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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삼성때문에 더 힘든 대한생명 상장

예보 소송·손실금 처리하니 '암벽' 삼성생명 마주쳐

임혜현 기자 | tea@newsprime.co.kr | 2009.12.09 07:29:39

[프라임경제] 한화그룹이 대한생명 상장을 놓고 고민에 빠진 모양새다. 삼성생명 조기상장이라는 예상외의 변수에 직면한 한화그룹이 다른 계열사 기업공개나 인수합병(M&A)을 늦추고 대한생명의 상장을 가급적 앞당기는 데 전력을 기울일 것으로 알려졌다.

한화그룹은 대한생명 IPO를 최대한 앞당긴다는 계획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내년 1월~2월 상장예비심사를 마치고 4월이라도 상장을 결행하겠다는 급박한 분위기라는 소리도 나온다.

당초 예정했던 일정은 내년 5~6월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조급증이 발동했다는 우려가 지나치지 않아 보인다.

한화그룹은 신동아그룹이 부실화되면서, 운좋게 헐값 논란까지 빚으면서 대한생명을 인수하는 데 성공했다.

단순히 국내 최초의 보험사를 인수한다는 상징성 외에도 추후에 상장을 통해 막대한 차익을 노릴 수 있다는 점에서도 이는 분명 한화그룹과 김승연 일가에 행운으로 받아들여졌다.

하지만 상장 추진 과정에서 여러 복병을 처리하면서 체력을 지나치게 소모해, 과연 제대로 매듭을 짓고 평가차익을 누릴 수 있을지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대우조선해양 M&A 실패까지 겹쳐, 금년은 이래저래 한화그룹에게는 최악의 한 해가 될 전망이다.

◆대한생명 상장 걸림돌 제거 성공

오랜 영업력과 뛰어난 브랜드 인지도를 바탕으로 생명보험업계 2위 회사로 평가받는 대한생명. 대한생명은 2008년말 현재 대한생명의 총자산, 보유 보험계약 규모는 각각 52조원, 251조원을 기록하고 있다. 지급여력비율은 207.1%, 후순위차입이 없는 등 우수한 수준의 지급여력을 유지하고 있다.

   
   
생보사 상장의 법적 논란에 대한 정리가 끝난 이후에도 대한생명은 상장 준비 본격화까지 가슴앓이를 해 왔다. 대한생명이 그간 상장하는 데 걸림돌이 될 것으로 전망됐던 요인들은 크게 두 가지. 신동아그룹 시절 안은 누적 결손금과 예금보험공사와의 소송 문제였다.

하지만 누적 결손금은 모두 털어냈고, 2008년에는 예보와의 콜옵션 행사 문제를 국제상사중재위원회에서 매듭짓는 데 성공했다.

예보와의 법적 분쟁에서 승리함으로써 한화그룹은 대한생명에 대한 지분 증대의 효과를 누리게 됐다. 이때 당시 주당 2275원에 콜옵션을 행사하게 되면 한화그룹의 대한생명 지분은 현재의 51%에서 67%로 높아진다는 계산이 각언론에 보도된 바 있다.

이로써, 한화그룹은 대한생명에 대한 온전한 경영권 행사가 가능해졌다. 정관 등 중요 의사결정의 경우 지분의 3분의2 이상 찬성이 필요했는데 이를 충족, 명실상부한 한화군단의 일원이 된 셈이다.

특히, 내년에 실사를 마치고 공모를 하게 되면, 대한생명은, 신주모집과 구주매출을 병행하는 방식으로 공모 규모가 2조원에 이르는 신데렐라로 떠오를 전망이다. 삼성생명이 공모가격이 100만원에 형성될 경우 (신주모집을 배제하고 보수적으로 계산해도) 공모규모는 4조원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는 것과 비교하면 작은 듯 보이지만 상당한 효자 종목으로 한화그룹 내의 위치를 더 굳건히 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화, 차익 위해 각종 논란에 사회적 비난 감수

이처럼 달콤한 과실을 꿈꾸며 한화그룹은 상당한 사회적 논란의 중심에 서는 것도 불사해 왔다.

한화그룹은 2003년 2월 시민단체로부터 고발을 당하면서 형사소송에 휘말렸다. 대한생명 인수를 위한 속칭 '화장발' 노력이 참여연대의 눈에 띈 것.

참여연대는 한화그룹 차원에서 분식회계를 공모해 3개의 계열사가 서로 주식을 순환매입하면서 외부평가기관에 의한 공정가액이 아닌 장부가액에 의해 일명 '부(負)의 영업권'을 과다 산정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아울러, 이익 조작을 위해 부의 영업권을 일시에 장부에 반영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즉, 한화와 한화석유화학 한화유통 등 3개사가 1999년 말과 2000년 말 주식을 서로 싼값에 사고 판 뒤 순자산에 대한 시가와 장부가의 차액으로 생긴 부의 영업권을 한꺼번에 이익으로 계상했고 이것은 부의 영업권이 현행 회계법규상 '20년 한도 내에서 합리적인 기간'을 정해 매년 이익을 나눠 장부에 반영토록 돼 있는 점을 어겼다는 지적이다. 이로부터 2년 반 동안 이른바 부의 영업권 문제(분식회계 논란)은 한화그룹을 끈질기게 괴롭혔다.

좀 더 시계를 앞으로 돌려보면, 한화그룹은 호주의 매쿼리생명 등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2002년 12월 대한생명의 지분 51%를 8236억원에 인수했다. 이후 한화측은 이듬해 12월 매쿼리생명의 대한생명 지분 3.5%를 565억원에 재매입했다. 보험사가 참여해야 한다는 입찰규정에 맞추기 위해 한화그룹이 매쿼리측을 세우고, 대신 이면거래를 보장한 게 아니냐는 설이 나돌았다. 상도의 논란까지 불거졌던 셈이다.

◆길 닦아놓으니 문둥이 지나간다?

이렇게 한화그룹은 온갖 상황을 정리하면서 간난신고 끝에 대한생명 상장을 위한 도로를 닦아 왔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 길을 닦은 직후, 속담처럼 문둥이가 먼저 지나가는 것 같은 곤란한 지경이 발생했다. 여기서 속담 속 문둥이로 비견할 수 있는 골칫거리는 삼성.

삼성생명 상장 카드가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부상하면서, 한화그룹으로서는 삼성그룹의 움직임 때문에 상당한 부담을 안게 됐고, 결국 최근의 '화력 집중을 통한 조기 상장 처리'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보인다.

대한생명의 상장 일정을 늦추기엔, 최고의 생명보험주로 꼽히는 삼성생명쪽으로 세인들의 러브콜 자금이 모두 쏠리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부담스러울 수 밖에 없다. 어차피 시장에 쏠리는 자금력이란 한정된 것인데, 정면 충돌이 두렵다고 피하면 자칫 파이 자체를 모두 삼성측이 블랙홀처럼 빨아들인 다음 진입할 수 있다는 것이다. 더욱이 한화그룹으로서는 외국계 증권사 한 곳이 자신들의 기업 공개 업무를 포기하고 삼성측에 러브콜을 보내는 굴욕까지 당했다. 결국 이같은 모든 우려는 기우만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결국 삼성생명과 관계없이 최대한 빨리 진행한다는 결론에 이르렀다는 해석이 가능해지는 부분이다.

삼성과 이건희 일가의 삼성생명 사랑과, 한화와 김승연 일가의 대한생명 사랑은 닮아 보인다는 평이 많다. 상장을 통한 차익 향유라는 틀에서는 거의 유사한 것. 하지만 삼성이 달콤한 과실을 많이 딸 수록 한화는 그만큼 손실을 볼 수 밖에 없다는 점에서, 이번 한화의 대한생명 상장 전력질주 조짐은 기업계의 비정함을 새삼 되새기게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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