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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도서]이계안前의원 '누가 칼레의 시민이 될것인가?'

임혜현 기자 | tea@newsprime.co.kr | 2009.12.14 16:35:34
   
 
   
 
[프라임경제] 가난한 집에서 태어나 서울대에 들어간 수재, 국내 굴지의 대기업 사장, 빈 손으로 시작해 샐러리맨 생활만으로 남부럽지 않은 경제사정을 만든 '코리안 드림'의 주인공. 이같이 한국경제 급성장기의 수례를 가장 많이 받은 자수성가형 인물이 있다면 그는 어떤 철학을 갖고 있을까?

흔히 이런 경우 신자유주의를 신봉하고 경제 살리기라는 이슈에 올인하기 쉬우며, 상명하달식 의사결정 체제에 젖어 쌍방향 소통은 어려울 것이라는 오해(?)를 하기 쉽다.

하지만 국내 대기업 중에서도 손꼽는 현대자동차 CEO 출신 정치인인 이계안 전 의원은 다른 이야기를 한다. 한국 사회에 대한 제3의길을 모색한 책을 냈다. 이 전 의원은 최근 한국사회가 직면한 초양극화 현상의 처방과 진단을 담은 책 '누가 칼레의 시민이 될 것인가'를 펴냈다.

광복 후 좌우간 갈등과 한국전 이후 반공주의가 서슬퍼렇게 득세하던 시절, 진보적 정치인이던 이 전 의원의 아버지는 필화 사건으로 오래 고생했고, 그의 아들에게 "정치는 하되 책은 쓰지 말라고 했다"고 전한다.

그런 유훈을 어기면서까지 책을 낸 이유는 무엇일까? 혹자는 선거 때마다 유행처럼 번지는 '출판기념회'에 혐의를 둔다. 세를 과시하고, 출사표를 던지면서 언론의 주목을 받는 기회를 위해 '속성'으로 책을 쓴 게 아니냐는 의심이다. 특히나 이 전 의원이 민주당 내에서 한명숙 전 국무총리 등 유력인사와 어깨를 나란히 하며 차기 서울시장감으로 거론되기 때문에 이런 의심의 눈길이 쏠릴 수 밖에 없기도 하다.

하지만 이번 책은 10대 사교육, 20대 청년실업, 30~40대 내집마련 50~60대 노후 불안 등 한국사회가 가진 문제점들, 즉 필자의 표현에 따르면 '개미지옥'들의 해결책을 제시하려 노력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과거 정치 행보나 이력, 회고담 등을 주로 펴내 선거전에서 '이미지 도구'로 활용하는 게 통례인 정가 주변의 출판 유행과는 좀 동 떨어진 책이다.

특히나 서울시장 혼자서 할 수 없는 문제들도 함께 담론으로 다루고 있어, 단순히 '오세훈 대항마로서의 이계안'을 알리는 용도로는 오히려 별로 도움이 안될 수도 있다.

하지만 이 전 의원의 진단에 따르면, 한국 사회가 진짜 선진국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이제 단순히 국가의 부를 늘리거나 경제성장률을 올리는 것만으로 부족하며 그 대안을 시급히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 전 의원은 서민보다는 부자가, 중소기업보다는 대기업이, 비정규직보다는 정규직이 먼저 나서라고 주문한다. 그렇게 모범을 보이고 자신이 가진 것을 나누어 줘 숨통이 트이고 기본 바탕을 마련하면 자연스럽게 행복 지수를 높일 방안을 본격 논의할 '다음'을 기약하기 쉽다는 지적이다. 이런 선진적인 정신과 문화가 정착되어야 한다고 역설한다.

몇 군데 대목은 다소 진부할 수 있고, 아직 대안 마련이 100% 완벽하지 않다고 느낄 법한 부분도 없지 않다. 특히, 국민참여당이나 민주노동당, 진보신당 등에 가까운 진영의 비판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옛 우리당에서 상대적으로 우측이던 이 전 의원의 정치적 스탠스와 무관치 않다.

하지만 이같은 몇 가지 단점에도 불구하고, 이 전 의원의 책은 지난 번 대선 패배와 총선에서의 박탈감, 이후 정국 주도권을 한나라당에 줄곧 뺏겨온 진보민주계의 무기력한 관성을 딛고 나온 사실상 첫 정책보고서라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같은 현대맨 출신이지만 이명박 대통령과는 경제와 사회에 대한 접근방식이 뿌리부터 다르다는 점을 이 전 의원은 과시한다. 이는 옛 열린우리당 내에서 선명성을 강조하던 진보민주세력과는 잘 어울리지 못했지만, 기본적으로 이명박 대통령과는 더더욱 섞을 수 없는 이 전 의원의 독특한 색깔을 보여준다.

아울러, 책에는 서울 곳곳을 다니며 목격한 경제적 약자들의 고단한 삶도 사실감 있게 녹아들어 더 생동감을 더 한다. 사회안전망도 없이 거리로 내몰린 그들을 위해 우리 사회가 하루 빨리 해법을 고민해 봐야 할 때라는 주장을 펴는 이 전 의원의 책은 그와 그가 막 세운 2.1연구소(2.1은 인구가 현재 상태로 지속될 수 있는 출산율이다. 하지만 현재 출산율은 이에 못 미치며, 이 전 의원은 그 원인으로 행복하지 않은 사회, 아이를 키우기 어려운 사회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가 나아갈 바를 분명히 보여준다.

위즈덤하우스 발행, 정가 1만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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