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접대 골프 치지 마라”, “서울은 경쟁도시들보다 금융허브 기반 면에서 우수한 기반을 갖췄다고 생각한다”
오세훈 서울특별시장이 최근 상기된 표정으로 발언하는 일이 늘었다. 오 시장이 골프와 접대의 상관성에 대해 강하게 언급한 것이 알려지면서 관심을 끌고 있다. 오 시장의 이같은 강경한 발언은 지펠 냉장고 폭발 사고에 대한 이건희 전 삼성그룹 회장의 대로(大怒)와 비교되면서 더 큰 눈길을 모았다. 아울러 금융허브 기반 발언은 지난 6일 국제금융컨퍼런스 기자회견에서 나왔다. 상당히 밝은 금융허브의 미래에 대한 ‘호스트’의 설렘을 반영한 발언이 기자회견 내내 그의 입에서 흘러나온 것이다.
이 전 회장의 노여움은 삼성전자 40주년에 즈음해 고급형 냉장고의 문짝이 처참히 날아간 데 따른 것으로, 그간 ‘관리의 삼성’으로까지 일컬어졌던 회사의 ‘잔치’에 끼어든 불미스런 상황에 대한 우려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오 시장의 대로는 어떤 잔치를 염두에 둔 것인가? 적지 않은 이들은 이를 내년 ‘지방자치단체장 선거’일 것으로 추측한다. 그리고 금융허브에 대한 기대감과 서울시 공무원들의 부패 문제에 대한 불만은 결국 동전의 앞뒷면처럼 겉모습만 다를 뿐 밀접하게 맞닿아 있다는 해석이다.
이미 한나라당내 유망 기대주로 꼽히는 그는 서울시장 재선을 노리고 있다. 그런 상황에서 서울시 상수도사업본부 비리 등이 최근 불거지자 접대 골프 금지 등 강하게 불만을 터뜨리며 부하직원들 단속에 나섰고, 다른 치적거리를 찾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게 아니냐는 풀이다. 여기에는 오 시장의 차기 도백 도전이 순탄하지만은 않을 수 있다는 세간의 인식이 깔려 있다.
◆높은 지지도 구가中, 그러나 “한방에 훅갈라”
금년 가을 기준, 오 시장은 차기 지방선거에서 서울시장 도전자로 꼽히는 인사들에 비해 상당히 자리를 선점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리얼미터가 9월 24~25일 조사한 바에 따르면, 오 시장은 서울시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48.9%의 지지도로 1위를 차지했다. 같은 조사에서 한명숙 전 국무총리는 29.1%, 노회찬 전 의원은 12.5%의 지지도를 기록했다.
하지만 이같은 지표는 다분히 ‘현직 프리미엄’이 반영됐다는 분석 앞에서는 빛을 상당 부분 잃는다. 어느 정도 거품이 낀 것이라는 이야기다. 오 시장은 ‘여행 프로젝트’ 같은 프로그램으로 여심(女心) 사로잡기에 상당 부분 공을 들여왔고, 시금고를 맡고 있는 우리은행을 창구로 삼아 자립 통장 등 금융 상품 지원 등을 대대적으로 지원, 선심성 행정 논란도 어느 정도 일으킨 바 있어 이같은 현직 프리미엄론에 일리가 있다는 분석이다.
아울러 이같은 ‘현직 거품론’ 외에도 오 시장의 높은 인지도를 불안하게 하는 요인은 또 있다. 오 시장의 인기가 이명박 대통령과 정부·한나라당 지지율과 상당한 연관성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같은 리얼미터 조사 중에서 지난 6월에 집계된 것을 보자. 오 시장은 당시 한 전 총리와의 가상 매치(오세훈 33.8%對한명숙 43.8%)나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과의 대결(오세훈 38.2%對유시민 45.9%) 등에서 밀렸다. 이는 이른바 서거 정국에 영향을 받은 것으로 이 시기는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후폭풍이 강하게 정가를 때린 이후 한나라당이 주춤하는 모습을 보이던 때와 일치한다. 오 시장의 현직 프리미엄이 지자체장의 독자적인 자산이 아닌 소속 정당과 정부라는 뒷배경에 상당 부분 연동돼 있음을 반영하는 것으로 읽히는 대목이다.
결국 오 시장의 현직 프리미엄이란 정부·한나라당의 성과에 따라 언제든 흔들릴 수 있다는 것이고, 이와 디커플링(연동 현상을 끊는 일)을 이루지 못하면 언제 어느 순간 무너질 가능성을 항상 내포하게 된다. 즉, 큰 중앙정치의 변동에 따라 대표적 지자체장인 오 시장이 이를 뒤집어 쓸 수 있다는 것. 특히나 오 시장 자신이 ‘강효리’ 강금실 전 법무부장관의 인기를 꺾기 위한 높은 인지도를 갖춘 인물로 발탁, 오랜 시간 표밭을 다져온 맹형규 전 의원·홍준표 의원 등을 일순간에 제압하고 ‘대타’로 기용됐던 점을 생각하면 문제는 더 심각해진다.
지지율은 아직 낮지만 깨끗하고 참신한 이미지로 인지도를 어느 정도 쌓고 있는 원희룡·나경원·공성진 의원 등은 오 시장보다는 ‘한나라당 후보 적합성(9월 리얼미터 조사)’면에서 낮지만 나름대로 의미있는 성과를 기록했다(오세훈 시장을 38.4%을 보는 동시에 시민들은 나 의원에 14.7%, 원 의원에 12.1%, 공 의원에 0.9%를 줬다.). 심지어 자치행정과 큰 연관이 없을 뿐만 아니라, ‘국회 욕설 파문’과 한국예술종합학교 문제, 산하기관장 사퇴압박 논란 등으로 비판 대상으로 떠오른 유인촌 문화부 장관마저도 이 조사에서 6.9%를 보여 내년 선거 직전에 당내 대항마가 일거에 급부상할 가능성을 엿보게 한다.
◆‘토목행정’은 발목만 잡는 역효과 낳고…
오 시장은 취임 후부터 그간 전임 시장 못지 않게 토목 공사에 열을 올리는 모습을 보여왔다. 치산치수 성과를 내놔 국민적 지지도를 제고하는 방법은 어느 시대에나 통용되는 기법이다.
하지만 이명박 전 시장에게 청와대 입성까지 선물한 ‘청계천 신화’와 같은 치적을 다시 쌓는 것은 오 시장에게는 상당히 어려운 과제가 됐다.
우선 오 시장이 고른 한강 르네상스 자체가 난제였던 데다, 오 시장이 한나라당 출신인 점을 노린 18대 총선 한나라당 지역구 출마자들이 뉴타운 문제를 공약으로 대거 들고 나오면서 오 시장의 입장을 난처하게 만드는 상황이 연출됐다.
오 시장은 정몽준 의원(박희태 전 대표의 당직 포기로 현재 한나라당 대표직 승계·활동 중)의 뉴타운 공약 수사 문제로 검찰청사 조사에 참여하는 수모를 겪었다.
오 시장은 모호한 답변으로 정 의원의 기사회생 기회의 실마리를 마련했다는 일부 평가를 들었지만, 이같은 작은 평가는 이미 총선 이후 서울지역 한나라당 의원들 주변에서 불거져 나온 오 시장의 뉴타운 공약 관련 입장 표명 수준에 대한 불만으로 상당부분 당내 입지에서 흠을 낸 뒤에 나온 것으로 큰 의미를 부여하기 어렵다는 전망도 있다.
여기에 오 시장이 추진한 한강 르네상스 사업에 대한 부정적 평가 역시 만만찮다.
우선 반환경성 지적이 나온다. 민주당 최규성 의원은 금년 국정감사에서 “여의도·뚝섬·난지·반포 등 특화공원의 인공구조물이 차지하는 비중이 너무 높다”고 공격했고, 오 시장과 같은 한나라당 출신인 박상은 의원 역시 “한강 르네상스 사업의 자전거도로와 산책로 분리 공사가 반환경적 사업으로 전락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자유선진당 이재선 의원은 “한강공원사업은 4대강 정비사업처엄 잘 진행될지 의문이다. 다음 여름철이면 침수될 공간에 2600억원 투자라니 예산낭비”라고 지적했다.
뉴타운에 대한 불만 역시 강도 높게 지적됐다. 민주당 이용섭 의원은 “뉴타운이 소재한 지역의 아파트 전월세가 금년 9개월 동안 얼마가 올랐나? 8.5%가 올랐다”고 지적했다. 이 의원의 지적은 집값 상승으로 시민들에게 부자가 된 것 같은 착시 현상을 불러일으키는 것뿐이며 결국 뉴타운 지정지 세입자들은 외부로 밀려날 것이라는 일부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음을 방증하는 것으로 읽혀 특히 주목된다.
◆부패한 서울시 이미지 아직 못 벗어
이런 상황은 오 시장이 전임 시장처럼 토목 문제로 특별히 풍성한 정치적 수확을 거두기 어려운 상황이 내년 지방선거에서 벌어질 수 있음을 시사하는 것으로 주목되는데, 다른 영역에서도 오 시장을 초조하게 하는 징표는 발견된다.
바로 오 시장 부임 이후에도 답보 조짐을 보이는 부패 개선 문제다. 최근 불거진 상수도사업본부 비리는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이는 단순히 오 시장의 부임 이후 청렴도 개선이 실패한 것 뿐만 아니라, 지난 1990년대 이미 상·하수도국으로 사업조직이 훨씬 작았을 당시부터 비리가 만연하고 있었던 시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논란까지 낳을 전망이다. 1990년대 중반, 서울시는 하수도국 비리의 원인이 업무에 비해 조직이 협소한 데 있다고 판단, 상하수도국을 사업본부로 격상하는 등 외연 팽창의 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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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여의도에 들어설 국제금융센터 조감도> |
여기에 최근까지도 각 자치구 소속 공무원들이 야근 수당을 부정 수급해 타가는가 하면, 소외계층에게 돌아가야 할 예산을 착복하는 등 비리 백화점으로 발전하는 양상이다. 이에 대해 6일 서울시 홍보실 관계자는 “서울시가 최근 3개년간 지자체 중 청렴도 1위를 기록하지 않았느냐”고 곤혹스러운 반응을 보일 뿐 증빙자료의 구체적 제시는 어렵다는 입장을 보였다.
◆성적표 악화 초조함이 ‘금융허브’ 몰아붙이기로?
이같은 상황은 본인 스스로 변호사로 활동하는 중이나 국회의원 재임 중 선거법 개정 등 활동에 매진하면서 쌓아온 참신·청렴한 이미지와 상당 부분 동떨어진 것으로 오 시장에게는 부담으로 받아들여지지 않을 수 없다.
더욱이 오 시장이 데리고 들어온 정무부시장이 재임 기간 중 박연차 로비 문제 연루 스캔들로 검찰 수사를 받고 스스로 옷을 벗는 등, 오 시장의 용인술 자체에도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언론인 출신 부시장을 임명할 때 검증에 실패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으로, 만약 오 시장이 사람보는 눈에 심각한 결함이 있다면 재선 가도는 물론 시정을 펴는 데에도 심각한 장애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토목 사업의 성과 문제나 청렴도 문제는 하루 아침에 개선되기 어려운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오 시장이 접대 골프 자제 요구 같은 다소 신경질적으로도 받아들여지는 발언을 내놓는 것은 부득이한 감이 있어 보인다.
그런 맥락에서, 오 시장을 들뜨게 하는 아이템으로 금융허브가 급부상하고 있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하다는 지적이다. 이미 이명박 정부는 치열한 경쟁을 펴오던 다른 지자체를 물리치고 서울과 부산만 금융허브로 키울 뜻을 천명한 바 있다. 이에 따라 국제금융컨퍼런스 등에서 오 시장이 외국인들이 사업하기 좋은 영어존(ZONE), 금융허브 투자나 근무 관계로 입국할 외국인의 자녀들을 위한 학교 문제 등에 여러 가지 고민의 흔적들을 내놓은 것은 상당한 의미가 있다고 하겠다.
하지만 금융허브라는 개념 자체가, 일개 지자체 수준에서만 노력한다고 완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닌 데다, 금융강국으로의 성장 문제는 지자체나 정부 임기 내에서 매듭을 지을 수 있는 게 아니라는 점은 관련 논의에서 제외되고 있다. 여의도 국제금융센터 완공 등 정부·여당의 지원사격과 하드웨어의 제시만으로도 내년 지자체에 금융허브 어젠다가 상당한 흡인력을 발휘할 수 있기 때문에 이 문제가 도외시되는 게 아니냐는 의혹제기는 그래서 가능하다.
하지만 여의도 국제금융센터 공사현장이 최근 붕괴 사고를 겪었듯, 오 시장의 금융허브 꿈 역시 평탄한 것만은 아닐 것이라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우선 작게는 KB금융지주의 경우에는 명동과 서·동여의도 등 세 곳으로 분산된 살림을 하나로 통합하기 위해 탈여의도를 꿈꾼다든지 하나금융지주의 경우 하나금융센터가 경기도 고양시로 나갈 계획을 세우는 등 서울시에서는 외국 투자를 끌어들이려는 서울 혹은 여의도 밖으로 오히려 금융기관들이 나가려는 움직임이 있다. 금융허브로서의 위상에 대해 국내적 공감대(컨센서스)가 마련되지 않았다는 문제다. 크게는 정부의 엄호를 받아 금융허브를 구축하는 경우, 위에서 언급했듯, 혹시 지방선거 직전 일어날 수 있는 정부나 한나라당 지지도 하락에서 ‘디커플링’을 만들어 내고 독자 생존하기 어렵다는 숙제가 남는다.
인기가 높고 도백으로서 능력도 있는 오 시장으로서도 이래저래 어려운 게 지방선거에서의 두 번째 승리인지 눈길을 끌고 있는 가운데, 오 시장의 슬기로운 행보가 좋은 결과를 내놓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서울시에서 알려왔습니다]
위 보도에 대해 서울시는 지난 4월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금품·향응을 수수한 비리 공직자를 공직에서 퇴출함은 물론, 퇴출 후 관련기관 취업까지 영구 제한하는 '원스트라이크 아웃제'를 도입해 시행하고 있으며, 그 결과 2009년 5명의 공무원을 해임하는 등 강도 높은 청렴대책을 마련함으로써 공무원의 청렴도 향상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밝혀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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