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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력·제도 한계 무시한 서울시 '전시 행정' 우려

공공관리자제도 등 무리수…복지 예산 증액 선심행정 논란도

임혜현 기자 | tea@newsprime.co.kr | 2009.11.13 11:30:58

   
   
[프라임경제] 서울시의 행정 체계에서 각종 실험적 조치가 연이어 등장하고 있다. 하지만 제도적 보완없이 아이디어를 무리하게 추진하거나, 추진 과정에서 다른 문제를 감안하지 않고 졸속 시행에 들어가 빈축을 사는 사례가 여럿 발견되고 있다. 서울시가 과시용(보여주기) 행정에 우선 순위를 두는 게 아니냐는 우려와 함께, 내년으로 바짝 다가온 지방자치단체장 선거를 의식한 치적쌓기 행보가 아니냐는 해석도 따라 논란이 예상된다.

◆에너지절약정책 서울시, 속 빈 강정?

대대적인 에너지 절약정책을 다각도로 서울시와 자치구가 오히려 공염불에 머문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시의회 허준혁 의원은 시 맑은환경본부에서 제출한 자료를 분석한 결과 서울시청의 총 에너지사용량이 2006년 대비 6.9%나 증가했다고 11일 밝혔다.

서울시청 에너지사용량 기준은 서소문별관에서 사용한 연료와 전기 등 에너지사용 합계 기준으로, 2006년 1604.1TOE에서 2007년 1662.4TOE로, 지난해에는 1714.2TOE로 꾸준한 증가세를 보였다.

자치구 역시 구 청사에서 사용한 에너지 총량이 4.6% 늘었다. 특히 연료 사용량이 평균 13.3% 줄었는데도 전기사용량은 9.6% 늘었다. 최근 2년간 사용량으로 따지면 청사를 새로 지은 자치구들을 중심으로 사용량이 늘었다는 게 허 의원의 지적이다.

서울시는 2006년 친환경에너지선언을 하며 2020년까지 총 에너지사용량을 15% 온실가스 배출량을 25%로 줄이겠다고 공언했다. 더욱이, 지난 10월 29일에는 서울시 도시기반시설본부가 '2009년도 신재생에너지 대상'에서 대통령 표창의 영예를 안기도 했다. 그러나 이같은 외형적 노력에도 불구, 막상 에너지 대책에 큰 소득은 없는 것으로 나타나자 속 빈 강정이라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공공관리자제도, 취지좋지만…졸속으로 지르고 나갔다 우려 높아

서울시가 그간 부패의 온상으로 지목받아온 재개발·재건축 제도에 메스를 대고 나서 주목된다. 그러나 이 역시 여러 문제점을 안고 있다는 지적이다.

서울시는 지난 7월, 정비업체와 시공사 위주로 진행되어 온 재개발·재건축 제도를 대대적으로 수술하기 위해 '공공관리자 제도'를 도입했다.

공공관리자 제도는 구청장이 정비업체를 직접 선정하고 조합설립추진위 구성과 승인 과정을 관리하는 제도다. 공공 개입을 통해 정비사업의 투명성을 높이고, 사업기간 단축을 통해 공사비 절감 효과 및 분양가 하락으로 이어지는 효과가 예상된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특히 정부와 시민·사회가 함께 협력해 일을 풀어가는 '거버넌스' 모델로도 받아들여지면서 관심을 모으고 있다.

하지만, 국토해양부는 서울시가 제시한 도시개발정비법에 공공관리자 제도를 도입하는 문제에 난색을 표한 바 있다. 결국 지난 여름 논의가 본격화되고 성동구 등에서 실제 행정 사례가 나오면서도, 제도적 뒷받침없이 먼저 일을 벌였다는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여지가 있다.  

재개발 조합설립추진위 구성 과정부터 금품이 오가는 등 재개발과 재건축 전반에서 뒷거래가 횡행하고, 각종 사공사와의 문제점 등 해결해야 하는 부분이 많은 것도 사실이지만, 서울시가 개입 근거없이 나선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더욱이, 각 자치구에서 이같은 대형 사업을 주도적으로 이끌 여력이 있는지에 대해서도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행정인력이 많지 않고 그나마 현업으로 시달려 일손이 부족한 상황에 공공관리자 제도의 도입은 구청의 업무 과부하를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시공사와 조합 등이 과거 부패의 주축이었다면 이 문제가 고스란히 관청 주변으로 옮겨가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높다.

◆복지 예산 늘린다고? 좋은 게 좋은 갈라먹기식 선심행정 될라

한편, 최근 발표된 서울시 예산 편성 역시, 실효성에 대한 의문과 함께 선심 행정으로 흐르는 게 아니냐는 우려를 낳고 있다.

서울시는 일반회계 15조4500억원, 특별회계 5조8353억원 등 총 21조2853억원 규모의 '2010년 예산안'을 확정해 시의회에 승인을 요청했다고 10일 발표했다. 이는 올해 예산(21조369억원)보다 2484억원(1.2%) 증가한 수준이다.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복지 예산 항목의 급증. 시는 사회복지예산으로 총 사업비(인건비 등을 제한 금액·16조 6098억원)의 24.6%인 4조859억원을 배정했다. 이는 올해보다 9.3%(3479억원) 급등한 것이다.

문제는, 서울시 산하 각 자치구가 복지 예산 부정 수급 문제로 곤욕을 치른 지 얼마 안 됐다는 운용능력상의 우려가 있고, 각종 규제, 단속 등의 '침해 행정'이 아닌 복지 예산 같은 '수익적 행정'에 대해서는 규제와 감시의 눈초리가 상대적으로 느슨하기 때문에 선심성으로 흐를 수 있다는 것이다. 선거가 가까워오는 상황에서 오비이락 논란을 낳을 수 있는 대목이다. 우리은행을 통해 발매 중인 희망 플러스 통장 등 여러 금융지원 제도 역시 수익을 나눠주고 저소득 시민의 자립을 돕는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이나, 현직 시장에 대한 반사적 이미지 상승 문제를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사회복지 부문에 이어 일자리 창출 및 중소상공인 지원에 3480억원 등이 배정된 점도 논란거리다. 세부적으로 보면, 취약계층을 위한 일자리 창출 지원 예산은 3905억원대. 올해 해당 지출의 배를 증액하려는 게 서울시 구상이라는 풀이다.

이는 서울시가 청년실업대책(2212명), 공공근로사업(7000명), 사회적 기업 발굴 육성(250개 기업), 희망근로 프로젝트(2만725명), 공공기관 인턴제 운영(1000명) 등을 통해 모두 16만5000여 개의 일자리를 만들어 낼 계획을 야심차게 추진하는 것과 무관치 않다.

그러나, 서울시는 최근까지도 일자리 대책에서 졸속과 부패 행정집행의 모습을 보여줬다. 금년도 서울시를 대상으로 한 국정감사에서 국회의원들은 일부 소득수준이 높은 서울시 자치구에서 희망근로 사업에 13억원대의 재산가가 참여한 사례 등 예산 낭비 사례를 발견, 질타했다. 더욱이, 서울과 경기 지역 공무원 가족 492명이 희망근로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사실이 밝혀지는 등 희망근로사업이 변질되고 있는 사례로도 도마에 오르기도 했다.

◆창의시정으로 시민에게 물벼락?

서울시가 창의시정 사례로 야심차게 반포대교에 설치한 새로운 개념의 분수, 일명 '낙하분수'가 민원거리가 된 것은 오세훈 서울시장이 회심의 카드로 꺼낸 창의시정 프로젝트가 탁상공론 내지 그들만의 리그로 전락할 가능성이 항상 있음을 방증하는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여러 아이디어를 낸 공무원들이 포상승진까지 했는데, 결과가 막상 시민들 반응과는 괴리되고 있는 것.

서울시는 반포대교 570m 구간 양측에 380개의 노즐을 설치해 수중펌프로 끌어올린 한강물을 1분당 190t씩 내뿜어 초대형 분수를 만들었다. 그러나 이 물줄기가 바람에 쏠려 잠수교 위로 떨어지는 경우가 비일비재해, 잠수교를 통해 오가는 보행자와 자전거 이용자들은 물벼락을 피할 수 없다는 민원이 쏟아졌다.

이렇게 서울시의 각종 행정이 '복지부동'의 틀을 깨고 창의적이고 신선하게 움직이는 것은 주목할 만 하다. 그러나 실적 과시 위주로 흐르거나, 각종 탁상공론으로 오히려 또다른 문제를 낳는 등으로 흐르고 있는 상황, 더욱이 선심성 예산 편성 우려로 결국 시민 부담이 커지게 될 것이라는 우려는 서울시의 또다른 숙제가 되고 있다.

 

[바로 잡습니다]

위 보도와 관련해 본지 확인 결과, 서울시 청사(본관, 서소문별관, 을지로별관, 남산별관)의 에너지 사용량은 2006년도 2,374 Toe, 2007년도 2,355 Toe, 2008년도 2,326 Toe로 지난 3년간 에너지 총사용량이 감소 추세에 있는 것으로 나타나 이를 바로 잡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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