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혜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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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2.29 15:35:20
[프라임경제] 론스타는 금전적 이익, 한국엔 국가 공신력 등의 무형 효과?
2009년을 마감하는 시점에 론스타 외환은행 헐값 매각 논란에 관련자들의 무죄 판결이 나오면서, 이 판결의 반사이익을 누가 볼 것인지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우선 가장 큰 수혜자는 론스타측이 될 전망이다.
◆법적 불안 요인 덜어내고 2010 은행M&A전 '꽃놀이패'로
론스타는 이번 판결로 지난 1심 판결 때와는 강도가 다른 효과를 누릴 전망이다. 마침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인한 세계금융위기 여파가 1심 판결의 효과를 상쇄시켜 버렸기 때문에, 론스타와 외환은행은 내실을 다지면서 1년을 기다려 이번 2심 판결을 얻었다고도 볼 수 있다.
결국 1년새 외환은행은 실적 개선 등 내실 강화에 성공했고, 1년새 국제경제 사정과 우리 한국 경제 흐름도 좋아져 M&A 여건이 한층 무르익었다고 볼 수 있다.
2006년 국민은행과의 매각 협상 무산은 론스타에게는 오히려 이득이 됐다는 풀이다. 이번에 매각하는 경우 이때 팔았을 때보다 더 많은 차익을 거둘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론스타는 이미 2006년 매각협상에서 6조5000억원을 불렀지만, 이번에 경기가 회복되고 또 각 금융기관들이 덩치 키우기에 혈안이 된 사정상 몸값은 적어도 이때와 비슷하게 부를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29일 오후 2시 30분 현재 외환은행 주가가 1만3800원인 것을 감안하면, 2006년 매각 협상 당시의 주가(1만4000원대)와 현재 시장이 생각하는 외환은행 가치는 거의 유사한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2006년 흥정이 무산된 후에도 론스타는 1조8000억원 가량을 배당 등으로 회수해 냈다. 문제는 원점으로 돌아오고, 그간 시간 낭비에 대한 보상은 충분히 얻었음을 알 수 있다.
이는 주가의 10∼20%로 추산되는 경영권 프리미엄이라는 점에서도 크게 작용한다. 결국 론스타로서는 최상의 여건 속에서 성적표를 받아들어 기쁨이 배가된 경우에 비견할 수 있다.
◆한국 M&A 시장, 국제 공신력 높아지면 매력 높아질까?
한편, 론스타 사건에 대한 사정당국의 집요한 공격, 그리고 이를 가능케 했던 국민정서에 대해 법원이 연이어 제동을 걸고 나서면서, 국제신인도 면에서도 한국 M&A 시장에 돈을 투자해도 괜찮을 것이라는 판단을 높일지도 주요 관전 포인트다.
일례로 기술유출에만 혈안이 돼 있다가 결국 쌍용차를 버렸다는 비판을 받은 상하이자동차(중국)조차, 한국 시장의 분위기에 대해 불쾌감을 표하면서 발을 뺀 바 있다. 즉 이런 중국측 억지논리가 일부 외국인들에게는 먹힐 소지가 있을 정도로, 한국 M&A 시장은 매각할 때와 그 뒤가 다른 시장이라는 평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외국 자본에 비우호적인 시장이라는 '공감대'를 깰 수 있는 가시적 지표로 이번 사건의 1,2심 무죄 판결이 기능할 수 있을 전망이다.
아울러 이번 사건이 변양호 전 재정경제부 금융정책국장의 개인적 무죄 명예회복 뿐만 아니라, 관가 주변에 형성되어 있는 보신주의를 해소하는 데에도 어느 정도 긍정적 기능을 기대할 수 있을 전망이다.
1999년 IMF 위기를 초래했다는 점에서 직무유기 논란을 낳았던 강경식 전 부총리가 6년여의 공방전 끝에 2004년 무죄판결을 얻어낸 사건과 함께, 행정관료의 정책적 판단에 대한 사법적 책임 문제에 대한 방패막이 될 만한 사례로 자리매김할 여지가 있다는 것.
◆우리금융 등 대형매각작업에도 긍정적 역할
이런 상황에서 우리금융지주 민영화 역시 외환은행 판결의 수례 범위 내에 있다는 풀이도 나온다. 금융지주회사의 지배주주가 될 주체가 많지 않은 상황에서, 외국 금융회사 내지 사모펀드와의 거래를 사실상 금기시해 온 론스타 공방전이 사실상 매듭 단계로 가게 된 점은 한결 밑그림들의 '경우의 수'를 늘릴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