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린트
  • 메일
  • 스크랩
  • 글자크기
  • 크게
  • 작게

'낙하산 감사' 수술나선 금감원,눈가리고 아웅?

'관리대책' 곳곳에 구멍…감사보다 높은자리 모시기 우려도

임혜현 기자 | tea@newsprime.co.kr | 2009.11.18 10:45:04

   
   
[프라임경제] 은행이나 보험사 등 금융기관 감사를 공모방식으로 선임하는 방안이 도입된다.

금융감독원은 앞으로 금융기관이 감사를 선임할 때 공모절차를 거치도록 권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감사 선임이 대체로 주주총회 때 이뤄지는 점을 감안하면, 실제 공모제 효과는 내년 3월 이후 나타날 것으로 업계 내외에서는 보고 있다.

이어 금감원은 금융회사에 들어간 전직 금감원 간부의 명단을 작성해 재취업자가 금감원에 영향력을 행사하는지 집중 감찰하기로 했다. 금감원 김장호 총무국장은 이 어젠다 발표에 덧붙여 "최근 2년 내 금감원 출신 감사와 같은 부서에서 근무한 적이 있는 직원을 해당 감사가 있는 회사에 대한 검사 업무에서 제외해 유착 의혹이 일지 않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설명, 금감원의 강력한 의지를 시사하기도 했다.

◆'전관'이 '방패'로 변신, 감사 업무에 특히 문제많다 주목

이번 공모절차 권고와 명단 작성 관리, 검사 업무 회피를 통한 접촉 기회 차단 등은 금감원이 각종 지적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음을 방증하는 것으로 눈길을 끈다. 금융권에서는 주로 금융감독원이 추천하는 인물 가운데 감사를 낙점하는 관례가 있어 왔는데, 이에 대해 '낙하산 논란'도 끊이지 않고 있다.

이는 감사가 갖는 업무 특성상 금감원에 카운터 파트가 되는 경우가 많은데, 금융기관으로서는 이런 자리에 금감원 출신이 근무하는 경우 업무 협력의 원활성을 기대할 여지가 있다. 하지만 이것이 지나치면 이른바 전관 예우 논란, 즉 해당기관 감사와 감독 당국의 유착이 논란거리가 될 수 있고, 금감원의 이번 조치는 이를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감사자리만 문제가 아닌데?

하지만 이번 감사 공모제나 전직 금감원 직원 명단 관리제, 업무 제외 제도 등이 완벽한 것은 아니다.

이미 공직자윤리법에서 금감원 간부들은 직무 연관 회사에 취업을 제한받으나 이를 '경력 세탁'으로 회피하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이번 제도들 역시 '경력 세탁' 같은 방어대책이 마련, 형해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는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이다.

예컨대 공모제의 경우, 담당 직무를 아는 인력군이 제한돼 사실상 대동소이한 인력풀을 놓고 그 중의 한 명을 뽑을 수 밖에 없어 금감원 출신이 배제된다고 보기 어려운 한계가 있다. 오히려 공모로 인한 선출이 되기 때문에 전관 예우 논란이 불거져도 책임 소재가 전부 금융기관으로 돌아가 금감원으로서는 이미지 관리에 더 유리한 묘수일 수 있다.

명단 관리제 역시 공직자윤리법상 제한을 피해가는 데 대한 제한을 사실상 하지 않는 상황에서 실효성 논란을 불러올 수 있다.

금감원 출신들은 퇴직 전 인력개발실이나 지방 사무소 등으로 나가 근무하는 형태로 이런 제한을 피해가고 있고 금감원도 사실상 이를 모른 척 하고 있는 비판이 일고 있다. 퇴직 후 곧바로 금융회사 감사로 가는 인원도 2004년 12명에서 금년 9월 기준 23명으로 늘었음은 금감원이 관리 의지가 사실상 없음을 방증하는 것으로 읽힌다.

민주당 김재균 의원 등 국회의원 10명이 최근 발의한 공직자윤리법 개정안(고위 공직자들이 퇴직 전 5년간 업무 관련성이 있었던 기업에는 취업을 할 수 없도록 하는 안)이 통과되듯 명단 관리제 역시 강하게 적용되지 않으면 탁상 공론일 수 있다는 지적이다.

◆감사 아닌 다른 자리 모시기 열풍 불 수도

더욱이 전직 금감원 직원이 감사로 있는 경우에 대한 유착 방지 노력도 사실상 외화내빈 정책이라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는 우려를 사고 있다.

감사뿐만 아니라 사외이사 등 다른 자리로 가는 금감원 직원도 많은 상황이고, 이들과의 (음성적인) 접촉까지 모두 방지할 정도로 제도가 정교하지 않으면 실효성이 없을 수 있기 때문.

더욱이, 금감원 출신 중에서도 고위층은 지금도 감사로 가기 보다는 다른 자리로 가는 경우가 많고, 영향력이 더 막강할 수 있는 이들이 다른 금융기관 고위직에서 금감원의 과거 부하 직원이나 동료들에게 압력성 청탁을 하는 '공중 지원'을 하는 경우에 금융기관 감사와 금감원의 접촉에 관리 초점을 두는 게 과연 실질적 대책이 되겠느냐는 논란도 유효하다.

실제로 SC제일은행의 경우 금감원 부원장보를 지낸 오갑수 씨가 부회장으로 있고, 역시 같은 부원장보 출신인 김대평 씨는 농협중앙회 이사로 영입된 바 있다.

하나금융지주의 경우도 금감원 출신 전관을 고위층으로 모셔다 놓은 케이스. 하나UBS자산운용 박윤호 부사장은 금감원 감독총괄국장을 지냈다. 하나IB증권 상근감사위원을 역임하는 등 하나금융지주와 인연이 깊다.

우리금융그룹의 경우도 고위층에 '전관'이 있어 이번 우리은행 기관경고 건에서 눈길을 끌었던 경우다. 금감원 법무실 출신인 이영호 사외이사가 있기 때문.

우리은행은 우선 삼성 비자금 사건으로 기관경고를 받은 전력이 있고, 금년 초에는 지난해 펀드판매열풍 속에서 이뤄진 이른바 '불완전 판매' 논란으로 기관경고가 내려졌다(우리파워인컴펀드 불완전판매 사건). 최근 황영기 전 우리은행장 관련 파생상품 손실 건까지 기관경고로 확정되면, 3년 이내에 기관경고를 3번 이상 받은 금융회사가 되고,  '영업 일부정지 조치' 등을 당할 수 있었던 것.

하지만 영업정지를 할 수 있다는 것은 재량 규정이지, 반드시 해야 한다는 의무 규정은 아니라는 부분이 우리금융과 우리은행에 숨통을 틔워줬다.

물론, 외부에서 영향력 있는 인사들을 영입해 든든한 방패막이로 삼고 있다고 해서 징계 문제가 수월하게 풀리는 것은 아니지만, 금감원의 입김이 막강한 징계 결정 국면과 이 이사의 관계가 주목을 끌 수 밖에 없었다.

◆2% 부족, 추가 대책 절실

결국 금감원의 이번 감사 관련 잡음 방지 대책은 진지한 고민 의식과 순수성에 대해서는 높은 평가를 하더라도, 아랫돌을 빼 윗돌을 괴는 선에 머물 수 있는 대책이라는 점에서 아쉬움을 남기고 있다. 금감원이 피감독기관들과의 유착 고리를 끊기 위한 노력을 보다 넓고 깊게 전방위로 펼쳐나갈지 혹은 일회성 전시행정으로 끝날지 귀추가 주목된다.

  • 이 기사를 공유해보세요  
  •  
  •  
  •    
맨 위로

ⓒ 프라임경제(http://www.newsprime.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