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우리금융이 3분기 실적 뚜껑을 열면서 성적표에 눈길이 쏠리고 있다. 은행권들이 대체로 호실적을 보일 것이라는 예상치는 이미 있었으나 막상 결과는 '예상 외의 선전'이라는 반응이 나올 정도였기 때문. 3분기 실적으로서는 금융지주사 가운데 최고 수준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 창사 8년 이래 최악의 일년을 건너서…
우리금융은 2001년 금융지주사 창립 이후 가장 힘든 시기를 보냈다고 할 수 있다. 이번 실적은 이를 극복하고 1류 금융지주사로 떠오르는 한 고비로 기록될 전망이다.
우리금융은 파생상품, 즉 신용디폴트스와프(CDS), 부채담보부증권(CDO)에 손을 댔다가 1조6000억원의 손실을 입은 문제로 곤혹을 치렀다. 이로 인해 KB금융 회장으로 영전했던 황영기 전 우리금융 회장·우리은행장은 직무정지 상당이라는 조치를 받았고, 박해춘 전 행장 역시 금융권과의 인연을 사실상 끊게 됐다.
국민의 혈세(공적 자금)으로 살아났던 금융기관이 리스크가 높은 상품에 투자했다가 여기에 우리은행이 지난 1월부터 '자본확충펀드'의 지원을 받기로 한 부분이 정부로부터 경영권에 간섭을 받을 수 있는 여지를 연 것과, 사실상 또 한 번의 공적자금 투입이라는 오명으로 인식된 점도 우리금융·우리은행으로서는 견디기 어려운 부분이 있었던 게 사실이다.
◆ 최악의 1년 지나면서 재도약 준비
하지만 이같은 문제점은 결국 우리금융이 이번에 문제 진단을 하고 역할론을 재정립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이를 테면 전화위복인 셈이다.
우선 '황영기 사태'로까지 일컬어지는 파생상품 투자 손실 문제의 경우 우리금융에 대한 관리감독 실태를 되짚어 보는 계기로서의 측면이 부각됐다.
황 전 우리금융 회장·우리은행장과 박 전 행장 등 우리금융과 우리은행 전임 수장의 공격적 행보(공격적 투자와 카드 조직 팽창 등)는 당시 금융권의 화제를 모으며 때로는 업계의 불편한 시각을 받아 왔다. 그러나 실상 후임자들의 전략 수정 등 외에는 이들이 남긴 문제를 명명백백히 조사할 기회가 사실상 적었다는 점에서, '황영기 사태'를 분기점으로 이들에 대한 재평가 작업이 본격화되는 면도 없지 않다.
이는 비단 이들이 남긴 파생상품 손실이나 공격적 카드업 확대의 부작용 등이 공론화될 계기가 공급됐다는 차원만은 아니다. 한일은행과 상업은행이 합쳐져 한빛은행을 거쳐 우리은행으로 변신하는 과정에 공적자금이 투입됐고 이 과정에서 대주주인 예금보험공사의 눈치보기 차원에서 CEO마다 '단기 실적 보여주기'로 갈 수 밖에 없는 불가피성이라는 속살이 이번 '황영기 파생상품 파문'의 단면을 통해 드러났기 때문이다. 앞으로 '민영화'까지는 계속 문제가 될 수 밖에 없는 우리금융과 예보의 역할론에서 변경 가능성과 함께, '민영화에 대한 필요성' 부각의 방증으로 이를 이해하는 시각도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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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우리금융-우리은행 본점> |
◆ 살을 깎는 노력으로 어려운 영업 상황 극복
이번 3분기 실적 상승에는 우선 연체율 하락 등으로 대손충당금 대폭 감소 효과가 난 점이 주효했다.
자산건전성 측면에서 09년 1분기에 최고치에 달했던 연체율이 2분기에 이어 3분기에도 하락하여 명목기준 연체율은 전분기 0.97% 대비 3bps 하락한 0.94%까지 이르렀다.
또한 NPL 순전입액도 1분기와 2분기에 각각 1조원을 초과했지만, 3분기에는 4000억원 수준으로 감소함으로써 자산 건전성에 대한 우려도 불식시키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29일 알려졌다.
두번째로, 수익성 위주의 내실경영으로 비용 절감이 진행된 점도 괄목할 만한 성적을 만들어 냈다고 할 수 있다.
우리금융은 금융위기에 대응하여 임금반납, 예산대폭 절감등의 내실있는 경영을 추진해 왔다. 금년 가을 임금 반납과 초임 감액 등이 유행처럼 번진 은행권에서도 우리은행의 임금 깎기 노력은 발빠르게 진행돼 유독 돋보였다. 일각에서는 "우리은행이 너무 앞서 나간다"는 볼멘 소리도 나오기도 했다.
아울러 이종휘 우리은행장이 틈나는 대로 강조한 '정도 경영' 등도 주효했다. 사령탑격인 이팔성 우리금융 회장-이종휘 우리은행장 등 CEO들의 노력으로 수익성 위주의 탄탄한 경영이 이뤄졌다. 예대율은 100.9%(CD포함)로 감소했다. 예대율이 높아진 것은 과거 몸집 키우기 경쟁식의 영업으로 높아졌던 감이 있다는 점에서 이번 예대율은 반가운 징표로 받아들여진다. 이런 흐름을 통해 BIS비율과 기본자기자본비율은 각각 은행 기준 14.1%(E), 10.0%(E) 지주사 기준 12.1%(E), 8.1%(E)으로 잠정 집계될 수 있었다.
◆ 브랜드 파워 강화 여부가 과제…쉽지 않은 길?
특히 국정감사를 전후해 민영화에 대한 국회와 감독기관 등의 민영화 추진 논의가 재부각된 점은 앞으로 '민영화 우리금융'이라는 새 논제로서 우리금융의 브랜드 파워를 높이게 될 것이라는 전망을 낳고 있다.
이렇게 점점 높아져 가는 브랜드 파워를 본격적으로 키우기 위해 전략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른바 '부자고객'에 대한 마케팅 강화를 추진하는 등 우리은행은 스타급 PB를 양성하기 위해 금융권 최초로 'PB사관학교'를 개설하는 등 의욕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비이자수익 부문에서 밀리고 있는 점은 큰 약점으로 향후 해결을 봐야 할 절체절명의 숙제로 꼽힌다.
우리금융측에 따르면 "저금리 수신 증가운동에 힘입어 NIM(순이자마진)이 분기 기준으로 전분기 1.75%에서 1.94%로 전분기 대비 19bps 상승함으로써 이자이익이 전분기대비 7.5% 증가했고, 이에 따라 비이자이익이 마이너스 성장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높은 이익을 달성했다"는 것이 이번 실적에서의 한 특징이다.
하지만 NIM 개선은 대체로 다른 금융권에서도 함께 누리는 것이어서 특기할 만한 사항은 아니다. 오히려, 비이자수익을 높이기 위해 다른 경쟁 금융지주들이 뛰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금융은 고전 중이라는 우려를 낳고 있다.
일례로 신한금융은 지난 2분기 실적에서도 이미 은행 주도의 실적 달성 패턴을 많이 극복, 은행에 부담이 실리지 않고 있는 구조임이 확인됐다. 하나금융의 경우도, 비이자수익을 올리자는 김정태 하나은행장 등 금융지주 고위층의 독려로 방카슈랑스 수익 등 비이자수익 창출로 3분기 호실적을 달성했다. 이런 상황에 비이자수익 경쟁에서 밀리고 있는 것은 향후 성장에 족쇄가 될 수도 있는 것.
아울러 정기예금 유치 경쟁에서 밀리는 듯한 인상을 주는 등 소소한 영업 전선에서의 문제점들도 해결 과제다. 우리은행은 해당 통계에서, 지난해 10월 중 2조4036억 원이나 유치가 늘었으나, 금년 10월에는 7490억 원이 증가하는데 그친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외환은행 등도 이달 정기예금 증가 추세가 작년 동기 대비 상당히 꺾이기는 했다. 하지만 우리금융과 경쟁하는 KB금융 산하의 국민은행은 지난해 10월 한달간 정기예금 증가액이 1029억 원에 불과했으나 올해 10월 중에는 2조5516억 원으로 급증했다.
결국 우리금융은 철저하고도 절박한 현실인식과 위기의식에서 초일류 금융지주로의 도약을 위해 노력하고, 일정 부분 그 성과를 거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번 3분기 실적은 그 노력의 일환으로 의미가 있다는 평가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우리금융의 미래를 재조망하고 점검해야하는 경영 전략에 대한 총체적 고민은 위에서 지적한 여러 문제점 때문에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필요할 것으로 전망된다. 절정으로 올라가고 있는 지금의 우리금융이 가장 위험한 시기라는 해석이 나오는 배경이다.
우리금융이 8주년, 우리금융의 맏형격인 우리은행이 115주년을 맞는 2009년, 우리금융은 암의 가장 큰 덩어리는 발견하고 떼어냈으나 앞으로도 지난한 항암치료와 식이요법을 해야 하는 환자 격이라고 할 수 있다. 강한 저력을 갖고 있는 우리금융이 이 과정에서 어떤 투지를 보이면서 비상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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