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하나카드가 하나금융지주로부터 분사했다. 10월로 이미 잡았던 날짜가 연기돼 이달 2일에 독립 회사로 공식 출범하게 된 하나카드는, 2014년까지 회원 수 1000만 명, 시장점유율 12%를 확보해 카드업계 3위권 진입의 목표도 갖고 있다.
하지만 하나카드의 앞길은 아직 멀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시스템을 정비하는 등 여러 이유가 있다는 관측도 흘러나왔지만 역시나 출범 연기라는 강수까지 둔 것은 SK텔레콤의 지분 투자를 이끌어 내기 위한 몸부림었다는 게 중론이다. 그럼에도 하나금융지주는 결국 하나카드와 SK텔레콤을 묶는 데 실패했고, 일단 출범을 하고 나서 협력을 모색한다는 데까지 물러선 상태다.
하나카드가 내세운 5년 내 '연매출 100조원', '그룹 순이익의 30% 기여' 등이 과연 SK텔레콤, 더 나아가서는 SK그룹과의 합작 없이 가능한가는 하나금융지주 스스로의 운명 뿐만 아니라 우리 나라 신용카드업계 전반의 판도를 변화시킬 수 있는 뜨거운 감자.
타업종과의 컨버전스(융합)를 이뤄낼 경우 하나카드는 은행계 카드로서 갖고 있던 왜소한 몸집을 순식간에 키워 후발주자 위치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라는 예측은 분명 존재한다.
◆'컨버전스가 시너지 보장할까' 불길한 전망 없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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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2일 독립출범한 하나카드 본사> |
그러나, 막상 양사의 마케팅 대상 연령층이 다르다는 숙제는 여전히 남는다. 이동통신사의 경우 금융소비자로서는 아직 성숙하지 않은 연령대부터 노인층까지 스펙트럼이 넓으나, 카드사에 유효 고객으로 받아들여지는 연령대는 이보다 훨씬 좁게 형성될 수 밖에 없다.
요행히 활용가능한 고객 정보를 선별·압축해 내더라도 하나카드가 신규 회원 확보라는 소기의 성과를 거둘 수 있을지는 영업력의 문제이기 때문에 어디까지나 가능성에 불과하다. 문제는, 이미 SK텔레콤의 이용고객수 중 상당수가 카드 1억장 시대라는 특성상 상당수 타카드사 고객으로 선매돼 있을 것이라는 추론이 가능하다.
하나카드가 여기 파고들겠다는 것은 어찌 보면 백지에서 새로 공사를 하는 것과 대동소이할 수도 있다는 비관론은 그래서 유효하다.
그래서 현재까지 다른 카드사들과 통신사들의 협력은 포인트 정도에 머물러 왔다. 하나금융지주와 SK텔레콤 역시 기존 카드 서비스와 다를 바 없는 포인트 연계 서비스 정도만 논의를 진행해 온 게 사실이다.
더욱이 지난달 경쟁사인 신한카드와 우리은행이 SK쪽과 손잡고 각각 '신한SK행복카드'와 '우리SK행복카드'를 내놓은 것은 '배신의 계절'이 시작되는 최악의 시나리오까지 상정할 수 있는 대목이다. 하나금융지주로서는 협상 고지 사수에서 좀 더 불리해진 상황이다.
결국, 이미 이동통신 시장이 포화 지경이라 어떻게든 SK텔레콤이 카드 부문에 매력을 느낄 것이라는 관련업계 내외의 정세 판단은 상당 부분 사실과 다른 것으로 판명난 것으로 종합해 볼 수 있다. 적어도, 그 매력적 상대가 꼭 하나금융지주 산하의 카드사는 아닐 수 있다는 뼈저린 중간정산 결과가 나온 셈이다.
◆'백기사와의 소중한 인연 이어갈 것'이란 분석, 너무 순진했다
이런 상황에서 결국 하나카드와 SK텔레콤과의 연계 사업은 결국 해피 엔딩을 하지 못할 가능성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물론 하나카드 뒤에 버티고 있는 하나금융지주 역시 4대 금융지주사로서 금융권에서 무시하기 어려운 저력을 갖고 있어 다른 협상 주체를 구하는 데 큰 어려움은 없을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이미 김승유 회장 이하 많은 지주사 임직원들이 "카드는 금융과 유통의 중간 영역"이라는 적극적인 정서를 공감대로 갖고 뒷받침하려는 상황이기 때문에, 하나카드가 독자적 생존을 시도한다 해도 생존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도 전망할 수 있다.
하지만 하나카드의 독립 추진 국면에서 일부 언론이 업계 내외를 종합해 내놓은 이른바 백기사 인연론은 결국 허상이었음이 드러나, 앞으로 하나금융지주가 다른 파트너를 물색할 때 적잖은 심리적 위축 효과를 남길 가능성은 남는다고 할 수 있다.
이번 카드사 분사와 SK텔레콤과의 협상 국면에서, 많은 사람들이 하나은행과 SK의 끈끈한 인연을 떠올렸다. 하나은행은 과거 소버린의 SK 경영권 공격 상황에서 백기사를 자처한 바 있고, 이런 사정을 아는 많은 이들이 이 문제를 같이 연계했던 것.
2003년의 소버린측의 공격 당시 SK쪽 주거래은행의 행장으로 상황을 목도했던 김승유 현 지주회장은 국내외 채권자들을 독려해 오히려 SK측에 든든한 우군이 돼 줬다는 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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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유 당시 하나은행장은 소버린 사태 당시, SK에 대한 과도한 엄호지원 문제로 당국의 주의 경고를 받기도 했다. 사진 가운데가 김 당시 행장(현 하나금융지주 회장)> |
이런 기조는 김 당시 행장이 SK(주)가 사실상 정상화된 것을 최종 확인하는 시점까지 줄곧 이어진 하나의 원칙으로 지속됐다는 평가다.
당시 참여연대는 '하나은행은 손길승과 최태원의 이사직 사퇴를 요구하고 최태원 소유 주식 담보권을 조속히 행사해라'라는 요지의 공개질의와 논평을 내는가 하면(2003년 6월), 당국 역시 2003년 11월 김승유 당시 행장 등에 대해 SK그룹에 대한 대출한도 초과를 문제 삼아 '주의적 경고 조치'를 하기도 했다.
하나은행도 문책기관경고와 함께 은행 중 처음으로 과징금 부과조치를 당했다.
금융감독위원회는 종합검사에서 하나은행이 SK계열에 대한 신용공여한도를 초과한 사실과 통화옵션거래에 대해 허위로 업무 보고한 사실을 적발, 이같이 조치했다. 결국 상당히 호의적인 태도로 때로는 정도를 벗어나면서까지 김 당시 행장이 살려낸 SK와 하나금융지주가 이번 하나카드 건으로 협상 테이블에 다시 앉았던 셈이다.
하지만 이번 상황에서 보듯, 김승유식 사업 방식에 대한 피드백은 세간의 예상치를 훨씬 밑도는 수준인 것으로 보인다. 시장의 당혹감 못지 않게 하나금융지주 스스로도 내심 당혹할 만한 대목으로 읽힌다. 이같은 사정이 앞으로 하나금융지주의 의사 판단과 결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알 수 없지만, 적어도, 이번 충격이 하나카드의 파트너를 물색하는 문제 더 나아가서는 금융거래 파트너들과의 교감을 어느 정도까지 할 것인지에 대한 반추 기회를 제공하는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경우에 따라서는 하나금융지주가 하나카드와 유통 혹은 통신사와의 컨버전스 추진 협상에서 한 박자 쉬어가기를 할 수 있다는 해석도 이런 맥락에서 제기 가능해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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