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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C&C 상장…백년대계? 자중지란?

실탄마련 등 긍정적 효과…사촌간 분가 촉진 우려도

임혜현 기자 | tea@newsprime.co.kr | 2009.11.10 11:47:23

   
   
[프라임경제] SKC&C가 11일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해 주식 거래를 시작하면서 세인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이 회사는 컴퓨터 시스템 구축 및 통합 자문 서비스업체(이른바 SI)로,SK㈜ 지분 33.7%를 보유하고 있다. 그룹의 실질적인 지주회사로 꼽히기에 손색이 없는 것.

◆순환출자 구조 끊는 역할 '의의깊어'

이번 상장으로 SK그룹은 순환출자의 고리를 끊게 된다. 지주회사 체제가 순환출자 방식보다 경영권 방어 등에서 유리하다는 일반적 논의를 생각하면, 과거 소버린 경영권 공격 등으로 절벽에 내몰렸던 최태원 SK그룹 회장으로서는 감회가 새로울 수 밖에 없어 보인다.

SKC&C의 주권 시초가는 상장일 오전 8~9시에 공모가격(3만원)의 90~200%사이에서 호가를 접수, 매도호가와 매수호가가 합치되는 가격으로 결정된다.

이 시초가를 기준으로 상하 15%의 가격제한폭이 적용된다. 대체로 시장에서는 SK그룹이 지주회사격인 SKC&C를 상장하면서 SK텔레콤과 SK네트웍스가 보유한 SKC&C 지분 30%(1500만주)와 15%(750만주) 전량을 매각해 순환출자 고리를 끊을 것으로 예상해 왔다. 물론 이번에는 두 회사가 각각 SKC&C 보유 지분의 3분의 2 수준인 20%(1000만주)와 10%(500만주)만 매각할 것으로 알려지는 했다.

향후 지분을 정리를 더 할지에 대해서는 좀 더 논의가 되어야겠으나 긍정적 진행이 이뤄질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더욱이 이번 상장은 그룹 오너와 일가측에 상당한 이익을 안겨줄 소재로 보인다. 상장 후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44.5%를 포함한 최대주주측 지분 64%는 6개월 동안,우리사주조합 지분 7.2%는 1년간 보호예수조항에 묶여 매각이 금지되는 등 기초적인 제약은 있다. 하지만 이번 상장 이후 주식 가격의 변동에 따라 6개월 후부터 최대주주측이 지분을 팔아 상당한 수익을 거둘 것이라는 점에는 대체로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심지어 지난해 추진되던 SKC&C의 상장 문제를 뒤로 미뤘던 것도, 경제 위기 국면에서의 기업 운명을 결정지을 사안을 판단하기엔 시기가 좋지 못하다는 점 외에도 최태원 일가의 이익이라는 현실적 이유 또한 고려됐다는 풀이가 나돌기도 했다.

◆SK텔레콤 등 실탄 마련으로 긍정적 효과 상승

이번 SKC&C 상장은 기업 전반에 활기를 돌게 할 뉴스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SK텔레콤은 최근 중국과 미국에 투자했던 지분을 매각한 바 있는데, 여기에 SKC&C 지분 매각까지 이어져 엄청난 현금 유입이 예상됩니다. 일부에서는 1조5000억원대는 확실히 넘을 것으로 전망한다.

이 자금은 SK네트웍스 전용회선 인수 자금, 즉 사업의 향후 인프라 마련비용격으로 쓰이는 등 SK텔레콤에게는 '호랑이에게 날개를 단 격'이 될 전망이다. SK텔레콤으로서는 이 문제를 해결하고 하나금융지주와의 하나카드 지분 참여 문제를 매듭짓는다면 이미 레드오션으로 변한 이동통신시장에 새 피를 공급받는 효과를 누릴 수 있어 내년도에 독보적 성장의 동력이 될 수도 있을 전망이다.

SK네트웍스 역시 SKC&C 지분 매각으로 부채를 상환하고도 현금 자산을 충분히 확보하게 될 전망이다.

◆부정적 효과 만만찮아

하지만 이같은 긍정적 효과만 있는 건 아니다.

우선 SK그룹이 SKC&C를 상당하면서 '지주사 중복 문제'가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그간 표면상 지주사역을 해온 SK와 사실상 지주인 SKC&C간 위상 문제가 지주사 중복 논란으로 표출되는 것이다. 시장에서는 그룹내 지배구조 중요성이나 성장가능성 면에서 SK 못지 않게 SKC&C를 높이 평가하고 있다. 그러므로, 일부에서 나오는 SK와 SKC&C의 합병 추진 가능성 역시, SK보다 SKC&C측에 유리하게 진행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결국 SKC&C의 부상은 SK에게는 '수급 분산'이라는 악재가 된다.

물론 애널리스트들 중에는 이미 예상된 악재라는 점을 들어 부정적 효과가 제한적일 것으로도 보는 시각이 유력하게 존재한다. 그러나 근래에 SK의 주가가 연일 하락세를 나타내고 있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SK주가가 지난 9월 11만원대였지만 11월 현재 9만원 초반대가 된 것이다.

이처럼 지주사 문제가 부각되고 있는 가운데 SK의 공매도 가능성이 제기되는 등 주가의 추가하락이 일어날 가능성은 얼마든지 남아 있다고할 수 있다.

결국, 보기에 따라서는 순환출자 고리를 끊고 그룹 내에 자금 동원으로 활력을 불어넣는 긍정적 효과 못지 않게, 그룹 오너 일가에게 경제적 이득을 안겨주는 효과를 위해 일부 계열사는 (부정적인) '외부효과'를 보는 게 아니냐는 시각도 나올 수 있다.

◆계열 분리 기폭제 될 수 있어

문제는 또 있다. 이번 SKC&C 상장의 보이지 않는, 그러나 가장 큰 부정적 효과는 바로 SK그룹의 분리에 이번 뉴스가 기폭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해석이다. 

실제로 그간 SK그룹은 창업주 형제간의 승계와 사촌들의 고른 등용으로 '형제의 난(두산그룹)'이나 '왕자의 난(현대그룹 분가 과정)'등을 겪은 여타 기업들에 비해 잡음이 적은 편에 속했다.

하지만 이제 서서히 그룹을 갈라야 하지 않느냐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는데다, 이번 SKC&C상장을 전후해 최신원 SKC회장이 예사롭지 않은 행보를 보여 그룹이 사촌간에 분화되는 수순을 밟는 게 아니냐는 이야기가 흘러나온다. 일례로, 10월 22일 최신원 회장은 자신이 보유하던 SK(주) 주식 3000주를 전량 처분했다. 지난 8월과 9월 상당량의 주식을 판 데 이어진 매각 행보다. 여기에 SK에너지에 대한 주식도 시장에 모두 내놓았고, 반대로 SK네트웍스와 SKC, SK증권에 대한 지분은 매입에 가속도를 내고 있다.

결국 자기몫으로 자타가 공인하는 몇 개 기업들에 대한 굳히기를 이번 SKC&C 상장을 기화로 정리하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물론 일부에서는 '최신원을 중심으로 하는 SKC 등 분리'가 아직 때가 무르익지 않았다고 분석한다. 지분이 너무 적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번 순환출자 고리를 정리하는 과정처럼 격변의 상황에서 이야기를 매듭짓는 게 적기라는 풀이가 나오면서 이 역시 무시할 수 없는 시나리오로 남아 있다.

결국 이번 SKC&C 상장은 SK그룹측에 상당한 활력소이자 향후 100년 경영을 내다보게 하는 든든한 주춧돌인 동시에, 일부 기업 가치를 훼손할 우려와 사촌간 계열 분리 등의 가능성을 높이는 '돌이킬 수 없는 걸음'이 될 수 있다는 우려를 동시에 안고 있다. '최태원 SK호'가 이런 우려를 어떻게 불식시킬지 향후 행보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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