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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권, 광고 아이디어도 백가쟁명(百家爭鳴)

경기회복 앞두고 소비자고민 풀어주겠다 유혹 전략 치열

임혜현 기자 | tea@newsprime.co.kr | 2009.12.11 11:45:40
[프라임경제] 금융위기가 어느 정도 급한 불은 정리되는 분위기인 가운데, 한국은행이 현재 묶여있는 기준금리를 내년경 인상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등 금융환경이 급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에 따라 금융기관들의 각종 상품 출시와 고객 유치전은 이미 본격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

금융기관들의 이같은 전쟁은 광고 마케팅으로 나타난다. 경쟁업체보다 더 깊이 소비자들의 뇌리에 상품 혹은 기업 이미지를 각인시켜마지막 순간에 '간택'을 받을 확률을 높이려는 것이다.

◆소비자 고민을 지워드리는 지우개-신한금융지주

신한금융지주의 광고 전략은 폭넓은 연령대를 동시에 커버할 수 있는 이슈를 선점하는 데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신한금융지주는 각종 사회 현상과 인기인들을 적절히 활용하고 있다.

일례로, 카드는 소비층이 넓어 마케팅을 펴기가 쉽지 않은 영역이다. 또 보통 권유에 의해 수동적, 소극적으로 가입 신청을 하는 상품 특성 때문에 광고 역시 발달에 특이점이 있다.
   
   
금년 10월부터 신한금융지주가 새로 선보인 신한카드 광고는 소녀시대를 모델로 채택했다. 청소년층과 직장 초년생에 해당하는 소비 파워가 약한 층은 물론 이른바 30 중반~40대 이후층에까지 소녀시대 팬덤이 퍼져 있음을 활용한 셈. 조카같기도 혹은 애인같기도 한 아리송한 이들 '삼촌팬들'의 소녀시대 소비심리에 대해 정신병 연구계에서는 "이러면 어쩐지 죄가 될 것 같지만 그러면서도 즐기는" 이른바 길티 플레져(Guilty Pleasure)로 해석하기도 한다. 이런 죄지은 듯한 팬덤을 아예 소비심리로 양성화한 광고로 볼 수 있어 상도의 논란은 있을 수 있겠으나, 실질적으로 카드업계 1위 자리를 유지하는 데에는 적절한 효과를 거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지주 본사, 즉 그룹광고는 '지우개'를 자임하고 있다. 복잡하고 어려워져만 가는 금융공학의 개가에 따라 상품들은 점차 고르기 힘들어지고, 형편은 팍팍해져 소비자들의 금융자산 관리 고민은 높아질 수 밖에 없다.

이같은 '금융소비자들의 고민'을 '신한이 지워드립니다'라는 컨셉트의 광고로 은행, 증권, 카드 등 계열사를 한꺼번에 광고하는 이미지 광고전략을 펼치고 있다. 고민이 깊어진다는 기사를 신한 지우개가 지우고 있는 그림을 사용했다.

한편, 이 광고는 광고이미지를 위해 기사 양식으로 지은 글이 아니고, 실제로 모 매체에 게재된 금융고민 분석기사를 차용한 것이기도 해 눈길을 끌고 있다.
   
   
◆하나은행, 돈 안들고 친숙함 강조

한편, 이처럼 화려한 신한측과 달리 경쟁업체 하나은행은 홍보전략에 큰 돈을 들이지 않는 데 남다른 관심을 가진 것으로 분석된다.

   
   
하나은행은 '369 정기예금'을 출시, 히트상품으로 일궈냈다. 이 예금은 금리 변동기에 정기예금 고객들이 3,6,9개월을 기점으로 중간이탈을 하더라도 고금리를 보장하고 고객을 내보내도록 해 가입을 망설이는 부동층까지 흡수하는 효과를 거뒀다.

2조원대 유치고를 기록하는 상품이지만 광고에는 크게 예산을 쓰지 않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우선 라디오 광고의 경우, 대부분의 성인들이 학창시절 배운 김소월의 '진달래꽃'을 차용해 여자 성우가 "말없이 고이 보내드리오리다…고금리 고이 받아 가시옵소서"라고 이야기한다.

친숙한 시를 통해 '후킹(Hooking) 효과'(귀, 즉 주의집중을 낚아채는 문구를 반복해 효과를 내는 전략. 후크송으로는 감탄사 gee를 반복하는 소녀시대 Gee가 있다)를 노리고 있다. 한편 이 시는 친숙한 시면서도 이미 시인이 작고한지 50년이 지나 고액의 저작권료 사용 걱정도 없다.

한편, 하나은행은 여름이면 이동차량을 이용해 해수욕장 간이 은행점포 서비스를 통해 고객들에게 눈도장을 찍고 있다. 이때에도 다른 은행들과 달리 해수욕장 인근 상가번영회 등에서 자릿세를 요구하지 않는 지역으로만 찾아다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보험계, 2010년부터 광고 차별화 임박

보험계는 '공포'를 파는 시장이기 때문에 자극적인 공세와 설명의무 충족을 위한 읽어주기식 광고가 주요 패턴으로 돼 있다.

다만, 그 전에도 선정적이긴 하되 재미있는 방식이 없지 않았다. 일례로 몇해 전 흥국생명은 '호로자식'이라는 단어를 사용한 언어유희로 광고를 시도했다. 호로(好老)보험을 광고하면서 발음이 같은 단어로 귀에 꽂히는 효과를 노린 것. 아울러 마치 (자식이) 이것을 (부모를 위해) 들어주지 않으면 호로자식인 듯한 느낌마저 은연중 풍겼다는 해석이다.

삼성생명은 '보장자산'이라는 개념을 내세워 공포심리를 자극했다. 보장자산이 무엇인가에 대한 궁금증을 내 보장자산은 얼마나 될까로 효율적으로 연관고민으로 증폭시켰다는 평과 함께 실제로도 상당한 매출을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11일 현재 업계에 따르면 보험 광고에 자극적이고 공포감을 주는 천둥소리 등을 2010년부터는 사용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이에 따라 보다 많은 아이디어 전략이 쏟아질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일위야, 고객은 귀신? 이색 광고 내놓는 키움증권

말을 달리게 하는 '이랴'와 발음이 비슷한 '일위야'를 사용한 키움증권 광고는 각인 효과가 높다는 평이다. "고객은 귀신같이 좋은 증권사를 알아본다"는 주장을 펴는 CF도 키움증권이 내놓은 작품. 이 회사 CF 전략에 대해서 일부 역사가 오랜 증권사 근무자들은 "고상하지는 않다"고 평가하는 등 호불호가 극명히 갈리고 있다.

◆문화재도 우리 광고 도구일뿐? 현대카드의 망극한 상상력
   
   
카드계의 이단아로 평가받으면서 급성장해온 현대카드가 또 한 번 사고를 냈다. 현대카드와 서울시가 대부분의 예산을 대는 스노우보드 시티점프 대회의 도약대를 궁궐의 정문인 '광화문'에 세운 '망극한' 일을 벌인 것. 광화문 복원 장소 앞부터 광화문광장까지 길게 늘어선 도약대가 대회 중 설치된다. 대회 내내 협찬사 현대카드가 주목을 끌 가능성, 이른바 노이즈 마케팅에 확실한 효과가 예상되고 있다. 실제로 현대카드는 보도자료와 사진을 뿌렸는데, 이를 보면 현대카드 로고가 광화문 위를 내내 날아다니는 상상으로 이번 일을 기획했음을 굳이 숨기지 않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상상력 한계 어디까지일지 눈길

이와 같이 각종 아이디어가 백출하고 있는 가운데, 금융기관들의 상상력의 한계는 어디까지일지도 호기심을 자극하고 있다. 다만 금융기관들은 '우리은행 펀드부실 판매 배상 논란' 등 사례에서 보듯 화려하기만 한 광고나 홍보, 설명 등으로 소비자들을 유혹만 할 권리가 있는 게 아니라 소비자들을 보호할 의무가 있다는 점에서, 도를 지나치지 않을 자율규제 여부에도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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