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김준규 검찰총장이 기자들과의 회식 자리에서 금품을 돌린 것으로 드러나면서 지탄의 대상이 되고 있다.
특히 이 돈은 검찰총장이 수사팀이나 내부 직원들을 격려하기 위해 사용하는 특수활동비(영수증 처리를 안 해도 되는 특수경비임)의 일부로 알려져 더 논란이 되고 있다. 아울러 김 총장이 검찰의 구태의연한 수사나 공소유지 관행에 반기를 든 '아이디어통'으로 기대를 모았다는 점이나 "신사적인 태도"를 강조해 온 점에서 더 충격적이라는 평도 나온다.
이는 김 총장이 의외로 빨리 '촌지' 등 관행에 백기를 든 것일 수 있다는 점에서 검찰 개혁이 요원할 전망이다. 하지만 그보다는 사회 일반에 박힌 촌지 문화가 깊고 튼튼한 뿌리를 갖고 있다는 방증이라는 풀이도 나온다.
◆김 총장, 봉투 하나에 50만원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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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촌지로 물의를 빚은 김준규 검찰총장> |
김 총장은 저녁 식사 뒤 추첨 형식으로 봉투를 돌렸으며, 봉투 안에는 현금과 수표로 50만원씩이 담겨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봉투 앞면에는 '격려'라고 적혀 있었다. 물론 검찰총장이 자신(특히 개인 비리 문제나 조직 장악력 논란)과 관련한 특별한 현안이 급부상하지 않은 현상황에서, 이는 그저 호의 표시로 해석될 여지가 크다. 대표적인 '촌지'인 셈이다.
하지만 검찰이 최근까지 공기업 표적 수사 논란에 말려든 바 있었고, 이후 전방위로 기업들을 압박하는 수사를 펴고 있는 것이 기업 사정 정국을 통한 투자 활성화 압박이 아니냐는 해석도 없지 않은 만큼, 이같은 금품 제공은 언론 관리나 입막음의 직접적 대가 정도로도 평가될 여지가 일부 있다.
결국 관행과 성의, 뇌물 성격이 얽혀 있는 한국식 촌지의 전형을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
◆은행장들, 강요에 의한 촌지와 자발적 권력 줄대기 사이서 오락가락
특히 금융기관은 촌지 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돈줄 역할을 해 주기를 바라는 사람들이 과거 권위주의 정권 시절엔 많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촌지 문화의 일부로 편입된 어두운 시간이 긴 편이었기 때문. 아울러 이들은 업무 특성상 산업과 관계 동향에 많은 정보를 갖고 있는 만큼, 어느 쪽에 줄을 서야 할지에 대해 판단할 능력도 갖춘 편이다. 이런 정보를 풍부한 자금력으로 관리하고 싶은 욕구에 빠질 가능성도 그만큼 큰 것.
고전적인 예로는 은행의 흥망성쇠를 건 옛 동화은행의 총력 로비가 꼽힌다. 당시 A 행장은 전직원들에게 백화점 등의 영수증을 모으게 해 가짜 근거를 만드는 방법으로 원시적으로 비자금을 조성해 각계에 촌지를 뿌렸다.
◆유력 목사도 후원금 '대가성 논란', 교육계도 시끌
종교인의 경우에는 금품 문제와 무관할 것 같지만, 유력한 종교인의 경우에는 후원성 촌지를 받으면 '사실상의 영향력'을 행사해 줄 것을 서로 합의해 받는 뇌물로 추정돼 사회적 파장을 몰고 오기도 한다.
최근 종교인으로서뿐만 아니라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 행보는 대표적 표퓰리즘"이라고 공세를 펴 화제를 모으고 있는 서경석 목사가 주인공이다.
서 목사는 제이유 그룹에서 촌지를 받았다 곤욕을 치렀다. 국세청 간부에게 제이유 그룹에 대한 감세를 청탁하고 그 대가로 자신이 대표로 있는 복지단체에 5억여원을 후원하게 한 혐의로 기소된 것. 한편 최근 서울고등법원은 서 목사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교육계도 촌지에서 자유로운 영역이 아니다.
최근 불시 단속으로 촌지 교사를 적발하겠다는 당국의 방침이 나가자, 교육관련 단체들이 강하게 반발한 일이 있기도 할 정도로 촌지 문화 자체가 여전히 '실전 상황'으로 남아 있다. 아울러 학교 이사장이나 교장 차원에서 교육감을 상대로 금품 로비를 벌이는 추태를 보이기도 한다.
이렇게 사회 전영역에서 촌지 문화가 강하게 남아 있는 상황에 사정 당국 수장인 검찰총장도 오히려 이에 편승하고 있는 만큼, 이에 대한 풍토 개선 노력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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