 이병윤 연구위원은 3일 '2010년 국내 은행 경영성과 전망 및 경영 과제'라는 보고서를 냈다. 이 연구보고서에서 이 연구위원은 "국내 은행의 자산은 완만한 성장세를 보이고 수익성은 금리 상승과 경기 회복으로 다소 개선되겠지만 중소기업대출을 중심으로 자산 건전성은 악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현재 기업은 총신용공여가 상당한 데다, 대기업 집단들이 여럿 위기에 처할 경우 이중 상당 부분이 부담으로 전환될 수 있다는 우려가 없지 않다.
2009년 6월 기준으로, 전체 금융권 총여신이 이미 상당한 규모에 이르고 있다. 대출(대출채권·회사채·리스채권)은 물론,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선수급 환급보증(RG)을 포함한 지급보증, 기타여신성채권(미지급금·미수금) 등을 합하면 은행의 전체 여신규모가 이미 상당하다는 것이다.
산업은행이 약 10조원을 넘겼고, 우리은행이 6조원 수준, 신한은행도 금호아시아나그룹의 대우건설 인수금융 대출 4000억원과 대한전선 관련 대출, 대주그룹 산하 대한조선에 대한 RG 1800억원 등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나은행과 KB금융국민은행 등도 대한전선 관련 익스포저를 5000억원 수준으로 안고 있다.
◆은행권 신관치금융시대 논란
앞으로 금융권에 금융당국의 입김이 강해질 것이란 점은 큰 문제점으로 부각되고 있다.
우선 지난해 말, KB금융 회장 내정자가 당국의 압박 조치로 물러났다는 논란이 불거졌다. 황영기 전 지주회장에 이어 강정원 회장 내정자까지 당국의 눈밖에 나 밀려났다는 평가를 얻으면서 KB금융 외에도 각 지주사들이 모두 긴장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사외이사제 등에도 당국 규제가 가해질 전망이다. 이에 따라 은행권이 선제적으로 문제 자체 정화 카드를 들고 나오기도 했다. 3일 은행연합회는 사외이사 제도 개선방안이 담긴 '은행권 모범규준'을 금융위원회에 제출했다는 것이 알려졌다. 모범규준에는 사외이사의 임기는 최초 2년까지는 보장 받지만 연임을 포함해도 최장 5년을 넘지는 못하도록 돼 있다.
또 통상 3년인 은행장 등과 임기와 겹치는 것을 막기 위해 매년 5분의 1의 사외이사가 교체되는 '시차 임기제'를 도입하는 방안도 추진된다. 다른 금융회사의 사외이사 겸직이 제한되는 점도 주요 개선 사항이다. 사외이사는 인센티브등 은행 경영성과에 연계해 보수를 받는 것도 금지된다.
하지만, 이런 자체 해결 움직임에도 불구하고, 금융당국이 원하는 대로 여러 개편이 더 진행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특히 이같은 문제는 우리금융과 외환은행 매각 등의 국면에서 승자 결정 과정에까지 간접적인 연쇄파장을 미칠 수 있는 것이어서 특히 관심을 모으고 있다.
◆출구전략 등도 문제
선진국의 출구전략 시행에 따른 각종 문제 역시 은행권이 부담해야 할 과제다. 또한 채권 투자 과정에서, 유럽의 은행 및 국가 부실 우려도 주의해야 할 장애물로 부각되고 있다.
한편, 인플레이션 문제도 남아 있다. 원자재 가격 상승에 따른 인플레이션 압력, 선진국의 고용 불안 지속 등 대외변수의 부정적 요인이 여전하다는 것도 은행권에 부담이 될 전망이다.
이렇게 금융 시장의 변동성이 여전히 클 것으로 보이는 상황에서 여러 문제를 해결하면서 수익성을 창출할 수 있을지, 2010년 은행계 발전 방안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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